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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싸고 교과부(장관 이주호)와 서울교육청(교육감 곽노현)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김형태 의원을 비롯한 서울시의원 11명이 교권보호조례를 정식으로 발의하고, 입법 절차에 들어갔다.

현재 교총 등이 강하게 반대하는 가운데 이 교권보호조례(교권조례)는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학생단체, 인권단체 등 각계 의견 수렴을 거쳐 빠르면 2월 27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상정될 예정이다. 교권조례가 이날 통과된다면 3월 1일 개학과 함께 시행될 수도 있다.

이 교권조례를 둘러싸고 찬반이 존재하는 가운데 찬성하는 쪽에서는 교권조례의 시행으로 '교사의 정당한 권한을 보호받을 수 있어 결과적으로 학생의 학습권 보호와 교육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고, 반대 측에서는 '대립만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교권 침해의 사례를 살펴보고, 교권조례 시행으로 우리 교단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따져보자.

[사례1] 학교 돈으로 이사장 묘소 참배 다니는 교사들

서울 A학원 교사들은 해마다 40~50명이 한식(寒食) 추석 전 일요일에 경기도에 있는 이 학교 설립자 묘소에 참배를 하러 간다. 신규교사들은 한식이나 추석 전 자기 조상 묘소 참배는 못해도 이 행사에는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어떤 때는 학생들도 참가한다고 한다. 더 웃기는 것은 묘소 참배를 가면서 교수학습활동비로 허위 서류를 꾸며 학교 돈으로 비용을 댔다.

서울 B학원 교사들은 김장철이 되면 교장 집에 김장을 하러 다녔다. 자기 혼자 가는 줄 알았는데, 가보면 다른 교사도 와 있어 민망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학교에서는 교장 이사 하는 날에 이사짐 나르는 일을 젊은 교사들을 불러서 시킨 적도 있었다.

또 다른 학교에서는 학생회 간부, 반장, 부반장들까지 동원했다. 설날에 여교사들 한복 입게 해서 설립자 또는 이사장에게 세배 다니는 학교도 있었다. 부장들이 젊은 교사들을 중심으로 꼭 가야 한다고 종용해 자기만 빠지기도 쉽지 않았다. 물론, 교사나 학생 중 가고 싶어서 가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참석할 수밖에 없다. 21세기 대한민국, 이런 일은 특히 사립학교에 많았다.

그러나 교권조례가 제대로 시행되면 이런 데 안 다녀도 된다. 제9조의 규정에 의해 학교장은 설립자 묘소 참배나 이사장 세배와 같은 사적인 지시, 업무와 관련 없는 지시를 할 수 없게 된다. 이 교사들에게는 얼굴도 모르는 설립자 묘소 참배를 안 가도 되고, 설날에 부모 친척 찾아 인사하기도 바쁜데 이사장에까지 세배 안 가도 되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

교권조례 제9조(학교장의 책무) 5. 학교장은 교원에게 학교교육과 관련이 없는 업무 지시나 사적인 요구를 할 수 없다.
교권조례 제14조(사립학교 교원의 권리 보호 및 교육활동 지원)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 경영자는 사립학교 교원의 권리 보호 및 교육활동 지원을 국공립학교 교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보장하여야 한다.

[사례2] 학부모가 학생 앞에서 교사 폭행

MBC <하이킥3> 중 한 장면
 MBC <하이킥3> 중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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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에는 서울 송파구 C학교에서 교사가 자기 아이만 차별한다는 이유로 한 학생의 부모, 외할머니 등 가족에게 학생들 앞에서 수업 시간에 머리채를 붙잡힌 채 폭행을 당했다. 이 교사는 부상과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을 해야 했다.

