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대구의 야당과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범야권연대 후보단일화' 논의가 정당 간의 입장 차이로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고 있다.
대구지역 야당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2012 대구 범야권 시민연대'는 지난 2월 7일 체인지대구 사무실에서 열린 대표자회의에서 후보단일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민주통합당 권오혁 대구시당위원장이 "무소속 후보는 단일화의 대상이 아니다"는 발언을 두고 진보정당들이 반발하고 나서 회의가 중단됐다.
민주통합당 "무소속 단일화 배제" 발언에 진보정당 강력 반발이날 회의에서 권오혁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진보신당 장태수 시당위원장은 회의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 성명을 내고 "민주통합당은 범야권 시민연대를 파탄 내려는가?"고 비판했다.
장 위원장은 "진보·개혁적 무소속 후보도 야권연대에 참가할 수 있다는 기존의 결정을 뒤집는 것"이라며 "민주통합당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오만함에서 나온 말"이라고 비난했다.
통합진보당 대구시당도 민주통합당에 대해 "야권이 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대구 정치현실에서 각 정당의 목표를 넘어선 더 큰 가치와 행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공유했기 때문에 야권 단일후보를 내고자 노력해 왔다"며 "연대의 근본 취지조차 무시하는 독선적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권오혁 민주통합당 대구시당위원장은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면서도 "당 내부에서도 후보가 불리할 경우에는 탈당해 무소속으로 갈 경우도 있는 만큼 무소속에 대해서도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권 단일화는 정당 간의 단일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범야권시민연대는 후보를 모집하면서 정당 및 단체 소속 후보뿐만 아니라 진보 개혁적 활동 경력과 비전을 가진 무소속 후보도 포함하고 신청자를 대상으로 '보편적 가치'와 '공동정책' 수용, '공동선대위' 참가를 비롯한 3대 과제 동의서약서까지 받았다
이에 1차 후보 마감 결과 전체 17명이 신청했고 이 가운데는 이재용(중남구), 안경욱(북구 갑), 김현익(동구 을) 등 무소속 후보가 3명이 포함됐다. 이 중 김현익 후보는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다.
민주통합당이 무소속 후보를 야권연대에 포함하지 않으려는 데에는 이재용 예비후보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환경부 장관을 지냈으나 민주통합당 전신인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전력이 있다.
또한 김부겸 최고위원이 지역구를 고민할 때 시민단체가 중남구에서 이재용 후보와의 경선을 통해 야권연대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새누리당 후보를 이기자는 제안에 대해 두 후보가 동의했었다. 그러나 김부겸 최고위원이 이재용 예비후보가 이길 때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서야 한다고 제안하였고 이재용 후보가 이를 수락하지 않아 결렬되었다. 이 때문에 민주통합당 안에서는 "탈당한 사람과 야권 단일화를 논의하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민주통합당의 이런 기류는 김동열 대구 KYC 대표가 입당해 중남구 출마를 선언할 때에도 나왔다. 당시 권오혁 위원장과 김동열 후보는 "야권 단일화는 정당 간의 단일화여야 한다"며 무소속을 배제할 뜻을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진보정당들은 민주통합당이 대구의 12개 전 지역구에 자기 당 후보를 내기 위한 꼼수라며 야권연대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권후보 단일화 '동상이몽'
야권연대 단일화에 대한 각 정당과 시민단체의 생각도 서로 달라 단일화에 이르기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지난 1월 27일 열린 공개 토론회에서 통합진보당은 '정치적 합의'를 우선에 두고 "진보정치 세력 및 무소속 후보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정치적 양보"를 요구했다. 최소한 절반의 선거구에서 합의에 따른 단일화를 이루고 나머지 지역구에 경선을 도입하자는 주장이다.
진보신당도 "야권의 정치적 다양성 보장과 지역인재 육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정치협상을 통한 조정이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도 "대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다른 범야권후보에 비해 결코 우월한 위치에 있지 않다"며 민주통합당이 다른 범야권의 요구를 수용하는 차원에서 최소한 2~3곳의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준비한 후보에게 선거구를 조정하거나 출마를 포기시킬 수는 없다"며 "모든 후보자가 승복할 룰을 만들어 경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모든 선거구에 대해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정하자는 것이다.
현재 범야권이 경합하고 있는 선거구는 ▲'수성구 갑'에 김부겸(민주통합당), 이연재(진보신당) ▲'동구 갑'에 임대윤(민주통합당), 송영우(통합진보당) ▲'북구 갑'에 김용락(민주통합당), 안경욱(무소속) ▲'북구 을'에 이헌태, 김중걸(민주통합당), 조명래(통합진보당) ▲'중남구'에 김동열(민주통합당), 김태훈(창조한국당), 이재용(무소속) ▲'달성군'에 김진향(민주통합당), 정우달(통합진보당) 등이다.
통합진보당은 12개 선거구 중 4명이 출마해 중 3개 선거구에서 민주통합당과 경합을 벌여야 하고 진보신당도 1명 밖에 후보를 내지 못했으나 민주통합당과 경선을 해야 할 판이다. 이 때문에 민주통합당의 양보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항간에서는 야권연대가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소리도 나온다. 어차피 양보할 수 없을 바에야 단일화 방식에 대한 문제로 차일피일 시간만 끌다가 각 당이 독자적으로 선거에 임할 것이라는 우려다.
한편 범야권시민연대는 오는 13일 후보단일화 원칙과 시기 등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할 예정이다. 민주통합당도 이때까지 당의 공식 입장을 밝히기로 해 향후 범야권후보 연대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 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티엔티뉴스(www.tntnews.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