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지 아니하나니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 포도주도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됨이라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둘이 다 보전되느니라(마태복음 9장 17절)교회를 다니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유명한 성경 구절입니다. 껍데기만 아니라 알맹이도 변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한나라당이 당명(새 부대)을 바꿉니다. 당명을 바꾸는 것은 한나라당이 변했음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27일부터 이메일과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공모를 진행했으며, 마감을 2시간 앞둔 이날 오후 4시 현재 응모건수는 약 7천5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응모했습니다.
하지만 새 부대에 김빠진 맥주처럼 먹지 못하는 술은 새 부대만 버릴 뿐입니다. 즉 부대만 아니라 술도 새로 담아야 합니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과연 새 술을 담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나라당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점수를 많이 주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누리집 '네티즌발언대'에 올라온 글을 보면 '불신'입니다.
'kapf****'는 "새로운 당명은 아무래도 꽈당 혹은 사기당이 좋을 듯 합니다. 지금까지 그래 온 것처럼 그렇게 하시고 제발 말끝마다 '국민을 위해서' 운운하지 마시고... 그냥 '당익을 위하여'라고 정정하시기 바랍니다"고 했습니다. 말만 국민을 위한 정당이지, 속마음과 행동은 자신들 기득권을 위한 정당이라고 지적했습니다.
'114****'는 "당명은 서민고통당,재벌위한당,1%상류층당,부정부패당"이라면서 "차라리 없어져야 할당"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hyun16****'는 "한나라당 14년만에 문을 닫고 당명이 바뀐다더라구요. 당명만 바꾼다고 뭐하겠어요"라며 "소속 의원님들은 그 사람이 그사람 아닙니까? 때가 너무 늦은 감이 있는것 같네요"라고해 당명을 바꾼다고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그는 "이제까지 한나라당을 지지한 한 국민으로써 참 부끄럽고 쪽팔리는 일"이라고해 한나라당 지지자로서 부끄럽다고 한 후, "요즘 보니 뭐하겠다. 복지 우선,일자리 창출우선.다 좋죠. 그럼 13~14년동안 뭐했길래 이제와서 그런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한다는건지요. 그럼 이제까지는 그런 건 아예 생각도 안하시고 세비만 챙기고 계셨나보죠"라며 뒤늦은 복지 정책에 대해 따끔한 질책을 가했습니다.
한나라당을 향한 이런 불신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자업자득입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야당이었기때문에 잘못해도 국민들은 봐줬습니다. 그러니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한나라당은 기득권 대변 정당임을 증명했습니다. 이제와서 이명박 대통령을 탓하지만 한나라당 역시 부자감세와 4대강 사업, 미디어악법, 한미FTA,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등에서 한 배를 탔습니다. 한나라당이 이명박 정권이 추진했던 정책에 대해 '거수기' 노릇만 하지 않았다면 당명을 바꾸지 않았도 국민들은 신뢰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1%와 99%를 나눈 책임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것에 대한 뼈저린 반성이 없습니다. 당연히 누리꾼들이 '부자당', '꼴보기싫당','재벌위한당', '1%당', '두나라당'으로 당명을 바꾸라고 조롱하는 것입니다.
이제 한나라당은 새 당명으로 태어나겠지만 새 술을 담그지 않으면 '그냥그당'으로 유권자들은 생각할 것입니다. 한나라당 과연 새 술을 담글 수 있을까요? '자유당-공화당-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이어져 내려운 대한민국 수구 기득권 옹호 정당을 포기할 수 있을까요? 그럴 가능성에 점수를 많이 줄 수 없을 것 같은 불긴한 예감(?)이 듭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