2011년 5월 공주의 D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여학생에게 욕을 했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체벌을 당하자 학생의 아버지가 교실까지 찾아왔다. 승강이를 말리는 다른 교사를 주먹으로 때려 교사는 전치 5주의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언론에서 가장 많이 다룬 사례는 2010년 학부모가 교사의 뺨을 때리고 매값이라며 수표를 내밀었다는 민망한 사건이었을 것이다. 이런 때 대체로 교사들은 학부모들에게 당하고만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교권조례가 시행되면 교사와 학교장은 이런 학부모에 대해서 교실뿐 아니라 학교밖 퇴거를 요구할 수 있다. 부당하고 너무 심한 경우에 한해서 적용되겠지만 이런 근거가 있는 것만으로 교사에게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교권조례 제5조(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⑤ 교원은 학부모가 수업 및 교육적 지도를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방해하는 행위, 교사를 모욕하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 교원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등을 할 경우 학교 밖 퇴거를 요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사례3] 교육청은 비리 고발 교사 귀띔, 학교는 보복성 파면

2006년 서울 E학교 교사는 급식비와 동창회비 등 학교 비리에 대해서 제보했다가 파면당했다. 이 학교는 교사들의 민원에 의한 교육청 특별감사로 급식비, 동창회비 부정 등 15억의 비리가 밝혀져 이사장은 형사 처벌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 서울교육청은 민원을 낸 교사들의 실명을 그대로 학교에 주었고, 결국 민원을 주도한 3명의 교사들이 파면을 당했던 것이다.

2009년 서울의 또 다른 F학교 교사는 급식비와 교비 횡령 등 이사장의 비리를 고발했다가 파면당했다. 이 학교 역시 서울교육청의 감사를 통해 수억 원의 비리가 밝혀져 이사장은 이사승인취소 결정을 받고, 형사 고발돼 법원에서도 유죄 선고를 받았다.

교육청이 민원을 낸 교사의 실명을 그대로 학교 측에 제공해 징계의 빌미를 주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던 것이다. 학교의 비리 또는 부정을 고발하였다가 불이익을 받은 교사들에게 교권조례 제8조 제5항(민원 및 공익을 제보한 교원의 신변을 철저히 보호하고 이에 따른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은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다.

곽노현 서울교육감은 선거에서도 내부고발자의 신분 보호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이전에도 이런 약속은 있었지만, 이를 교육청 차원에서 명문 규정으로 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사전에 이런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뿐 아니라 내부 고발로 인해 불이익을 받은 경우의 사후 구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교권조례 제8조(교육감의 책무) ⑤ 교육감은 교원이 교육행정기관 혹은 학교관리자에 대해 제기한 민원과 공익 제보를 한 내용을 성실히 처리하여 그 결과를 통보해야 하며, 민원 및 공익을 제보한 교원의 신변을 철저히 보호하고 이에 따른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

[사례4] 울며 겨자먹는 기간제교사

지난 11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에서 기간제 교사가 제외된 것을 보도한 방송 뉴스 장면.
 지난 11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에서 기간제 교사가 제외된 것을 보도한 방송 뉴스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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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서울 G고에 기간제교사로 채용된 박아무개씨는 교장으로부터 "기간제 교사는 13호봉 이하에서 고정급으로 하는 거 아시죠?"라는 얘기를 듣고 기분이 안 좋았다. 이 교사는 학원강사 경력도 있고, 다른 학교 교사 경력도 제법 되는데 그것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13호봉 상한선이 이미 없어졌단다.

2010년 3월 또 다른 서울의 H중학교 기간제 교사로 채용된 김아무개씨는 행정실장으로부터 1년 중 11개월은 기간제로, 1개월은 강사로 계약하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12개월(1년)을 계약을 하면 1개월 치 퇴직금을 줘야 하는 규정 때문이란다. '울며 겨자먹기'로 그렇게 계약할 수밖에 없었지만 너무 서러워서 집에 와서 아무도 몰래 한참을 울었다.

