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성하는 동안, 국가 공권력을 행사하는 자리에 그들의 심복들로 편중시켰다. 우리가 인내하는 동안, 국가 행정력을 그들의 목적들로 편향시켰다. 그리고 우리가 침묵하는 동안, 국가 공공성을 대표하는 국가가 그들의 소유로 잠식당해야만 했다." 어느 누리꾼의 MB정부 평가 글이다. 여기서 그들이란 과연 누구를 가리키는 걸까. 혹시 MB정권 초기, 소망교회 정권이라며 조롱당했던 친기독교계 관료들을 가리키는 것은 아닐는지.
지난 2008년 사상 초유의 범불교도대회 사태를 일으켰던 MB정부의 4년을 간단히 되짚는다. 그러며 이명박 장로 대통령과 그 측근 기독관료들의 종교편향으로 인한 피해사례를 되짚어본다. 이것은 그간의 종교편향 정책으로 인한 장로 대통령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즉 종교가 지녀야 할 근원적 가치인 평등사상을 올바로 확립하기 위함이다.
2008년부터 부각된 종교편향...도를 넘다
지난 17대 대선이 끝난 후 이명박 대통령은 3일에 걸쳐 소망교회를 방문해 큰 논란을 일으킨다. 이는 단순히 교회 장로로서의 자격이 아닌, 이후 정권인사 등용에 중대한 결정을 하는 변수의 꼼수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경숙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 수석의 등용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 출범 당시 고려대-영남권 인맥과 합쳐져 한때 '고소영 라인'으로 통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MB정권의 종교편향적 인물의 중용 배치는 계속 사회적 논란의 화두로 등장하며 불교계와의 대립각을 세웠다. 바로 고위 공직자의 종교편향적 발언 때문이었다.
장로 대통령의 뒤를 이어 입성한 주대준 청와대 경호처장. 그는 2008년 5월 "모든 정부부처의 복음화가 나의 꿈"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이는 이른바 '예수천국, 불신지옥'의 세상을 만들겠다는 암묵적인 종교 강요 행위에 다름없다. 주 처장의 "정부부처의 복음화"는 이후 MB정권을 대표하는 상징적이 표현으로 등극한다.
이어 2008년 6월, 전국 경찰복음화포스터에 등장한 어청수 전 경찰청장. 어 청장은 당시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와 포스터 상단에 나란히 얼굴을 맞댔다. 심지어 이 포스터는 일부 사찰 주변에도 부착돼 고의성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조계종은 "이명박 대통령은 어청수 경찰청장을 앞세워 종교적 코드정치를 하고 있다"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밖에도 ▲ 국토해양부 경관계획수립지침 대상에 전통사찰 누락 물의(2008.07) ▲ 경찰,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 차량 검문검색 논란(2008. 07) ▲ 청와대, 부시 미대통령 방한 시 원로목사 초청 예배 논란(2008. 08) ▲ 교과부, 교육정보시스템에 사찰 누락 논란(2008.08) 등 수십여개의 종교편향 정책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도를 넘는 종교편향...이제는 공모범행? "'알고가'(도로안내) 시스템의 사찰 누락 사건은 의도적 범죄다. 실수로 조계사와 봉은사 표기를 놓칠 수 있다. 문제는 그에 비해 주위의 교회 표시를 너무나 자상하게 했다는 점이다. 바로 형평성을 잃은 문제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예전 표기됐던 사찰의 지명까지 정성껏 지웠다는 점이다. 바로 고의성이 다분한 문제다."(조계종 신자 김아무개씨) 지난 2008년 6월 정부는 이전 도로안내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한다는 명목으로 '알고가'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불교계에게 된서리만 맞았다. 경제적 효율성을 살린다는 야심찬 계획의 국토부 정책이었지만, 정작 중요한 역사관광자원인 천년고찰의 지명을 배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조계종 한 신도는 국정운영의 배타성을 지적했다. 그는 "국가 공권력과 행정력을 사심에 치우쳐 편향적으로 행사했다는 문제, 즉 공공성을 져버린 극악무도한 사건"이라고 일갈했다. 덧붙여 그는 "이건 실수가 아니라 계획적인 음모와 횡포"라고 분노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이 사건을 접하며 다음과 같은 종교적 표현으로 안타까움을 전했다.
"우리가 (그들을)경계하고 염려하는 것은, (그들은)그들의 만행을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사명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하나님도 용서 못할 MB정권의 종교평화 유린 정책
국민의 눈을 무섭게 만드는 정권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는 정권 국민의 눈에 피눈물 흘리게 하는 정권 억울하게 죽임당한 이들의 피가 울부짖고 있는 세상 그 울부짖음마저 가두려는 곳에서는 하나님도 가만두지는 않을 것이다. 한 인터넷 종교 신문의 편집장이 남긴 말이다. 위 내용을 본 또 다른 누리꾼은 "조금은 감정적일 수도 있겠지만 현 MB정권의 실상을 표현하는 절절한 심경이 아닐까요"라고 화답했다.
지난 2008년 8월, 전국 승려와 불자 수십만명이 광화문에 모여 범불교도대회를 진행했다. 이는 장로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 집권 후 전국 곳곳에서 성시화, 국시화, 국가복음화 등의 단어가 노골적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또한 각 지자체 단체장, 국회의장, 국회의원, 기초의원 등이 노골적인 종교편향 발언과 정책, 혈세지원으로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일부 단체에선 종교전쟁이라는 단어까지 나올 정도였다.
얼마 전 법랍 66세로 입적한 지관 대종사 스님은 누구보다 종교편향을 강하게 성토했다.
재공자취리불공즉법난(在公者取利不公則法亂) 재사자이사취리즉사난(在私者以詐取利則事亂) 사난즉인사불평(事亂則人事不平) 법난즉민원불복(法亂則民怨不服) 공직에 있는 자가 이익을 취함에 공평하지 못하면 법이 어려워지고 개인들이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이익을 취하면 일이 얽혀 어지러워진다. 일이 복잡해지면 인사가 불공평해지고 법이 어려워지면 백성들이 원망하고 복종하지 않는다. 이 법문의 메시지는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차별하지 말라'는 뜻이다. 또 자신의 종교만이 옳다는 미망의 굴레를 벗어나 우리사회가 화합과 통합, 평화와 상생의 길로 나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다시 뽑고 싶은 대통령"순위 여론 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현직임에도 불구, 채 2%를 받지 못했다. 이제 MB정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국가복음화를 노골적으로 주창하며 성시화 국가를 만들려 했던 이 정권의 꼼수의 끝이 보이려 한다. 지방자치단체 성시화의 꼼수, 대한민국 성국화의 꼼수, 대형교회 중심의 정치세력화 꼼수의 종말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앞서 지관 스님이 언급한 법문처럼,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더 이상 종교 차별로 인해 피눈물을 흘리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자료 참조. 범불교도대회 백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