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의 일은 아니다. 우리가 막연히 일본의 침몰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 포카라의 지반 침하는 일반적으로 포카라에 사는 사람들은 인식하고 있는 일이다.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 등에서 녹아내리는 만년설이 페와 호수로 길을 찾아 오는 과정에 생긴 물길 때문이다.
포카라를 여러 차례 찾았지만 호수를 가로질러본 적은 없다. 분명 포카라에 자랑은 네팔 사람 그 누구라도 페와탈(페와 호수)이라 말한다. 그들이 자랑으로 여기기 좋게 신은 하나의 조화를 만들어준 것 같다. 포카라 호수의 중앙부에는 작은 섬이 있다. 그것을 사원으로 조성했고 많은 네팔인들이 그곳에서 기도를 하는 명소가 되었다.
우리는 작은 뗏목을 타고 페와 호수를 건너 대형 탑이 있는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세계평화기원탑이다. 포카라 사람들에게 '페와 탈 스투파'라고 물으면 모두가 그곳으로 안내할 것이다. 오래전 왕정시절 초대 총리가 건설했다고 하는데 나중에 중국의 지원을 받아 다시 조성되었다고 한다.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명소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평화의 기원보다는 포카라 호수에 비친 히말라야를 보고 싶은 욕심이 더 많은 듯하다. 하지만 그곳에 올라 한번쯤 세계평화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일상에 묻히고 지나치며 살아가다보면 눈앞에 현실에만 집착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란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은 높은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헛웃음을 짓는 사람들도 더러 있으니 말이다.
마차푸차레가 더욱 선명해지는 산행, 그와 함께 내가 딛은 포카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포카라 전경을 보면서 새삼 놀랍다. 생각보다 큰 도시란 생각과 깊은 침묵의 도시처럼 보인다. 더구나 잔잔하게 누워있는 듯 도시가 가라앉은 느낌이다. 어쩌면 그래서 가라앉는 도시라 했는지 모르겠다.
포카라는 도시 아래에 히말라야에서 내려오는 물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계속 가라앉고 있다고 한다. 세상 사람들이 즐거움을 누리고 낭만을 노래하는 도시 포카라가 슬픔을 간직한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포카라를 추억할 사람들이 잊혀진 도시 포카라, 사라진 도시 포카라를 떠올릴 생각을 하면 지금 우리가 오르는 세계평화기원탑에 평화의 기원은 더욱 절실하기만 하다. 포카라는 카트만두와 함께 해발 900미터 위치에 자리잡은 도시다. 대부분 사람들은 포카라를 카트만두에 이은 제2의 도시로 알고 있다. 그러나 네팔 동부의 비락나가르가 사실상 제2의 도시고 포카라는 규모면에서 제3의 도시다.
포카라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그 명성을 얻었고 그로 인해 포카라가 더 알려져 있다. 비락나가르는 인도국경 인근의 도시로 인도에서 네팔로 들어오는 주요화물의 수송로이자 네팔을 살리는 하나의 문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세계평화기원탑에 오르고 다시 그 길을 내려섰다. 멀리 히말에 노을이 비추기 시작했다. 붉게 타오르는 히말이다. 히말라야는 노을빛에서 발생되는 열기로 막을 이루어 그 신비감을 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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