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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관 등 측근 비리가 불거지면서 사퇴 압력을 받아온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사퇴의사를 밝히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최근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관 등 측근 비리가 불거지면서 사퇴 압력을 받아온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사퇴의사를 밝히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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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31일 오후 3시 43분]

지난 27일 사퇴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008년 추석(9월 14일) 직전 한나라당 친이계(이명박계) 의원 3명에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씩의 돈을 전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 한나라당 의원은 3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008년 친이계 일부 의원들에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이 든 돈 봉투를 돌렸고, 내게도 돈을 주었으나 바로 돌려줬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 의원은 "2008년 추석을 앞두고 최 위원장이 연락을 해와 시내 한 호텔에서 조찬을 함께 한 뒤 헤어지는데, 그가 '차에 실었다'는 말을 하기에 확인해봤더니 쇼핑백 속에 2천만 원의 현금이 들어 있었다"며 "비서진을 시켜 즉시 (최 위원장의) 정XX 정책보좌역에게 돈을 돌려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다른 두 명의 친이계 의원들에게도 정 전 보좌역이 각각 1천만 원과 5백만 원의 현금을 전달했으나, 이들도 바로 정 전 보좌역에게 돌려줬다"며 "특정한 명목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일종의 '관리용'이나 나쁘게 말하면 '정치적인 매수' 성격의 돈이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자신은 최 위원장이, 다른 두 의원은 '최시중의 양아들'로 불린 정 정책보좌역이 총 3500만원의 현금을 줬으나 모두 되돌려줬다는 것이다. 이 의원 외에 다른 두 의원은 관련 사실을 부인하거나 직접 연결이 되지 않았다.

최 위원장이 돈을 뿌렸다는 2008년 9월 추석 무렵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고소영', '강부자' 인선 파동과 쇠고기 촛불집회의 여파로 청와대와 내각이 개편된 직후였다. 인사 파동 등 초기 국정난맥에 대한 책임문제를 둘러싸고 정두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와 원로들 간의 내홍 속에 박영준 당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 청와대를 떠난 뒤였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의 원로인 최 전 위원장이 한나라당 친이계와 소장파를 관리하고 다독이기 위해 돈을 뿌리게 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시중, 당선축하금 운운한 뒤 돈 전달"... '박희태 돈봉투' 두 달 뒤

자금의 출처도 주목받고 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최 전 위원장은 당시 조찬자리에서 "역대정권들은 다 (대통령) 당선 축하금을 받았는데 이명박 정부는 그러지 않았다. 그걸 받아서 나눠주면 불만 없이 뛰었을 텐데 이 정부는 그러질 않아서 흔들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최 위원장이 당선축하금을 받고 다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최 전 위원장이 재계 등지에서 '당선축하금' 형식으로 돈을 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최 전 위원장이 친이계 의원들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시점이 '박희태 돈봉투'사건이 벌어진 2008년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로부터 두 달 뒤고, 최 전 위원장과 박희태 국회의장이 당시 이명박계의 최고 원로들이라는 점에서 두 자금의 출처가 같은 곳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방통위원장의 특수활동비 28억 원(2008년 기준)에서 나온 돈일 수도 있으나, 이 경우라 해도 특수활동비 본래 목적과는 달리 사용했다는 점에서 역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태희 방통위 대변인은 이에 대해 "최 전 위원장이 관련됐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최 전 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전격사임한 배경이 이 사건 때문일 수 있다는 데 대해서도 "사퇴는 이전부터 고민해온 것"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미 2009년 7월 미디어법통과 직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에게 당시 정 보좌역이 "해외출장때 쓰라"며 돈을 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라는 점에서 최 전 위원장의 입지는 계속 좁아지고 있다.


태그:#최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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