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의 급부상으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25일(한국시각) "최근 5일간 전국 지지율에서 깅리치가 31%를 기록하며 27%에 그친 미트 롬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를 제쳤다"는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공화당 경선이 시작된 이후 깅리치가 전국 지지율에서 롬니를 앞선 것은 처음이다.
깅리치는 지난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보수 기독교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와 자신의 도덕성 결함에 대한 공격을 오히려 음모론으로 역공하는 전략으로 롬니를 꺾고 첫 승리를 거뒀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의 승리로 '롬니 대세론'을 흔드는데 성공하며 전국 지지율이 빠르게 상승한 깅리치는 다음 예비경선이 열리는 플로리다의 사전 여론조사에서도 롬니에 앞서며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던 롬니는 첫 예비경선이었던 아이오와 재검표 패배를 시작으로 사우스캐롤라니아에서의 패배, 재산 문제 등 악재가 겹치면서 깅리치에게 전국 지지율 선두마저 빼앗겼다.
오는 31일 열리는 플로리다 경선을 위해 깅리치의 슈퍼팩(정치행동위원회)은 600만 달러, 롬니의 슈퍼팩은 500만 달러 등 양측이 총 1천50만 달러(약 118억 원)의 선거비용을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대격돌을 예고했다.
롬니, 재산 공개하자 더욱 악화 그동안 다른 후보들로부터 투명하지 못한 재산과 낮은 세율로 공격받던 롬니는 이날 결국 재산 내역을 공개했다. 롬니는 최근 2년간 4270만 달러(약 480억 원)의 수입을 올렸고 2010년에는 320만 달러(약 36억 원)를 세금으로 납부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롬니의 수입은 당시 기준으로 상위 0.006% 이상에 해당하지만 납세율은 13.9%로 미국 중산층의 최대 납세율 35%보다 훨씬 낮다고 지적했다. 결국 롬니의 재산 내역 공개는 그동안 제기되었던 의혹들을 확인시켜주는 것이 되고 말았다.
또한 롬니는자신의 재산 관리와 투자를 위해 스위스와 케이먼 군도 등 세금피난처에 금융 계좌를 소유하고 있다가 경선을 앞두고 폐쇄했던 사실이 밝혀지는 등 불리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깅리치 역시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깅리치는 모기지 대출업체 프레디 맥으로부터 수년간 165만 달러(약 18억 원)의 자문료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깅리치는 프레디 맥과의 계약서를 공개하며 자문료가 부풀려졌다고 항변했지만 프레디 맥이 지난 2008년 미국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비난받으며 정부로부터 거액의 구제금융을 받았다는 점에서 깅리치 역시 따가운 눈총을 피하지 못했다.
깅리치 뜰수록 오바마 재선 확률 상승?
깅리치의 전국 지지율이 롬니를 제쳤다는 소식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오히려 호재로 분석되고 있다.
'강경 보수'를 대표하는 깅리치는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중도 성향의 롬니보다 본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약점이다. 이는 곧 깅리치가 대선 후보로 나올 경우 오바마의 재선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깅리치의 상승세와 오바마의 국정연설이 곧 오바마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오바마와의 가상 대결에서는 깅리치보다 롬니가 훨씬 강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공화당에 대한 오바마의 공격이 대부분 롬니에게 집중되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오바마는 이날 열린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에서 '공정성'을 강조하며 부유층의 세율을 높이는 버핏세 도입을 재차 주장했다. 이는 오바마의 '중산층 껴안기'와 버핏세를 반대하는 공화당과 낮은 납세율로 곤혹스러운 롬니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한 자신의 주요 정책인 건강보험 개혁, 금융감독 강화 등을 거론하면서 오바마는 첫 임기의 마지막 국정연설을 통해 사실상 본격적인 재선 행보의 시작을 알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 후보들은 오바마의 국정연설에 대해 "상당히 분열적이고 빈곤층 친화적"이라며 "국가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고 마치 선거 유세를 보는 것 같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