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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 ⓒ 남소연
국가권력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을 중도 사퇴시킨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청와대로 옮아가고 있다.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캠프'를 총괄 지휘했던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과 돈봉투의 연관 고리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전당대회 돈봉투를 최초 폭로했던 고승덕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의원이 검찰 조사에서 김 수석의 실명을 거론한 사실이 9일 밝혀졌다. 검찰이 '윗선'을 일부 파악하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검찰에 따르면, 고 의원은 지난달 검찰 조사에서 "박 후보 캠프로부터 오전에 돈 봉투를 돌려준 당일 오후 누군가 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와 보니 '김효재'라는 이름이 떴고, 첫 마디가 '돈을 왜 돌려주는 겁니까'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고 의원은 또 "이에 '제 마음이 그러니 그냥 받아주십시오'라고 응대했으며, 김 수석은 '알겠습니다'라고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밝혔다.

박희태 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씨도 김 수석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고승덕 의원실로부터 돈봉투를 돌려받은 고씨는 앞서의 검찰 조사에서 "누구에게도 보고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돈을 썼다"고 진술했지만 "책임 있는 분이 자기가 가진 권력과 아랫사람의 희생만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며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

특히 고씨는 당시 캠프 상황실장이었던 김 수석에게 돈봉투를 돌려받은 사실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고씨는 검찰 조사에서 "김 수석이 돈봉투를 돌려받은 사실을 보고 받은 뒤 '그걸 되돌려 받으면 어떡하냐'며 짜증을 냈다"는 구체적인 정황도 설명했다.

김 수석의 전 보좌관이 돈봉투를 돌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나라당 모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에 "2008년 전당대회 직전 7월쯤인가 오후시간대 의원회관에 앉아 있었는데 당시 김효재 의원의 보좌관 K씨가 돈이 든 봉투를 전달하고 갔다"며 해당 보좌관의 명함을 공개했다.

이 관계자는 또 "K보좌관이 주고 간 노란색 서류봉투를 받아 스카치테이프로 붙인 부분을 떼고 열어보니 그 안에 백봉투가 하나 있었다"며 "백봉투 안에는 세 묶음으로 된 300만 원이 있었고 '박희태'라고 쓰인 명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고승덕 의원이 증언했던 돈봉투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박희태 캠프 상황실장' 김효재,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중심에

김 수석 측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돈봉투를 돌린 것으로 지목된 K 전 보좌관은 <연합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전당대회 당시 나는 캠프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나를 음해하려는 의도로 누군가 악의적인 제보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수석 본인도 돈봉투를 돌려준 고 의원에게 전화를 건 인물이 자신이라는 의혹에 대해 "고 의원과는 18대 국회 들어 말 한 마디 해본 적 없고 눈길 한번 나눈 적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김 수석의 '항변'은 고 의원과 고씨의 진술로 신뢰성을 잃게 됐다. 구체적인 정황과 증언이 수집된 이상, 현직 청와대 수석의 검찰 소환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낮지 않다.

무엇보다 김 수석은 '전당대회 돈봉투'의 전반적인 상황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김 수석은 가장 빨리 '박희태 캠프'에 합류해 실무준비단 단장 역할을 맡았고 '상황실장'으로 모든 실무를 총괄했다. 전당대회 직후에는 박희태 의장의 대표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 돈봉투 자금출처 및 이동경로를 추적해야 할 검찰 입장에서도 김 수석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셈이다.

민주통합당 등 야권도 검찰의 지지부진한 수사 속도를 성토하며 김 수석에 대한 소환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이날 하금열 대통령 실장 예방자리에서 "김 정무수석이 취임 축하차 저를 한 번 찾아오셨는데 (고 전 비서와) 일면식도 없다는 얘기도 하시고 너무 거짓말을 하셨다"며 "공직을 하시기에는 부적격자가 아닌가 생각한다,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김 수석은 아직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일부 언론이 보도한 '김 수석의 사퇴설'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수석은 처음부터 돈봉투 사건과 무관하다고 밝혔고 지금도 그런 자세에 변화가 없다"며 "청와대도 김 수석의 주장을 더 신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선을 불과 2개월 앞둔 지금, 청와대 현직 수석이 검찰에 출두하는 초유의 사태가 불거지기 전에 문제를 매듭 지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이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11일 귀국하면 김 수석이 공식 사퇴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당대회 돈봉투#김효재#박희태#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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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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