이외에도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은 너무나 많이 존재한다. 사실 13호봉 기간제 교사 호봉 상한도 없어졌고, 방학 중 월급 지급도 가능하게 됐으며, 12개월 계약시 퇴직금 지급도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러나 기간제교사의 임용과 계약에 관한 권한을 모두 학교장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교장들이 예산을 아낀다며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방학 중 월급을 주지 않거나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서 하루를 빼고 계약하거나 방학 중에 매일 학교에 나와서 근무를 하게 하는 학교장도 있다. 그래도 약자인 기간제교사 입장에서는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해도 교장에게 따질 수도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 비정규직 교사의 보호는 교장의 임무가 아니었다. 그러나 교권조례가 시행되면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불이익을 받지 않는 것이 비정규직 교원의 권리가 되며, 제9조에 의해서 비정규직교사 차별 금지와 동등한 처우를 위한 노력이 교장의 의무 사항이 된다.

교권조례 제9조(학교장의 책무) 7. 학교장은 비정규직 교원에게 근무조건, 업무분장 등에 있어서 정규직 교원과 동등한 처우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권조례 제6조(차별 및 불이익의 금지) ① 교원은 성별, 종교, 신념, 나이, 출신지역, 신체적 조건, 임신 또는 출산, 정규직 여부 등을 이유로 차별 및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

[사례5] 개신교 신자 아니면 채용 안 돼

어린 시절부터 교사가 꿈이었던 한 예비교사는 I학교 교사 채용 필기시험에 합격해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날아갈 듯 기뻤다. 그런데 면접장에서 개신교 신자가 아니면 채용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는 낙담했다. 그는 결국 신자가 아니라서 그 학교 임용을 포기해야 했다.

강원도의 종교사학인 J학교. 2011년 어느 날 교장 선생님께서 "이제부터는 교무회의 때마다 교사기도회를 먼저 한다"고 발표했다. 종교사학이지만 지금까지 교사들에게 신자가 될 것을 요구하거나 종교행사 참여를 강요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교무회의를 기도회부터 함으로써 모든 교사들이 종교를 강요당하는 것으로 돼 버렸다.

우리나라는 국교를 인정하지 아니하는 다종교 국가이다.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비록 종교사학이라고 하더라도 학생이나 교사에게 특정 종교를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특정 종교 신자가 아니면 교사 임용 자체가 안 되거나 그 종교의 신자가 될 것을 조건으로 해 임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교장과 교감은 당연히 그 종교 신자여야 하며, 나아가 부장교사도 그 종교 신자가 아니면 될 수 없다. 종교행사 참여를 강요하는 경우도 많은데 교사들은 이에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실 이는 교권조례로 규정하지 않더라도 대한민국 헌법과 교육법, 그리고 대법원 판례 등으로 확고하게 정해져 있는 것임에도 상대적 약자인 교사들이 재단의 설립 이념이라는 이유로 기본적인 종교의 자유를 박탈당해 온 것이 사실이다.

교권조례 제6조는 종교 강요 또는 차별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에서 학생들의 종교 자유를 보장한 데 이어 교사들의 종교 자유를 보호하겠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교권조례 제6조(차별 및 불이익의 금지) ① 교원은 성별, 종교, 신념, 나이, 출신지역, 신체적 조건, 임신 또는 출산, 정규직 여부 등을 이유로 차별 및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
교권조례 제6조 ④ 교원은 종교의 자유를 가지며, 학교 및 학교법인은 특정 종교의 신앙 또는 불신앙을 고용 및 승진의 조건으로 할 수 없다.

[사례6] 학생의 교실 소란과 수업 방해에 교육적 지도 근거

MBC <하이킥3> 중 한 장면
 MBC <하이킥3> 중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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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더불어 자주 문제시 되는 경우다. 언론은 '학생에게 맞는 교사'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생산했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난동을 부려도 체벌 금지 이후 제재할 방법이 없어졌다는 이야기가 횡행하다.

사실 이런 보도대로 교사를 때리는 학생이, 또는 수업 시간에 난동을 부리는 학생이 교사가 체벌을 하면 정말 교사의 지시에 따를 지부터 의문이다. 오히려 더 큰 분란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학생인권조례는 체벌을 금지하고 있지만 교육적 지도까지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교권조례 제5조 제4항에서는 이를 좀 더 명확하게 해 상담실, 성찰교실 등에서 교육적 지도를 받게 하는 등의 교육적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상담실이나 성찰교실에 가서 지도를 받으라는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정도의 학생이면 체벌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더 작다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이런 교육적 지도마저 거부하는 학생이라면 당연히 절차를 통해 징계를 받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데 그 근거를 교권조례로 명확히 한 것이다.

