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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군 이래 단일 무기도입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인 8조3000억 원 규모 차기 전투기 도입사업 경쟁이 본 궤도에 진입했다. 정부는 올 10월까지 기종 선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정권 말 대규모 무기 도입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3회에 걸쳐 차기전투기 사업의 전모를 알아보고 그 문제점을 점검한다. [편집자말]
차기 전투기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4개 업체와 기종은 각각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 '라이트닝 II', 보잉의 F-15SE '사일런트 이글',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러파이터 '타이푼', 스웨덴 사브(SAAB)의 JAS-39 '그리펜' NG 등이다.

 록히드마틴 F-35 '라이트닝 II'
 록히드마틴 F-35 '라이트닝 II'
ⓒ Lockeedmar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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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잉 F-15SE '사일런트 이글'
 보잉 F-15SE '사일런트 이글'
ⓒ Bo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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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은 기종을 선정하는데 도입 비용과 요구성능(ROC) 충족성, 운용적합성(상호운용성), 경제∙기술적 편익 등 크게 4가지 기준에 따른 150개 항목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4가지 기준별 평가 점수(비율)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4월 초까지 연구해 마련한다. 전투기의 성능과 도입 가격뿐 아니라 관련 기술 이전 조건 등을 꼼꼼히 따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차기 전투기 기종 선정의 관건은 스텔스와 기술 이전 조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기 기종은 스텔스 기능을 갖춘 전투기가 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스텔스 기능은 레이더 반사면적을 최소로 줄여 적으로부터 탐지될 가능성을 낮추는 기술이다. 스텔스의 핵심은 레이더 반사 단면적(RCS)를 얼마나 축소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우리 공군의 주력인 F-15K 전투기의 RCS에 비해 본격적인 스텔스기인 F-35의 RCS는 1/10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의 선행연구에서는 "차기 전투기의 미래 작전환경과 작전운영 개념을 고려할 때 당초의 스텔스 기능이 적절하다"고 F-35에 유리하게 진단했다.

F-15SE와 유러파이터 '타이푼'은 제한적인 스텔스 기능을 가졌다. F-15에 스텔스 기능을 보강한 모델인 F-15SE는 외부로 노출된 무기를 최대한 내장시키고, 특수 도료를 칠해 적의 레이더 탐지를 피해 생존성을 높였다. 하지만 동체 모든 부분이 스텔스 기능을 갖춘 것은 아니어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공기흡입구와 조종석 등 기체 중요 부위에 스텔스 설계를 도입한 유러파이터 '타이푼'도 마찬가지다.

스텔스 성능 F-35가 독보적... "과다한 비용" 반론도

하지만 스텔스가 만능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투기를 탐지하는 데는 레이더뿐만 아니라 소음, 적외선, 시각적 판별 등의 방법도 있는데 스텔스 기능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다른 모든 탐지 장치들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또 차기 전투기가 운용될 향후 30년 안에 스텔스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기술이 출현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실제 지난 1999년 3월 27일, 나토군의 코소보 공습에 참가했던 미 공군의 F-117A '나이트 호크' 전투기가 당시 세르비아 군이 보유한 구소련제 대공미사일에 격추된 일도 있다. F-117A는 최초로 실전에 배치된 미군의 스텔스기다.

격추된 F-117A기의 잔해 지난 1999년 3월 27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코소보 공습에 참가했다가 세르비아군의 방공미사일에 격추된 F-117A '나이트 호크'의 잔해. F-117은 미군이 최초로 실전 배치한 스텔스기였다.
▲ 격추된 F-117A기의 잔해 지난 1999년 3월 27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코소보 공습에 참가했다가 세르비아군의 방공미사일에 격추된 F-117A '나이트 호크'의 잔해. F-117은 미군이 최초로 실전 배치한 스텔스기였다.
ⓒ Daily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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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스텔스 기능이 모든 작전에 요구되는 성능이 아닌데, 이 것만을 위해 과다한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즉 한국 공군에는 공대공, 공대지, 공대함, 정찰 등 여러 작전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롤(Multi-role, 다목적) 전투기가 필요한데, 스텔스기인 F-35의 경우 상대적으로 멀티롤 성능은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스텔스기는 레이더 탐지를 피하기 위해 기체 안에 미사일과 폭탄 등을 싣는데, 그 양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어서 일반적으로 전투력은 비(非) 스텔스기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스텔스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정비시간과 비용도 기존 전투기에 비해 더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기체 정비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 실제로 작전에 사용할 수 있는 가동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술이전에선 유러파이터가 유리한 조건 제시

공군은 차기 전투기 계획(FX)과는 별도로 '보라매 사업'으로 명명된 한국형 전투기 개발계획(KFX, Korea Fighter eXperimental)도 추진하고 있다. FX 사업이 장거리 투사작전 능력을 가진 최신예 전투기를 외국으로부터 직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KFX는 수명주기가 넘어 노후화가 심각한 F-4, F-5를 대체할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을 그 목표로 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보라매 사업을 위한 기술이전 및 국내 방위산업 육성 등을 FX사업 제안 요청서에 명시했다.

