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으로 지어진 16개 보를 2000억 원가량이면 모두 철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정부가 4대강 사업의 1년 관리 비용으로 책정한 금액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의 핵심사업인 보를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은 있었지만 이러게 구체적인 비용이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일 서울 종로구 한국건강연대 강당에서 대한하천학회 주최로 열린 '차기 국회에 바라는 4대강 사업의 처리 방향' 토론회에서 윤석구 서울산업대 교수는 "보를 철거하고 1년이면 원금 회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보를 철거하면 관리에 들어가는 1년 예산 2000억 원을 매년 절감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합천보 해체비용 126억... 16개 보 해체에 2016억 필요윤 교수는 4대강 해체비용을 계산하기 위한 모델로, 가장 비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낙동강의 합천보를 선정했다. 합천보는 다른 보와 달리 본체 안에 철근이 촘촘히 배근되어 일반적 중장비로 완벽히 철거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콘크리트에 구멍을 무수히 내어 폭파하거나 철근을 일정 부분 잘라내고 안에 화약을 넣어 발포하는 방법 등을 써야 한다.
윤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해체 작업에 필요한 예산과 작업 동안 물길을 막기 위해 설치해야 하는 가물막이 공사비용, 공사도로와 폐기물 운반처리 비용 등 합천보 해체에 필요한 모든 공정의 비용은 126억 원이다. 이를 전체 16개 보에 적용했을 때 총 예산 2016억 원으로 전망됐다. 윤 교수가 제안한 해체 방식은 물속에 잠겨 있는 기반 시설물을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보의 역할을 수행하는 보 구조물 부분만 해체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용은 정부가 4대강 사업 유지관리 비용으로 책정한 비용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4대강 사업의 유지관리비용으로 1990억 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즉 1년 치 유지비용이면 보의 해체가 가능하고, 이후부터 매해 관리비용으로 들어가야 하는 약 2000억 원을 아낄 수 있게 된다.
윤 교수는 "미래 세대들이 더 좋은 곳에 쓸 수 있을 돈이 불필요하게 소비돼서는 안 된다"며 "지금은 다른 문제점들을 떠나서 보를 해체하는 게 더 경제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토건은 기본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몰래 사적 이익을 취하는 세력들이 '토건세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토목기술자들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생각하는 게 본분"이라며 "4대강 사업이 이에 합당한 사업인지, 유지관리비용 및 미래세대에 미칠 영향을 철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4대강 사업, 다른 나라에서는 불가능"김정욱 대한하천학회 회장(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날 토론회 주제발표에서 "독일과 미국은 댐 건설이 문제가 되자 즉각 공사를 중단하고 법률적 대책을 만들어냈다"며 "사실상 우리나라 4대강 사업과 같은 공사는 다른 나라에서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16개 보의 안전성을 조사한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16개보 중에 절반 이상인 9개에서 누수가 발생했고 계속해서 보 밑의 모래가 쓸려나가 언제 주저앉을지 안전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민간합동조사단의 정밀한 안전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산 너머 산' 4대강사업..."보 주저앉을 수도")
홍현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해마다 드는 국가하천비 4000억 원에 정부에서 말하는 유지관리비 2000억 원만 더해도 6000억 원인데, 여기에 역행 침식이나 재퇴적, 수질악화 개선비까지 고려하면 1조 원이 훨씬 넘어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대한하천학회는 오는 22일에 4대강 콘서트를 개최하고 3월 초부터 제5차 4대강 지역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이와 관련해 이들은 공식적으로 국토부에 공동조사를 제안하는 등 활동계획을 넓혀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