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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크라찬국립공원(Kaeng Krachan National Park) 입구; 자동차 여행을 하면서 갖는 즐거움의 하나는 이처럼 멋진 도로를 운전할 수 있는 특권이다.
 캥크라찬국립공원(Kaeng Krachan National Park) 입구; 자동차 여행을 하면서 갖는 즐거움의 하나는 이처럼 멋진 도로를 운전할 수 있는 특권이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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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짜리 지도를 펼쳐 들고 캥크라찬 국립공원(Kaeng Krachan NationalPark)을 찾아나선다. 작은 도로는 나와 있지 않아 나침판과 직관에 의지해 국립공원을 향해 운전한다. 아니나 다를까 국립공원 근처에 오기는 했는데 입구를 찾을 수 없다.

국립공원 근처에서 헤매고 있는데 폭포가 있다는 이정표가 보인다. 일단, 폭포가 있다는 공원에 들어선다. 이곳에서도 태국인 입장료는 20밧(800원)이지만 외국인에게는 10배인 200밧(8000원)을 받는다. 두 사람 1만6000원, 적은 금액이 아니다. 이 폭포도 캥크라찬 국립공원의 일부이다. 좋은 점은 이곳에서 낸 입장료에는 캥크라찬 국립공원 입장료까지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고기떼가 먹이를 찾아 바위를 오른다.
 고기떼가 먹이를 찾아 바위를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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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 보니 작은 폭포가 많다. 제1, 제2 이렇게 이름 붙인 폭포가 6개 있다. 폭포 하나를 구경하고 산을 조금 더 오르면 제2의 폭포가 나온다. 물소리를 들으며 우거진 숲을 걷는다. 유난히 많은 나비가 산책로 찾는 사람을 반긴다. 우리는 끝까지 올라가지 않고 제4 폭포까지 오른 후 하산한다. 옛날 도봉산을 흘러내리던 맑은 물줄기를 생각나게 한다.

작은 폭포들이 줄지어 있는 이곳에는 유난히 물고기가 많다. 이름은 모르겠지만 팔뚝만 한 물고기가 사람을 보고 몰려든다. 사람들이 먹이를 주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온 듯한 가족은 아이들과 함께 먹이를 던져준다. 고기는 던져주는 먹이를 향해 온몸을 떤다. 힘 있는 고기들은 작은 낭떠러지를 뛰어올라온다.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는, 송어가 작은 폭포를 뛰어오르는 모습이다. 딱 한 마리만 잡아 매운탕을 끓여먹고 싶다. 잔인한 생각일까?

고기떼와 같이 수영을 즐기는 서양 젊은이들이 부럽다.
 고기떼와 같이 수영을 즐기는 서양 젊은이들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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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르지 않았으면 후회하였을 폭포를 구경하고 다시 캉크라찬 국립공원을 찾아 나선다. 새로 난 길은 지도에 나오지 않아 같은 곳을 맴돌다 길을 물어볼 생각으로 조그만 구멍가게 겸 식당에 차를 세운다. 말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 가게 주인아저씨와 아줌마는 태국어로, 우리는 영어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길을 묻고 대답한다. 서로 답답하다. 배고픈 김에 태국 사람이 즐겨 먹는 매운 국수를 시켜 점심을 때우며 시골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하나가 되어 본다.

많지 않은 양의 태국 국수를 먹고 주인아저씨가 손짓으로 가리킨 곳을 짐작으로 자동차 시동을 건다. 그러나 우리를 그냥 보내는 것이 맘에 놓이지 않았는지 손짓으로 기다리라는 사인을 하고 오토바이로 우리를 안내한다. 아주 오래된 털털거리는 오토바이로 갈림길까지 바래다준다.

아저씨는 시골 사람 특유의 때묻지 않은 웃음으로 손을 흔든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리의 여행을 염려해 주는 것이 보인다. 아주 고마운 분이다. 오토바이 기름값이라도 조금 집어 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여간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나를 보니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가정집보다 열악한 환경의 부엌에서 손님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식당 아줌마
 가정집보다 열악한 환경의 부엌에서 손님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식당 아줌마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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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아저씨 덕분에 어렵지 않게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입구 옆에는 태국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이라는 팻말이 있다. 하룻밤 묵을 곳을 알아보니 공원안내소 직원은 숙소가 없다며 텐트를 권한다. 텐트라면 자신 있다. 호주에서 6개월 이상을 텐트 하나 가지고 지낸 적이 있다.

