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투표를 4년 뒤 총선부터 적용하자고? 한나라당은 4년 뒤에 없어질 텐데 무슨 수로 4년 후를 약속하나. 모바일 투표는 별로 시간도 안 걸린다. 별다른 준비도 필요 없다. 선거법 한 줄만 고치면 된다. 기술적으로는 선관위가 행안부와 협의해 사나흘만 준비하면 된다. 그런데 이걸 안해?"
누리꾼에게는 아프리카TV로 익숙한 문용식(53) 민주통합당 인터넷소통위원장의 말이다. 그의 말을 듣기 전인 지난 30일 <한겨레>에는 흥미로운 기사 한 토막이 실렸다. 1·15 민주통합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당시 투표에 든 비용을 분석한 결과 1인당 모바일은 1400원 선, 현장투표는 1만3400원 선이었다는 게다. 모바일 투표가 현장투표의 1/10 값이면 된다는 게다.
값싸게 선거를 치를 수 있는 묘책이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모바일 투표가 효자노릇을 했다는 게 알려지니 정치권엔 이참에 돈 안 드는 선거를 제도적으로 확립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한데, 한나라당이 수상하다. 겉으로는 좋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반대한다. 심지어 다음 총선 때부터 모바일 투표를 도입하자는 황당한 주장을 한다. 한나라당은 왜 모바일 투표 도입에 부정적인 것일까.
"한나라당은 '겁쟁이'... 민주 흥행대박 발목잡기"문용식 민주통합당 인터넷소통위원장은 29일 가장 먼저 한나라당사 앞으로 가서 1인시위를 벌였다. 모바일 투표 도입에 부정적인 한나라당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그는 "모바일 투표로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리자"며 "한나라당은 여야합의로 선거법 개정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그는 31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도 한나라당을 호되게 비판했다. 4·11 총선 민주통합당 후보 선출을 위한 모바일 선거인단에 200만명 이상의 폭발적 참여를 예상한 문 위원장은 한나라당을 향해 "겁쟁이"라며 "민주통합당의 흥행대박이 겁나 발목잡기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위원장은 또 "한나라당이 모바일 투표 도입이 매우 복잡한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선거법 한 줄만 고치면 된다"며 "선관위가 행안부와 협의해 사나흘만 기술적으로 준비하면 될 것을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은 고비용 정치구조를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는 대안을 안 받는, 정치적으로 매우 명분이 없는 짓"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문용식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민주통합당은 이번 총선의 공직후보 선출 과정에 모바일 투표를 도입하자고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반응은 다음 선거부터 적용하자는 취지인데, 어떻게 생각하나."4년 뒤 총선부터 모바일 투표를 도입하자는 것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4년 뒤에 한나라당이 남아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없어질 당이 4년 후를 약속한다는 게 말이 되나. 시행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니 천천히 도입하자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모바일 투표 도입에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별다른 준비도 필요 없다. 선거법 한 줄만 고치면 된다. 선관위가 행안부와 협의해 사나흘만 기술적으로 준비하면 된다."
- 한나라당이 왜 모바일 투표 도입을 반대한다고 생각하나."대단히 정략적이다. 모바일 투표가 도입되면 민주통합당 선거인단 모집에 대거 몰릴 것을 우려한 입장이다. 지난번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때 80만이 모였다. 아마 국회의원 후보를 뽑는 모바일 투표에는 약 200만명 정도가 참여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흥행대박이 날 것이다. 그걸 한나라당이 겁내는 것이다. 한나라당에 불리한 결과가 올 것이라고 보고 발목잡기 하는 것이다. 강력히 규탄한다."
- 공직후보 선출을 위한 모바일 투표 방법은 어떻게 되나."전국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하는 당내 선거에는 지역구별 인증작업이 필요없다. 그러나 국회의원 공천 문제는 지역구 유권자인지 인증작업을 해야 한다. 신용평가회사를 통한 본인인증 작업, 이동통신사로부터 핸드폰 본인인증 두 절차가 있다. 여기에 이 사람이 어느 지역구에 사는지도 인증절차를 거쳐야 한다. 가장 간편한 방법은 선관위가 선거법을 고치는 것이다. 선거법에, 공당이 공직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경선에서 선거인단 지역구 인증을 요청하면 선건위를 이에 협조해야 한다, 이 한줄만 추가하면 된다."
- 그럼 어떻게 되나."그럼 선관위가 행정안전부의 협조를 받아 지역구 인증작업을 하게 된다. 전산용어로 쿼리를 날려주면 끝이다. 행안부 DB로 해당 지역구에 사는 사람이 맞으면 YES, 아니면 NO 이렇게 하면 선거인단에 최종 등록이 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심플한 것을 안할 이유가 없다."
"모바일 투표, 줄 세우기 동원경선 돈봉투 없앨 수 있다"
- 모바일 투표가 전면 도입되면 한국정치에 어떤 효과가 있겠나.
"당내 경선 줄 세우기, 동원경선, 돈봉투 등 고비용 정치구조가 혁명적으로 바뀔 수 있다. 또 유권자들도 편해진다. 참여율을 높이고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가져올 수 있는 모바일 투표를 거부한다는 것은 정말 정치적으로 명분이 없는 짓이다."
