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대 캠리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새롭게 만든 차다. 그래서 차량 곳곳에는 103가지의 디테일을 담았다. 정숙성과 편안한 승차감은 기본이다. (뉴 캠리는) 6세대 보다 개선된 연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무장한 글로벌 핵심 모델이다." 아키오 일본 토요타 사장이 지난 1월 18일 한국서 열린 뉴 캠리 신차발표회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2009년 리콜 사태와 작년 3월 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구겨진 토요타의 자존심 때문일까. 이날 그가 던진 메시지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그리고 새롭게 태어난 토요타의 운명(?)은 캠리가 쥐고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 그만큼 절실하다는 얘기다.
캠리는 1983년 미국에서 처음 출시된 이후 매년 32만~55만 대가 팔려 10년 넘게 세단 판매 1위에 올랐던 베스트셀러다. 내구성과 품질은 이미 검증 받은 상태다. 그런 신형 캠리가 한국에 다시 돌아왔다. 2009년 첫 데뷔한 이후 3년 만이다.
이번엔 현해탄이 아닌 태평양을 건너왔다. 미국 태생이다. 켄터키 공장에서 생산된다. 북미에선 작년 9월에 데뷔, 초기 반응이 좋다는 분석이다. 이제는 한국이다.
신형 캠리가 과연 국내 중형차시장의 절대강좌로 군림하고 있는 쏘나타와 K5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그랜저 까지 위협할 수 있을까. '중형 세단의 교과서'라 불리는 신형 캠리를 부산과 남해 및 여수 일대 250㎞ 구간에서 타봤다.
평범하면서 질리지 않은 디자인... 소비자 어필 겉모습은 평범하다. 파격적인 변신보다는 질리지 않는 단순미를 살렸다. 쏘나타의 화려함과 K5의 멋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음식에 비유하면 짜고 맵지 않다. 싱겁다. 마치, 소금기가 전혀 없는 나물을 먹는 맛이다. 밋밋하다. 대신에 좀 더 디테일해 졌다. 차량 곳곳에는 날렵한 직선을 넣어 역동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더 묘한 매력을 풍긴다.
눈에 띄는 부문은 날개 모양의 그릴이다. 헤드램프 끝 부문까지 연결된 그릴의 모양은 역동적이다. 옆면은 각진 캐릭터 라인을 이용해 스포티한 느낌을 추구했다. 후면 역시 툭 튀어나온 리어램프와 크롬도금의 트렁크 리드와 조화를 이뤄 중후한 멋을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균형감을 이룬다.
독특한 것은 F1 기술에 사용되던 에어로 다이내믹 핀을 적용한 것이다. 사이드 미러와 리어 램프에 작은 핀을 달았다. 마치 램프 위에 혹이 달랑 붙은 모양이다. 실제 시승하면서 체감할 순 없었지만 고속 주행 시 차체의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토요타 측은 설명한다.
구형보다 실용적이며 고급스런 실내실내는 단순하다. 그렇다고 촌스럽지도 않다. 간결하면서도 단정한 느낌이다. 이전 모델보다 좀 더 고급스러워졌다. 쏘나타나 K5에 비교해 화려하지 않다. 은색 도금과 우드 장식을 적절히 사용한 인테리어는 깔끔하다.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가죽 소재 대시보드에 바느질로 마감 처리해 이전보다 고급스런 느낌을 준다.
스티어링 휠에는 핸즈프리와 오디오 조절창치를 배치했고 핸들 오른쪽에는 크루즈컨트롤 기능을 넣었다. 최근의 인테리어 흐름을 반영한 듯하다.
공조장치들도 조작감이 좋다. 계기판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심플하다. 시트는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전동 조절식이다. 착좌감이 좋다. 뒷좌석은 6대 4 분할 폴딩 방식이다.
차체 크기는 길이 4805mm, 너비 1820mm, 높이 1465mm다. 이전 모델보다 길이가 10mm 줄었지만 작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뒷좌석 탑승자의 무릎 공간은 15mm 늘었다. 실내공간은 넉넉하다. 특히 뒷좌석에는 성인이 3명이 타도 불편함이 없다. 수납공간도 충분하다. 기어노브박스와 도어 부문에 각각 2개의 컵홀더를 마련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토요타와 LG전자 공동 개발한 내비게이션이다. 선명도는 이전 보다 훨씬 뛰어나다. 한국고객들을 위한 세심한 배례다. 디테일은 또 있다. 10개의 에어백과 10개의 스피커가 적용된 JBL 카오디오도 매력적이다.
캠리하이브리드, 고속주행 힘 넘쳐... 연비 리터당 23.6km시승차는 2.5 가솔린 XLE와 하이브리드 XLE 두 개 차종이다. 먼저 하이브리드를 탔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2.5리터 가솔린엔진과 무단 자동변속기(e-CVT) 및 전기모터와 궁합을 맞춰 시스템 최고 출력은 203마력의 힘을 낸다. 엔진출력은 150마력, 전기모터 출력은 143마력이다.