작은 텐트 하나 빌려 산을 오른다. 직원이 그려준 약도를 보며 짧지 않은 산길을 운전하니 두 개의 텐트만 덩그러니 있는 넓은 야영장이 나타난다. 야영장에 근무하는 직원은 우리가 운전하는 승용차로는 정상까지 갈 수 없다며 이곳에 텐트를 치라고 한다.

빌려 온 2인용 텐트를 치고, 작은 개미가 식탁 위로 줄지어 다니는 식당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주위를 산책한다. 나무가 울창하다. 텐트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나무 위에서는 원숭이가 장난을 하고 있다. 산짐승 소리도 들린다. 안내판에는 호랑이와 코끼리가 이곳에 살고 있다고 한다. 코끼리와 호랑이가 사는 곳에 텐트를 친다? 다른 텐트들도 옆에 있는데 설마, 마음을 놓는다.

국립공원 정상에 친 텐트
 국립공원 정상에 친 텐트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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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만 있고 샤워장은 없는 곳에서 대충 몸을 씻는다. 해가 지고 주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산속의 해는 일찍 진다는 옛날 소설이 생각난다. 전등도 갖추진 않은 우리는 핸드폰 액정을 전등 삼아 자리를 정리하고 일찍 잠을 청한다. 주위가 어둡다. 새가 텐트 주위에서 노는 소리가 들린다. 코끼리 우는 소리도 들린다. 잠을 청하지만 얇은 슬리핑백 하나만 깐 바닥이 배겨 제대로 잠을 못자고 뒤척인다.

몇 시나 되었을까? 주위는 깜깜한데 자동차 소리가 요란하다. 자동차가 줄지어 산에 올라가고 있다. 잠자리도 불편해 누울 수 없어 잠을 깬 김에 우리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에 자동차를 타고 산 정상을 향해 운전한다.

어제 공원 직원이 우리 차로는 가기 어렵다고 한 기억은 잠시 접어둔다. 올라가는 길은 비포장도로다. 경사도 심하다. 우리 앞뒤로 올라가는 자동차들은 지프뿐이다. 자동 변속기를 1단에 놓고 산을 오른다. 혹시 중간에 서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등에는 식은땀이 난다.

일출을 즐기지는 못했어도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관광객들
 일출을 즐기지는 못했어도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관광객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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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텐트가 많다. 해맞이하는 곳에는 많은 사람으로 붐빈다. 그러나 흐린 날씨 때문에 해 뜨는 것을 보기는 글렀다. 해는 떠오르지 않지만, 관광객은 구름에 가려 시야가 가려진 풍경을 배경으로 삼삼오오 사진 찍기에 바쁘다. 나무에는 이름 모를 깊은 산 속에 사는 새들이 아침을 맞이한다. 싸늘한 날씨에 정상에 있는 식당에서 닭죽으로 아침을 먹고 따뜻한 커피를 마신다. 산 내음과 커피의 진한 향이 잘 어울린다.

하산할 시간이다. 산을 내려가려고 하는데 경비가 제지한다. 알아보니 내려가는 시각이 정해져 있다. 길이 좁아 두 대의 차가 비켜가기 어려워 올라오는 시각과 내려가는시각을 정해 놓고 있는 것이다. 차를 세워놓고 내려갈 시간을 기다린다.

사람들은 힐끗힐끗 우리 차를 쳐다본다. 조그만 승용차로 이곳까지 올라온 차는 우리 차밖에 없다. 모두 지프뿐이다. 멋모르고 승용차로 서너 개의 개울까지 건너가며 산을 오른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유트 짐칸에 타고 올라오면서 흙먼지를 뒤집어 쓴 서양 관광객,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다.
 유트 짐칸에 타고 올라오면서 흙먼지를 뒤집어 쓴 서양 관광객,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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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내려가 공원안내소에 텐트를 반납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안내소 주위에 있는 넓은 호수를 중심으로 텐트가 많다. 관광 안내소 옆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관광지라 음식값이 비쌀 것으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도 저렴하다. 

점심을 먹고 공원 주위를 운전한다. 호수를 가로질러 자그마한 섬까지 출렁다리가 걸려 있다. 호기심에 조금 겁을 먹으며 출렁다리를 거닐며 사진을 찍는다. 늙어서인가? 젊은이들처럼 출렁다리를 즐기며 건너지 못한다. 더 늙기 전에 여행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젊어서 놀자는 노래도 있지 않던가?

다시 길을 떠난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우리 승용차가 여행객의 객기를 말해주고 있다.

주인을 잘못 맞아 험한 산길로 다니면서 흙먼지를 뒤집어쓴 자동차
 주인을 잘못 맞아 험한 산길로 다니면서 흙먼지를 뒤집어쓴 자동차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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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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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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