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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출마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그는 잘 나가는 정치인보다 국민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 인기인이 됐다. 한참 들뜬 여론은 그가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는 순간 잠시 머뭇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대권을 위한 일보후퇴로 보고 안 원장의 행보에 뜨거운 눈길을 보냈다.

지난 21일 안 원장은 미국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양당이) 소임을 다하면 저 같은 사람까지 정치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밝혔다. 최근 언론보도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있는 가운데, 정치를 안 하겠다는 의도라고 읽히기도 했다. 그간 치솟던 안철수연구소의 주가는 25일 –14.29%나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그와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간의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들의 관심사가 됐다. 엎치락뒤치락하던 여론조사 결과는 1월 25일, 안 원장이 큰 폭으로 앞선 것으로 발표됐다.

1월 셋째주 대선후보 선호도 정례 조사 결과(1월 16일부터 20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3750명 대상 유∙무선전화 임의번호걸기 방식)에 따르면 안철수 원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간의 지지율 격차는 더 벌어졌다. 안 원장이 56.4%의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박 비대위원장은 34.9%를 기록해 두 후보 간 격차는 자그마치 21.5%까지 벌어졌다. '안철수 대세론'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안철수, 뜰 이유가 충분한 사람

<영혼이 있는 승부> 겉표지
 <영혼이 있는 승부> 겉표지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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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그는 누구인가? 왜 이렇게 언론의 주목을 받고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을까? 그의 행보가 이토록 궁금한 이유가 무엇일까? 호기심이 가득 발동한다. 그러나 나로서는 그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언론이 말하는 그는 진짜 그가 아닐 터. 가장 좋은 방법은 그를 만나보는 것이다. 함께 며칠 여행을 하면 더 좋고.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같이 살아보는 것인데…. 언감생심 너무 유명해진 안 원장을 만나거나 같이 여행을 떠날 수는 없을 것 같고, 그의 생각이 담긴 책 <영혼이 있는 승부>를 손에 들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뜨는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안 원장은 뜰만한 사람'이라는 이야기. '하루아침에 갑자기 등장한 영웅이 아니라 존조리 뜰만한 이유를 내면에 축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람의 생각은 마음에서부터 말이 되어 나온다. 그 말을 적어놓은 게 바로 책이다.

그의 생각이 담긴 한 권의 책, <영혼이 있는 승부>는 그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치열하게 살아 온, 살아가고 있는, 살아갈, 그의 생각들이 여과 없이 담겨있다. 그간 어느 대선후보도 여론조사에서 50% 이상을 상회하는 결과가 나오기는 힘들었다. 이렇게 인기가 상승하는 이유는 그의 삶과 생각, 다시 말하면 철학에 동조하는 이들이 많다는 증거일 게다. 여야 모두가 '안철수 모시기'에 뛰어들 태세인 것도 그의 높은 인기 때문이다.

'역사의식과 소명의식이 투철하다'는 상투적 표현 가지고는 안 원장을 다 이야기할 수가 없다. 'CEO 안철수의 기업과 인생경영, 세상과의 대화법!'이라는 간결한 겉표지의 카피가 말해 주듯, 이 책 안에는 마음 따듯한 한 사내, 안철수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하고 세워나가는 과정 속에서 고민하며 살아 낸 그의 인생은 물론, 기업의 원칙과 인생의 기본을 말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사람, 안철수' 그렇다. 이 세상에 얼마나 변칙이 많은가? 변칙이 원칙인지, 원칙이 변칙인지 몹시 헷갈리는 세상이다. 그런데 안철수, 그는 원칙을 고수한다. 가치 있는 원칙이라면 그것을 위해 치열한 삶을 영위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도 그런 면에서는 보수주의자라고 자처한다. 이익이 극대화된다고 해도 중요한 가치가 아니면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 마음 자세가 튼실하다.

안철수, 기업인이기보다 먼저 인간인 사람

21일 오후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21일 오후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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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주에 절대적 존재가 있든 없든,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보상이 없더라도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세에 대한 믿음만으로 현실과 치열하게 만나지 않는 것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 또 영원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살아있는 동안에 쾌락에 탐닉하는 것도 너무나 허무한 노릇이다. 다만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 더 의미 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가다가 '별 너머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41쪽)

기업은 이윤을 추구한다. 그러나 책에서 만나는 안 원장은 전문경영인이기에 앞서 올곧은 인간이다. 오늘날 사유화된 기업이 얼마나 많은가. 한 사람 혹은 임원들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는 직원들, 소비자들, 2%의 부자가 더 부유해 지기 위해 88%를 혹사하는 기업문화는 모럴 헤저드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주위에서 이런 기업, 기업 문화를 보며 분노한다. 그러나 분노할 뿐이지 개선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해 힘들다.