시동키를 눌렀다. 조용하다. 엔진음이 들리지 않는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니 슬그머니 움직인다. 40km 이내의 저속주행에서는 전기모터가 구동한다. 속도를 내기 위해 가속 페달을 깊게 밟자 엔진과 모터가 함께 작동한다. 중저속 구간인 100km이내에서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유지한다.
노면에서 들려오는 소음도 그리 심하지 않는다. 시속 150km 까지는 부드럽게 치고 나간다. 이후 구간에서는 힘이 딸린 듯 핸들에 진동이 느껴진다. 고속에서의 주행안정감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캠리 하이브리드의 최고 매력은 연비다. 공연연비는 리터당 23.6km로 1등급을 획득했다. 특히 연비는 이전 모델(리터당 19.7km)보다 높아졌다.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가덕휴게소 까지 40km구간에서의 실 주행 연비를 확인해 보니 리터당 15.7km 나왔다. 시승 구간 내에서 급가속이나 브레이크를 많이 사용한 탓에 썩 좋지 않은 연비를 나타냈다.
캠리 가솔린 모델에 올랐다. 시동키를 누르자 핸들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진다. 공회전 상태에서의 소음은 나름 조용하다. 발을 가속페달에 살짝 올려놓자 민첩한 반응을 보인다. 너무 빠르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유격을 유지한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패밀리 세단이 갖고 있는 기본기를 충분히 반영한 듯하다.
가속페달을 밝고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올렸다. 1800rpm(엔진회전력) 이내에서 묵직한 엔진음이 귓가에 들린다. 속도를 120km로 올렸다. 안정된 밸런스를 유지하며 쭉쭉 뻗어나간다. 엔진회전력에 비해 출력이 부족하지 않다.
그렇다고 맥(?)빠진 가속감은 전혀 아니다. 6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했지만 수동변속도 가능해 나름대로 파워 넘치는 가속력을 즐길 수 있다.
캠리 가솔린, 구형보다 터프한 승차감...쏘나타·그랜저 잡을까?승차감은 구형보다 약간 단단해졌다. 캠리 특유의 부드러운 승차감은 여전하다.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터프(?)한 세팅이 맘에 든다. 패밀리 세단의 성격을 감안하면 이해가 된다. 여성운전자나 초보운전자들에게 충분한 승차감의 맛을 제공할 것으로 생각된다.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은 민첩하다. 중저속 구간은 부드럽지만, 고속 주행에서는 구형보다 단단하게 세팅됐다. 특히 고속주행에서도 소음과 진동은 잘 잡혀있다. 풍절음도 귀에 거슬릴 정도가 아니다. 적당한 수준이다.
브레이크 제동능력도 만족스럽다. 시속 100km 이내에서도 밀리는 현상 없이 안정되게 반응된다. 코너링에서도 차체가 심하게 쏠리지 않고 코스를 감아 돌아 나온다. 이는 VSC(차체자세제어장치), TRC(트랙션 컨트롤), EBD(전자식 제동력 분배장치), ABS (잠김방지 제동장치), BA(제동보조장치) 등 안전 시스템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신형 캠리 2.5 가솔린 모델은 구형 보다 최고출력은 175마력에서 181마력으로 올랐다. 연비는 리터당 12.0km에서 12.8km 향상됐다.
이와 관련, 유키히로 오카네 도요타 수석 엔지니어는 "뉴 캠리는 차량 경량화로 이전보다 가솔린 중량은 40kg, 하이브리드는 70kg씩 줄여 연비를 높이고 핸들링, 가속, 제동 능력 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신형 캠리의 경쟁모델로 수입차는 어코드, 국산차는 쏘나타와 K5를 꼽고 있다. 그랜저까지 넘보고 있다. 일단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캠리 2.5가솔린 모델은 3390만 원으로 이전 모델에 비해 100만 원 낮아졌고 하이브리드 모델은 300만 원 줄어든 4290만 원이다. 그랜저 2.4와는 가격차이가 약 27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정영창의 아우토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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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주관적인 생각일까. 7세대 신형 캠리를 시승한 후 이런 느낌이 들었다. "가장 토요타 다운 차.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자동차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실용성을 추구한 무난한 중형 세단"이라는 것. 캠리는 기본기가 튼튼한 차다. 그래서 대중성을 지녔다. 현재 전 세계에서 1400만대 이상 팔린 것만 봐도 더욱 그렇다. 아키오 토요타 사장의 말대로 캠리는 '소비자와의 소통'에 얻어진 단련된 차다.
한국토요타 측은 신형 캠리 판매목표를 연간 6000대로 잡았다. 지난달 18일부터 사전계약에 들어간 뉴 캠리는 1월 말 현재 1500여 대를 돌파했다. 이는 전체 목표치의 25%에 해당된다. 초기 반응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다. 신형 캠리는 명품 브랜드다. 이는 전 세계 고객들이 이미 입증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존재감을 각인 시키지 못하고 있다. 올 한해 캠리의 활약으로 국내 중형차시장 규모가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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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창 기자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 편집국장입니다. 이 기사는 오토모닝에도 동시에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