- 모바일 투표를 공천과정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인가."우선은 당내경선에만 적용하자는 게 우리 입장이다. 4월 총선이나 12월 대선 같은 국가 선거에 모바일 투표를 적용하기에는 국가적 준비가 부족하다. 양대 선거는 조금이라도 오차가 있어서는 안 되고, 산간벽지에도 모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성과 엄밀성이 있어야 할 정도로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만일 국가적으로 도입한다고 해도 전국이 한꺼번에 하기보다는 순차적으로 시범지역을 정해 차분히 시행해야 할 것이다.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쳐야만 전국 선거를 모바일로 할 수 있게 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집권하면 반드시 국가선거도 모바일 투표를 도입하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부재자투표도 할 필요가 없다. 로밍의 보안 문제가 풀리면 해외에서도 투표가 가능한 세상이 열린다."
- 200만명 정도가 참여할 걸로 내다봤는데, 그 근거는 무엇인가."현재 지역구별 선거구가 245개다. 그중 전략공천을 하거나 단일후보 또 경선이 없는 곳을 빼면 약 150여곳에서 경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한 한 지역구당 1만명 이상은 참여할 것으로 본다. 그것만 합쳐도 150만명이다. 200만명은 충분히 가능한 숫자다."
- 대선 때도 후보결정에 모바일 투표가 도입될 수 있을까?"일단 우리는 500만명의 선거인단이 모집될 것으로 예상한다. 500만명의 시민들이 직접 대통령 후보를 뽑는 사상 초유의 실험을 해보고자 한다. 지난 번 80만명의 선거인단께는 신청 당시 자동적으로 총선과 대선에도 선거인단의 자격을 드릴 테니 참여하겠느냐는 동의를 받지 못했다. DB는 구축돼 있지만 동의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모집될 200만명을 대상으로는 동의절차도 밟아 다가오는 대선 때 선거인단으로 참여해주십사 부탁을 드릴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자동으로 모바일 투표에 참여할 권리가 생긴다."
- IT업계에서 종사해온 분으로 판단할 때 스마트폰이 가져올 정치혁명은 어디까지 가능하다고 전망하나."90년대 중반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우리의 산업과 사회에 미친 파급력은 굉장했다. 15년이 지난 지금 모바일 시대가 열렸다. 미국 모건 스탠리의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은 인터넷의 곱하기 10배의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만큼 변화의 크기와 강도는 엄청난 것이다. 모바일은 현재의 소셜미디어와 결합돼 있다. 하루종일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의 이동형 개인 단말기를 들고 다닌다.
TV보다 핸드폰 들여다보는 시간이 훨씬 많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사회적 관계망이 구축돼 있다. 과거에는 신문과 방송이 여론을 좌우했지만 그 영향력은 급속히 줄고 있다. SNS가 그 영향력을 대체하는 강력한 미디어로 급부상했다. 따라서 소셜미디어에 의해 촉발된 2040세대의 정치참여 욕구가 엄청나게 커질 것이다. 이것은 미래의 여론형성의 주류 미디어가 될 것이다. 이번 총대선에서는 소셜미디어 영향으로 2030대 투표율이 굉장히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소셜미디어 영향으로 2030세대 투표율 굉장히 증가할 것"- 책장 속 참여민주주의가 걸어서 직접 행동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인가."우리는 쉽게 모바일로 후보만 선출해야 되나 생각해볼 수 있다. 각 당이 대립되는 정책결정을 해야 할 때 모바일 선거인단에게 물어볼 수 있다. FTA의 전면철폐냐 개정이냐 묻는 게다. 정책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이것은 참여민주주의의 직접 행동의 시초가 될 것이다. 더 이상 소수가 밀실에서 당론을 결정할 수 없게 된다. 여론조사도 힘을 잃는다. 직접 선거인단에 물으면 된다. 그것이 훨씬 정확하고 힘도 있다. 대의제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모바일 혁명으로 시민발안, 주민소환 등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 세계 다른 나라에서 모바일 투표가 도입된 곳이 있나."지난 1·15 민주통합당 전당대회가 전 세계에서 처음 도입된 것이다. 대중음악 등의 한류가 퍼지듯이 이것도 잘되면 정치한류가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한다."
- 얼마 전 '정치혁명과 소셜네트워크'라는 주제로 경기도의원을 대상으로 강의가 있었다. 정치인들의 반응은 어땠나."5년 후에도 정치할 생각이라면 소셜미디어 혁명에 주목하라는 것이 제 얘기의 핵심이었다. 소셜미디어 혁명은 너무나 큰 트렌드로 우리 앞에 닥치고 있기 때문에 그 환경에 올라서지 않으면 정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 공감했다."
- 모바일 투표 등 소셜미디어 혁명이 갖는 부정적 영향은 없겠나."미디어 격차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나이 든 세대에 대한 배려는 꼭 보완돼야 한다. 필요하면 당 차원에서 교육도 해야 한다. 그리고 현장투표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 한나라당이 끝내 모바일 투표를 도입하지 않겠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차선책을 마련해서라도 모바일 투표는 꼭 해야 한다. 행안부 DB 검증을 할 수 없다면 신용평가회사의 DB로 검증하는 방법이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민원24로 현장에서 원스톱으로 지역구 인증을 할 수도 있다. 또 현장에서 접수를 받으면서 오신 김에 거주지 인증까지 확인을 부탁드려서 거주지 인증 절차를 밟게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것은 솔직히 좀 귀찮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돼? 할 수 있다. 또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심리적 장벽도 있어서 이렇게 되면 참여율이 대폭 줄어들 것이다. 한나라당이 노리는 게 바로 이 지점이다. 참여율을 떨어뜨리는 것. 그렇게 되면 기대만큼의 컨벤션 효과는 내기 어려울 것이다. 200만 참여에 차질이 생길 수 있겠지만, 그래도 모바일 투표는 꼭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