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영일만항에서 발생한 대형 화물선 글로벌 레거시 호의 좌주(관련기사: 영일만항서 3만톤급 화물선 방파제에 충돌 후 좌주)로 기름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대응 방법을 두고 해경과 구조업체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그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경은 예인 전 선체의 기름을 육지로 이송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구조업체인 닛폰 살베지(Nippon Salvage)는 기름 이송 작업 없이 예인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 특히, 이 배에는 1천t이 넘는 기름이 적재돼 있고 선체 손상으로 기름 일부가 유출돼 5년 전 태안 기름유출 사태 같은 대재앙이 닥칠 수도 있다는 업계의 주장도 나오고 있는 판이다.
20일 포항해경은 영일만항 인근에 좌주된 파나마 국적의 3만t급 화물선 '글로벌 레거시'호에서 벙커시유가 새는 것을 확인해 긴급 방제에 나섰다. 기름유출에 대비해 사고선박 주변에 오일펜스를 설치하고 유흡착제를 이용해 해변 방제작업을 벌였다. 24일 현재 방제작업은 마무리에 들어갔다.
지역 방제전문업체 관계자는 "20일 유출된 기름양은 500ℓ 정도로 추정된다. 현재 추가 유출이 없어 환경오염에 대해선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만 좌주된 해역이 암반 지역이고 선체 손상이 있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예인작업을 할 경우 심각한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닛폰 살베지의 입장은 작업을 빨리 마치면 그만큼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기름 이송작업을 하지 않고 예인을 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도 해양환경 오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경관계자는 "기름 이송작업 후 예인을 지시했다. 하지만, 구조 방식에 대한 최종 결정은 닛폰 살베지 측에 달렸다"며 "그쪽에서 작업방법에 대한 정식 공문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송작업 도중 사고에 대한 책임을 해경으로 넘기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전했다.
육지 이송작업도 만만찮다. 육지에서 선박으로 파이프를 연결해 기름을 이송해야 하지만 선박을 고정할 수 없어 선박의 이동 때문에 연결 파이프가 끊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추가로 기름이 유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좌주로 3개의 기름탱크 중 2개의 탱크가 손상을 입었다. 1번 탱크에는 약 350t, 2번 탱크에는 약 690t, 3번 탱크에는 기름이 거의 없는 상태다. 벙커시유의 특성상 기름을 데워 융해 시킨 후 이송 작업을 해야 하지만, 현재 해경은 선체 내부 조사결과 2번 탱크의 기름을 데우는 장치는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름을 데우는 장치에 이상이 발생하면 융해가 어려워 육지 이송작업에도 큰 애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닛폰 살베지 관계자는 "최대한 안전한 선박구조를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현재 사고현장 인근 해역의 수심과 암반위치 등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다. 구조방법에 대해선 결정된 바 없으며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레거시 호는 한화 약 1조 원의 재난보험에 가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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