안 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기업가 정신의 유지와 함께 벤처기업가는 돈과 관련된 모럴 헤저드를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공금과 자기 돈, 투자받은 돈과 영업이익을 철저히 구분해야 하며, 자기 지갑 속에 들어있는 돈은 자기가 피땀 흘려 번 정당한 대가여야 한다."(263쪽)

이만하면 그에게 기업을 맡기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니 그런 그에게 나라를 맡겨보겠다는 생각이 드는 국민이 그렇게 많은 것일 게다. 기업의 CEO로 성공한 이가 꼭 나라도 잘 경영한다는 법은 없다. 우리는 이미 이명박 정부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CEO 이명박과 CEO 안철수는 바탕이 다르다. 현대와 안철수연구소를 동일선상에서 다루는 것은 어린아이라도 하지 않을 일이다.

'때로는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는 너무나 인간적인 안철수, 자기발전을 위해 밤을 꼬박 지세며 공부하고 연구하는 안철수, 맥아피(McAfee)가 1천만 달러라는 거액으로 회사를 인수하려고 덤벼들 때도 눈앞의 이익보다 소프트웨어 산업 보호와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과감히 거절하는 인간 중심의 리더 안철수, 산업 환경에 발 빠르게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도 영혼이 있는 핵심가치는 고수하는 뚝심의 안철수, 정직과 성실이 살아가는 최고의 가치라고 말하는 정도의 사람 안철수, 더욱 좋은 것은 아직 자신은 자신이 좋은 지도자, 좋은 경영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겸손한 사람 안철수, 누가 이 사람을 싫어하겠는가.

인철수, 혜안이 있지만 기다릴 줄 아는 느긋한 사람

안철수연구소 주식차트
 안철수연구소 주식차트
ⓒ <씽크풀>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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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써내려가다 보니, 무슨 '안철수교' 신봉자가 된 기분이다. 오해 말라. 난 안철수 신봉자가 아니다. 내가 신봉하는 분은 오직 한 분이다. '하나님'이라는 분이 그분이다. 'V3'로 시작해 네트워크 솔루션 체제로 넘어갈 때도 그의 혜안이 유감 없이 발휘됐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하는 게 맞으니 다들 따르라'는 식은 아니었다.

그는 은근히 녹아들게 직원들과 대화하고 융화하는 가운데 핵심가치나 추구하는 목적이 모두의 공감을 얻도록 하는 리더십의 소유자다. 그는 안주하지 않으며, '영혼이 있는 기업 만들기'에 매진하는 추진력은 부드러운 리더의 감춰진 매력이다. 기업의 실수나 잘못은 지도자인 CEO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솔선수범도 맘에 든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는데 내가 아는 게 성경이다 보니, 성경의 인물이 한 사람 떠오른다. 예수는 거론하지 않겠다. 다윗이다. 지금도 이스라엘 사람들의 영원한 왕으로 자리하고 있는 다윗왕의 부드러운 리더십이야말로 탁월하다.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두 번이나 자신을 죽이려 혈안이 돼 있는 사울을 살려준다. 주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울은 죽고, 기다리며 하나님의 때를 찾았던 다윗은 명실공이 온 이스라엘의 왕이 된다. 기다리는 느긋한 리더십, 중심을 세우고 앞을 보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다윗은 후에 왕이 된 뒤에도 자신의 대적들이라고 할 수 있는 아브넬이나, 이스보셋 등의 죽음을 진정으로 가슴 아파한다. 미련할 정도로 통 넓은 사람, 죽음을 맞닥뜨리고도 세상 흐름에 자신을 내던지지 않는 사람. 그 다윗이 책 속에서 '안철수'라는 이름으로 내게 걸어 나온다. 이런. 또 찬양일색이 돼 버리고 말았다. 참으로 안철수는 매력이 있는 사람이다.

'경계해야 할 대상은 남이 아니라 자신'이라며, '이해하는 마음, 남에게 피해 안 주기, 다양성 인정하기, 상대방 말 경청하기, 사심 없이 대하기' 등을 말하는 것을 보면, 영락없이 인심 좋은 이웃집 아저씨다. 각박하고 약삭빠른 세상에서 고무신을 신고 밀짚모자를 쓴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난다. 그런데 그 그림이 자꾸 안철수와 겹친다. '이렇게 살다가 손해 많이 볼 텐데'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그의 인간됨이 오늘의 '안철수 신드롬'을 만든 게 아닌가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안철수 원장이 총선이나 대선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치인으로 둔갑하는 순간, 그의 인간됨과, 부드러운 CEO 리더십은 사라질 테니까. 물론 그 반대일 수도 있지만, 거의 확률이 없다고 본다. 정치라는 것의 속성으로 미루어 볼 때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안철수 원장이여! 사람 냄새 나는 국민적 리더로 계속 남아주시길!

덧붙이는 글 | <영혼이 있는 승부> (안철수 씀 | 김영사 | 2005.04 | 1만900원)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

안철수 지음, 김영사(2001)


태그:#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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