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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을 책방 겸 놀이방으로 쓰고 있는 금지·윤재 가족이 거실책방에서 과일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거실을 책방 겸 놀이방으로 쓰고 있는 금지·윤재 가족이 거실책방에서 과일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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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고 산 책이 몇 권 안돼요. 대부분 그냥 얻은 거계요. 조금만 관심 가지면 무료로 책을 주는 곳이 널려 있거든요."

거실에 가득한 책을 보고 "책값이 많이 들겠다"며 인사 삼아 건넨 말에 대한 오정숙(43·전라남도 화순군 화순읍)씨의 대답이다. 그녀는 "세상에 공짜로 볼 수 있는 책이 정말 많다"고 했다.

오씨 가족이 공짜로 책을 얻는 비결은 뭘까. 바로 '출판사 서평단 활동'이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소문이 난 이후 출판사마다 새로 나온 책을 보내주겠다고 줄을 선다. 책을 서점에 깔기 전에 먼저 읽어보고 서평을 써달라는 부탁과 함께.

새로 나온 책을 남들보다 앞서 볼 수 있는 것은 이들에게 행운이다. 책을 다 본 다음 쓰는 서평도 글쓰기에 큰 도움을 준다. 다른 사람들이 써놓은 서평을 훑어보는 것도 여러 사람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때로는 출판사에서 상품권을 보내오기도 한다. 공짜로 책을 볼 수 있도록 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사은품까지 받으니 더 큰 기쁨이다. 이렇게 본 책이 수백 권을 넘는다.

책읽기는 즐거운 놀이예요

금지와 윤재가 거실책방에서 책을 보며 글을 쓰고 있다.
 금지와 윤재가 거실책방에서 책을 보며 글을 쓰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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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와 윤재가 최근 엄마, 아빠랑 다녀온 전남도립도서관. 아이들이 열람실을 놀이터 삼아 책을 보고 있다.
 금지와 윤재가 최근 엄마, 아빠랑 다녀온 전남도립도서관. 아이들이 열람실을 놀이터 삼아 책을 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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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공공도서관도 공짜로 책을 볼 수 있는 좋은 곳. 오씨 가족에게 도서관은 즐거운 놀이공간이다. 거기에서 보고 싶은 책을 실컷 읽는다. 집으로 돌아올 땐 여러 권을 빌려온다.

"우리 아이들은 책 읽기를 놀이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재밌는 놀이요. 금지와 윤재가 책 읽는 걸 보면 정말 즐겁게 읽거든요."

이들 가족의 책읽기는 거실에서 이뤄진다. 거실의 터줏대감인 텔레비전과 소파를 치우고 책으로 장식한 거실은 아이들의 독서실이자 놀이방이다. 늘 책이 눈에 보이고 손만 뻗으면 닿으니 아이들도 좋아한다. 그날 읽은 책에 대해 가족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거실에서 이뤄진다.

강요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책장을 넘긴다

금지가 엄마(오정숙)랑 거실책방에서 같이 책을 보고 있다.
 금지가 엄마(오정숙)랑 거실책방에서 같이 책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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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숙 씨가 책방으로 꾸민 거실에서 금지와 윤재의 책읽기를 지켜보고 있다.
 오정숙 씨가 책방으로 꾸민 거실에서 금지와 윤재의 책읽기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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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와 윤재가 네 살, 세 살 때였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이야기 책을 읽어줬죠. 이왕 읽어주는 것 기쁘게 읽어주자는 생각으로 했는데요. 그게 책읽기 놀이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혼자서 글을 읽게 된 뒤로는 따로 책을 보고, 책 내용과 관련된 그림을 그리고 역할놀이도 했다. 신문을 오려붙여 테마 신문도 만들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상상의 나래를 활짝 폈다. 동심도 토실토실 여물었다.

오씨는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한 번도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책 읽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습관을 길러준 게 생활이 됐을 뿐이다. 책을 읽은 다음에는 아이들의 뒷얘기를 들어주는 것도 모두 엄마의 몫이다.

아이들과의 공감대 형성? 어렵지 않아요

금지의 그림. 앤이 책을 보며 공룡나라를 여행하고 요리사도 만나보는 장면을 그렸다.
 금지의 그림. 앤이 책을 보며 공룡나라를 여행하고 요리사도 만나보는 장면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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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가 그린 그림을 엄마에게 보여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금지가 그린 그림을 엄마에게 보여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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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볼 수 없는 것을 마음껏 상상하고, 또 아는 것이 많아지니까 책 읽는 게 재밌어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책을 보는 딸 금지(화순초등학교 4학년)의 말이다. 매사 꼼꼼한 성격으로 창작에 관심이 많은 금지는 훌륭한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다.

"책을 많이 읽으니까 할 이야기가 많아져요. 재미도 있고. 수업 시간에 발표도 많이 할 수 있고요." 만화와 추리소설에 큰 관심을 보이는 아들 윤재(화순초등학교 3학년)의 꿈은 법의학자가 되는 것이다.

"책을 많이 읽으니 아이들이랑 할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아요. 공감대 형성이 쉽게 되는 거죠. 집중력이 높아져 학교 공부에도 도움이 되고요. 나중에 사회생활을 하는데도 훌륭한 밑거름이 되겠죠."

오정숙·박현덕(46)씨 부부는 오늘도 거실 책방에서 아이들이랑 함께 책을 보며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금지와 윤재네가 거실에서 함께 책을 보고 있다.
 금지와 윤재네가 거실에서 함께 책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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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를 멈추고 잠시 장난을 하고 있는 금지와 윤재네. 왼쪽부터 엄마(오정숙), 박금지, 박윤재, 아빠(박현덕)다.
 책읽기를 멈추고 잠시 장난을 하고 있는 금지와 윤재네. 왼쪽부터 엄마(오정숙), 박금지, 박윤재, 아빠(박현덕)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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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금지, #박윤재, #오정숙, #박현덕, #거실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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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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