기술 이전에 가장 적극성을 보이는 곳은 유러파이터 '타이푼'을 생산하는 EADS다. EADS는 한국에 판매할 전투기 60대를 3단계로 나눠 라이센스 방식으로 한국내에서 생산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전체 물량 중 10대만 유럽에서 생산하고 24대는 한국에서 최종 조립, 나머지 26대는 부품까지도 한국에서 생산하겠다는 조건이다. EADS측은 "유러파이터 타이푼이 한국의 차기전투기로 선정될 경우 단순한 제품 판매가 아닌 기술판매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F-35를 내세운 록히드마틴은 '스텔스 기술 일부 이전'이라는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해 7월 이 회사의 스티븐 브라이언 항공사국제사업개발담당 부사장은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우리는 한국 정부가 원하는 모든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준비가 돼 있다. 여기에는 스텔스 기술이전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단기적으로는 한국에서 부품을 조달하고 장기적으로는 한국에 조립라인을 세워 F-35에 대한 한국의 소요를 충당한 뒤 수출용을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F-35를 한국에서 생산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미 한국 공군에 60여 대의 F-15K를 판매한 바 있는 보잉은 "만약 한국 정부의 요청이 있으면 마지막에 인도되는 F-15K의 일부(8대)에 한해 스텔스 기능과 내부 무기 탑재 시스템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기술 이전과 함께 세계 시장에서 전투기 판매를 위한 영업 노하우의 이전 가능성도 시사했다. 지난해 11월 보잉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F-15SE의 내부무기탑재실(CWB)의 공동개발·생산에 대한 합의각서(MOU)를 체결했다. 무장을 기체 내부에 수납하여 레이더에 탐지되는 면적을 줄이는 내부무기탑재실은 스텔스 전투기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 유러파이터 '타이푼'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 유러파이터 '타이푼'
ⓒ EA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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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브 JAS-39 '그리펜' NG
 사브 JAS-39 '그리펜' NG
ⓒ SA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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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DA는 사업타당성 보고서에서 기술이전 측면에선 유러파이터 '타이푼', F-15SE, F-35 순으로 평가했다.

뒤늦게 수주전에 뛰어든 사브의 '그리펜' NG는 작전성능이 다른 기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경쟁구도에서 다소 밀려 있지만, 과거 사브가 한국에 전투기 공동개발을 제의한 전례에 비추어 FX사업의 변수로 작용할 여지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방산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3기종 모두 획득가격이 총사업비 상회할 가능성 높아

항공기 단가를 산정하는 데는 기체와 엔진만을 포함하는 대당 항공기 순수가격(플라이어웨이 코스트, Flyaway cost)으로 표시하는 방식과 여기에 훈련장비, 임무장비, 초기 부품 비용 등을 포함시킨 프로그램 코스트로 표시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플라이어웨이 코스트가 전투기 자체의 값과 비행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 스페어부품 등만을 포함한 가격이라면 프로그램 코스트(Program cost)는 전투기 자체의 구입 비용 외에 스페어 부품, 무장, 조종사 및 정비사 교육비용, 매뉴얼, 그 전투기에 필요한 지상 장비 및 공구, 새로 짓게 될 격납고 등의 모든 가격이 포함된 가격이다.

차기 전투기 프로그램 코스트에 대해 방사청 관계자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선행연구에서 2010년 기준 가격으로 록히드마틴사가 F-35를 0.99억 달러(1040억원, 1달러=1050원 환산), 보잉사가 F-15SE을 1100억 원대, 유럽 EADS사가 1200억 원대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코스트로만 놓고 볼 때는 3개 기종 모두 총사업비 8조3천억 원을 충족시킨다. 뒤늦게 FX에 참가 의사를 내비친 그리펜은 KIDA의 연구에서 빠져있다.

하지만 플라이어웨이 코스트를 따져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KIDA가 지난 2010년 작성한 사업타당성 보고서는 최초 인도시점인 2015년을 기준으로 할 때 플라이어웨이 코스트가 "F-35는 66.02억 달러(대당 1155억 원), F-15SE는 79.54억 달러(대당 1392억 원), 유로파이터는 76.74억 달러(대당 134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FX 총사업비 8조3천억 원 중 종합군수지원 10.2%, 임무장비 8.4%, 항공탄약 5.4%, 시설공사 2.9%, 훈련장비 1.2%를 제외한 71.7%(5조9463억 원)가 항공기 기체와 엔진 도입 비용으로 책정되었다. 이 예산을 60대로 나누면 차기 전투기의 플라이어웨이 코스트는 대당 991억 원으로 3개 주요 경합 기종 모두 예산을 크게 초과할 전망이다. 2021년까지 진행될 FX의 총사업비가 10조 원을 훌쩍 뛰어 넘기는 것이 불가피해 보이는 까닭이다.


#차기 전투기#F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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