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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저녁에 열린 자유선진당 당무회의.
 지난 8일 저녁에 열린 자유선진당 당무회의.
ⓒ 자유선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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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심대평 두 정치 거물들의 투톱체제로 지난 18대 총선에서 선전해 제3당으로서의 위상을 지켜온 자유선진당이 결국 두 전·현직 대표의 갈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8일 열린 자유선진당 당무회의에서는 심대평 대표가 내놓은 '공천심사위원회' 인선안을 놓고 이회창 측근인 박선영 의원과 이흥주 최고위원이 공심위 구성 절차를 문제 삼으며 반발해 심의가 연기되는 파행을 겪어야 했다.

이들은 공심위 구성은 당무회의 추천을 받도록 되어 있는데, 심 대표가 미리 공심위원을 정한 뒤 지난 6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회람을 시켰다며 이는 당헌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결국, 중재에 나선 의원들에 의해 공심위 구성은 9일 열리는 최고위원 및 국회의원 연석회의로 연기됐지만, 이날 표출된 불만은 이회창, 심대평 두 전·현직 대표의 갈등이 최근 측근들의 '막말 비난'으로 번지면서 촉발된 '감정의 골'이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심 대표가 이 전 대표를 '독선과 아집으로 가득 찼다'고 비난한 뒤 탈당하면서 최고조에 이르렀던 두 사람의 갈등은 이 전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심 대표가 다시 당에 들어와 대표직을 맡으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1월, 과거 이 전 대표의 측근이었던 박석우 중앙위원회 상임고문이 이 전 대표의 정계은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게 됐다. 그러자 이 전 대표의 측근인 박선영 의원이 지난 6일 심 대표의 사퇴 및 불출마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다시 심 대표의 측근인 심상억 정책연구원장이 '이회창은 박선영을 데리고 탈당하라'는 성명을 내면서 양측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8일 열린 자유선진당 당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선영 의원.
 8일 열린 자유선진당 당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선영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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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서 열린 8일 당무회의에서는 박선영 의원이 심 대표를 앞에 두고 다시 한 번 사퇴를 촉구하고 이흥주 최고위원이 이를 거드는 '낯 뜨거운 상황'까지 벌어졌다.

박 의원은 이날 '신상발언'을 통해 "지금까지 누가 자유선진당을 지켜왔는가, 누가 자유선진당을 키워왔는가"라면서 "총리인선 문제로 심 대표께서 일찍이 탈당해 나가셨다, 그래서 교섭단체가 깨졌고 그 뒤로 우리당은 참으로 힘든 가시밭길을 걸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와중에 우리당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살신성인의 심정으로 이회창 전 대표께서 물러나셨다, 이는 충청권 대결집을 위해 심대평 대표님을 모셔오고자 선공후사한 것"이라면서 "그런데 그 후로 무엇이 변했는가. 무려 넉 달 만에 (당 지지도가) 1%대로 하락한 것 외에 아무것도 없다"고 쏘아 붙였다.

또 "그렇게 당을 망쳐놓고도 최소한의 직함도 없이 동네 강아지 이름 부르듯이 '이회창은 박선영을 데리고 탈당하라', 김정일에게도 '위원장'자를 붙여주시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데 최소한의 직함도 없이 이런 보도자료를 내는 것은 정말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총선이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와도 제대로 된 정책하나 못 내오면서 결초보은은 못할망정 이 무슨 해괴망측한 발언이란 말인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밖에서 소리만 지르는 사람들은 이제 그만 다 나가 주셨으면 좋겠다"고 심 원장의 탈당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끝으로 심 대표를 향해 "점령군처럼 나서서 당헌당규를 무시하며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은 이제 그만 물러갈 때가 되었다, 얼마나 더 당을 망칠 작정인가"라며 "심대평 대표님께도 다시 한 번 직언을 드리겠다, 내 탓이오 하는 심정으로 물러나주시기 바란다, 인재영입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길을 터주실 때가 되었다, 나 아니면 안 되는 것 자체가 오만과 독선"이라고 쏘아 붙였다.

이흥주 최고위원도 심상억 정책연구원장의 성명을 반박하며 박 의원을 거들고 나섰다.

그는 "우리당은 정계에 복귀하여 무소속 대선 후보로 나선 이회창 총재와 국민중심당의 심대평 대표님 두 분이 대의로 뭉쳐 탄생한 정당이다, 그 어려웠던 대선과 창당과정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의 최근의 경거망동은 참으로 안타깝고 놀라운 일"이라며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우리당에 최근 입당해서 정책연구원장의 중책을 맡은 심상억씨의 성명이 그 개인만의 생각인지 매우 의심스럽다"면서 "또한 심대평 대표께는 나에게는 측근이 없다고 늘 강변하시지만 언론에서는 그를 대표 측근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심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또 "그가 지적했듯이 이 총재를 비롯한 모두를 떠나도록 한 후 자유선진당을 누가 어떻게 지킬 것인가, 과연 심 대표 홀로 이 당을 성공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회창 대표의)탈당을 요구한 것인가"라면서 "공당의 주요당직자로서 최소한의 예의범절도 모르는 사람을 당의 중책에 임명하신 대표께서 강력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
 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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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 심 대표는 "잘잘못을 따지면 한이 없다", "대표를 기본적으로 믿지 못하는 발언을 계속하지 말라", "대표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심대평과 함께 안 하면 되는 것이다", "누구든지 당의 화합과 단합 이외에는 지금은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며 불쾌한 감정을 억누르며 자제를 요구했다.

그는 또 "총선 치르고 난 뒤에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정치적 책임 질 것"이라면서 "우리 안에서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이 총재님과 심대평을 이간질 붙여서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모두 적절치 않은 발언을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들에게 여러 번 호소하지 않았는가, 지금은 비록 심대평이가 마음에 안 들더라도 함께 가는 것이 옳다, 그래야 총선이 된다"며 "내가 총재 모시고 가겠다고 얘기했지 않는가"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그는 박선영 의원을 향해 "이 심대평이가 없어도 된다고 박선영 의원이 말씀하셨는데, 내가 독선적이거나 자만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심대평이가 떠난 자유선진당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여러분이 더 잘 안다, 10%가 훨씬 넘었던 충청권에서의 지지조차 받지 못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그렇게 함부로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게 옳다고 생각해도 안으로 말씀을 하셔야 한다, 적절치 못한 발언이었다"면서 "여러 말씀 드리고 싶지 않다,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당 대표실로 오라"고 말하고 회의를 마쳤다.

심 대표 체계 4개월을 맞는 자유선진당이 의원 연쇄 탈당 사태에 이어 내홍으로 위기가 커지고 있다. 


태그:#심대평, #이회창, #자유선진당, #박선영, #이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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