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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4월 총선 지역구 불출마가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초점은 박 비대위원장이 비례대표 후순위로 '배수의 진'을 치느냐, 아니면 비례대표마저 포기하며 '백의종군' 하느냐로 꼽힌다.

 

박 비대위원장은 6일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번 주 중 빠른 시일 내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 자리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으며 책임이 막중했고 당 쇄신도 하면서 총선도 잘 치러야 되고 여러 생각하며 고민했다"고 밝혔다.

 

비록 지역구 출마 여부에 대한 확답은 없었지만, 박 비대위원장이 향후 공천 과정의 인적쇄신에 힘을 싣고 총선을 진두지휘하기 위해선 '지역구 불출마'를 택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게다가 지역 주민들은 이날 박 비대위원장의 불출마를 권유했다. 박 비대위원장과 이날 점심을 같이 한 지역구 당원협의회 간부들은 "여기(지역구)는 신경 쓰지 말고 큰일을 하시라", "우리는 대통령을 원한다"며 사실상 지역구 불출마를 건의했다. 또 "비례대표를 받아서 지역에 벌여놓은 사업들을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힘을 써달라"는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비대위원장이 자신의 출마 여부와 관련,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만큼 지역구 불출마를 위한 '명분'도 마련된 셈이다.

 

'지역구 불출마' 발판 마련한 대구행... 이제 남은 것은?

 

사실 박 비대위원장의 '지역구 불출마' 필요성은 이미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다. 유력 대권주자인 그가 4월 총선에서 4선에 성공하더라도 곧 대선을 준비하기 위해 지역구를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 점을 들어 박 비대위원장이 총선을 거쳐 대선행보를 하기 보단, 곧바로 대선으로 직행하는 게 낫지 않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당 비상대책위가 출범한 이후엔 그 필요성이 좀 더 커졌다. 박 비대위원장이 솔선수범해 기득권을 포기해야 텃밭을 지역구로 하는 친박계 현역 중진 의원들이 '기득권 포기'에 동참할 수 있단 얘기였다. 또 선관위 디도스 공격이나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각종 악재로 벼랑 끝에 몰린 새누리당이 총선을 돌파하기 위해선 박 비대위원장이 선거 전면에 나서 활동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이 때문에 "현역 의원 절반 이상을 물갈이 한다"는 공천기준이 발표될 즈음엔 박 비대위원장의 '수도권 출마설', '비례대표 1번설'이 나돌았다. 특히 차명진 의원은 지난달 17일 의원총회에서 "(박 비대위원장은) 지역구 출마가 아니라 비례대표 끝번으로 나와야 한다"며 총선 돌파를 위해선 '비례대표 1번'도 불충분하단 주장을 폈다.

 

쇄신파도 이 같은 주장에 합류했다. 홍일표 의원은 의총 직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차피 각 총선 지역구 다니면서 지원을 해야 하고, 대선에도 나가야 할텐데 비례대표로도 굳이 나올 필요가 있겠냐"며 "적어도 지역구 출마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은 다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영진 의원도 지난달 25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비대위원장이 지역에 얽매이는 거 옳지 않다고 본다"며 "지금 수도권 어디냐, 그리고 비례대표 몇 번이냐, 이 부분은 좀 더 시간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승부수를 띄운다면 수도권에 나올 수 있겠지만 전국적인 총선 지원하는데 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비례대표로 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비례대표마저 포기하면 '인적쇄신' 마중물 될 수 있을까

 

이처럼 박 비대위원장이 '비례대표 후순위'를 달고 전국적인 선거 지원에 나서면 새누리당의 총선 돌파는 좀 더 수월할 수가 있다. 특히 당내에서는 박 비대위원장이 민주통합당 '문재인-문성근-김정길' 트리오의 출전으로 경합지역이 돼 버린 PK(부산·경남)의 민심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부산지역의 한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사실 출마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보지만 총선도 이끌어야 하고 대선도 있으니 위원장 본인이 결단할 문제 아니겠냐"라며 박 비대위원장의 '지역구 불출마' 필요성에 동의했다.

 

더 큰 승부수를 요구하는 이도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불출마 문제를 왜 이리 늦게까지 끄는지 모르겠다"며 "비례대표 출마도 포기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비례대표 불출마보다 강북 등 당의 열세지역에 박 비대위원장이 출마하는 게 더 좋다"며 "그래야 수도권 분위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짚었다. 'MB 심판론' 구도가 지배하는 수도권 선거를 '대선후보 박근혜 지지' 여부를 묻는 선거로 바꿀 수 있는 초강수란 얘기였다.

 

그러나 박 비대위원장이 '수도권 출마'를 택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이미 박 비대위원장 본인이 "정치를 안 하면 안 했지 그렇게 지역구를 바꾸진 않는다"고 말하는 등 지역구 변경에 대한 반대 의사를 직접적으로 표명한 바 있고, 낙선할 경우 대선 행보에 치명적 상처를 입게 된다.

 

이보다는 박 비대위원장이 '비례대표 후순위' 출마마저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좀 더 설득력이 있다. 당 안팎에서는 박 비대위원장이 확실하게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현재 자리를 비키지 않는 친박계 중진·고령 의원들의 불출마 동참도 이뤄질 것이라 보고 있다.

 

현재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의원 8명 중 3선 이상 중진 의원은 5명에 불과하다. 이 중 친박계 의원은 대구 달서을의 이해봉 의원 뿐이다. 탄핵 역풍을 맞았던 17대 총선 당시 중진 의원 26명이 불출마를 선언했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박 비대위원장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현역 중진 의원들도 (불출마와 관련된) 입장을 정리하지 않겠냐"며 "무언가 계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박계 중진 의원 중 한 명은 "아직 공천의 원칙, 방향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도 없는데 언론에서 너무 추측성 기사만 남발하고 있다"며 "박 비대위원장이 어떤 결단을 내리더라도 공천 방향에 대한 (당내의) 합의가 있어야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태그:#박근혜, #새누리당, #총선 , #지역구 불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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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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