교권조례 제5조(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④ 교원은 학생이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 교사를 모욕하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 학칙에 어긋나는 행위 등을 할 경우 상담실·성찰교실 등에서 교육적 지도를 받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사례7] 부친 사망증명서 떼와야 연가 시행

서울 K학교는 여학교라 다른 학교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젊은 여교사들이 많다. 당연히 결혼을 한 여교사들이 출산 휴가를 얻거나 또는 동반휴직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학교는 전교조 소속 교사에게는 동반휴직을 허가하지 않았다. 휴직 허용 여부에 대한 권한이 이사장과 교장의 자유 권한이라면서 전교조 탈퇴를 하면 그때서야 동반 휴직을 허용했다. 전교조를 탈퇴하지 않겠다면 소송을 하든 말든 알아서 하라고 끝까지 괴롭힌다.

더 황당한 경우도 있다. L학교는 휴직을 허용하면서도 휴직대체 기간제교사의 임금을 휴직교사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법적으로 말도 안 되는 요구인 것을 알면서도 교사는 휴직을 위해서, 학교에 밉보이지 않기 위해서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M학교의 한 교사는 방학 중 교사의 야유회가 있었는데 마침 돌아가신 부친의 제사와 겹쳐서 숙박 야유회에 갈 수 없다고 하자 학교장은 "(부친) 사망확인서를 떼어서 제출해라"는 황당한 요구를 해 마음이 너무 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교권조례가 시행되면 이런 학교장의 불합리한 모습은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9조가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지 않는 한 학교장이 교원의 휴가, 휴직 등을 임의적으로 제한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교사의 전교조 가입 여분는 휴직 허용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없고, 휴직 교사에게 대체 기간제 교사의 임금을 대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요구이며, 돌아가신 부친의 기일은 정당한 휴가 사유다.

사실 이 조항을 두고 교권조례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학교장의 휴가허가권 침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억지 주장으로 보인다. 이미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16조(연가계획 및 허가·④ 행정기관의 장은 연가 신청을 받았을 때에는 공무 수행에 특별한 지장이 없으면 허가하여야 한다)로 인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휴가를 허가하는 것이 원칙으로 정해져 있다. 교권조례는 이를 더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교권조례 제9조(학교장의 책무) 6. 학교장은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지 않는 한 교원의 휴가, 휴직, 연수 수강 및 출강, 대학원 수강 및 출강 등을 임의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

[사례8] 10년 연속 3학년 담임, 누구는 10년 연속 담임 배제

영화 <선생 김봉두>의 한 장면.
 영화 <선생 김봉두>의 한 장면.
ⓒ 좋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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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N고등학교 교사 중에는 10년 연속 3학년 담임만 한 교사도 있는 반면, 반대로 10년 연속 담임을 한 번도 못해본 교사도 있었다. 교장에게 잘 보인 교사는 해마다 3학년 담임만 맡았고, 밉보인 교사는 10년 연속으로 담임에서 배제됐던 것이다.

지금은 서로 담임을 안 하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추세지만 전에는 담임, 특히 고3 담임은 학교장 또는 이사장의 신임을 얻었다는 증거였다. 또한, 능력 있는 교사의 요건처럼 취급되기도 했다. 이전 선배교사들에 의하면 당시에는 담임을 하면 생기는 것도 많이 있었다고 한다.

전교조에 가입했다고 담임을 안 시켜주고, 다른 학교 강제로 전보시키기도 했다. 전교조 교사는 아예 부장을 시켜주지 않는 학교도 많다. 지금도 담임뿐 아니라 보직교사를 맡기거나 업무분장을 하는데 있어서 교장 또는 이사장의 간택 여부에 의해서 천차만별의 취급을 받고 있다.

그런데 교권조례가 제대로 시행되면 이런 잘못된 인사 관행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교권조례 제9조가 교원인사를 함에 있어서 인사위원회 등을 통해 민주적이고 공정해야 함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고, 노동조합 또는 교원단체 가입 여부를 차별의 근거로 삼을 수 없도록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권조례 제9조(학교장의 책무) 3. 학교장은 보직교사 임면, 업무분장, 담임배정, 학년배정, 전입요청, 초빙 등의 교원인사관리를 인사자문위원회 등을 통해 민주적이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시행해야 한다.
교권조례 제6조(차별 및 불이익의 금지) ③ 교원은 노동조합이나 교원단체의 가입 및 활동을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아니하며, 학교 및 학교법인은 특정 노동조합이나 교원단체의 가입 또는 불가입을 고용 및 승진의 조건으로 할 수 없다. 

[사례9] 친일파 자서전 읽고 독후감 강요하는 학교

서울 O학교는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등에 의하면 이른바 '친일파'가 세운 학교다.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읽어야 했던 설립자 전기는 그를 미화하는 내용만 잔뜩 있어서 교사와 졸업생들은 모두 설립자가 독립운동가인 줄 알고 있었다. 학생들로 하여금 친일파 설립자의 전기를 읽고 독후감을 쓰도록 하고 교사들은 국어시간에 이를 수행평가 점수에 반영하도록 강제했다.

다른 P학교에서는 수업 중에 교장이 불쑥 교실에 들어와서는 한참을 감시하다가 나간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학생들을 불러서 교사가 수업 시간에 무슨 말을 했는지 적어 내라고 하기도 했다고 한다.

어떤 교장은 교장의 수업에 대한 정당한 감독 권한이라고 주장하면서 특정 교사에게만 시간별 수업 계획서나 주간 학급 경영 계획서를 내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수업 시간에 사용하는 보조 자료에 대해서 왜 허가받지 않은 자료를 수업시간에 사용하느냐고 트집 잡기도 한다.

이런 교장의 '교사 괴롭히기'도 교권조례를 통해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특히 친일파 설립자 전기 읽고 평가 반영하기와 같은 행태는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다. 교권조례 제5조는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학교 관리자가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하고 있고, 특히 '교수 학습 및 학생 평가에 대한 자율권을 교사가 갖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권조례 제5조(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① 교원은 법령에 따른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교육행정기관, 학교관리자, 학부모, 지역사회 등으로부터 부당한 간섭 또는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
교권조례 제5조 ② 교원은 법령이 정한 범위 안에서 교육과정의 재구성, 교재 선택 및 활용, 교수학습 및 학생평가에 대해 자율권을 갖는다.

[사례10] 각종 행사에 교사 동원... 사학법 반대 집회까지

지난 2006년 1월 11일 수원시에서 열린 사학법 개정 반대 한나라당 장외 촛불집회에 참석한 박근혜 의원, 이재오 의원, 나경원 의원.
 지난 2006년 1월 11일 수원시에서 열린 사학법 개정 반대 한나라당 장외 촛불집회에 참석한 박근혜 의원, 이재오 의원, 나경원 의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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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전국체전과 같은 체육대회나 지역예술제 같은 행사에 학생들을 동원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교육청 행사에 학교별 교사 숫자를 할당해 참석하도록 하는 경우도 많았다.

서울 Q학교는 사립학교법 개정 논란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00년대 중반 일과 중에 서울역 집회에 참석하도록 했다. 사학법인단체에서 학교별로 교사와 교직원을 할당해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집회에 참석하도록 했다. 교사들은 출장을 해 근무 중에 이 집회에 참석한 것이다.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오는 교사들도 많았다.

이런 요구가 있을 때마다 교사들은 마지못해 인원 수를 채워서 참석해야 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교권조례가 시행되면 더 이상 이런 행사에 교육청이나 학교가 학생들과 교사들을 동원하여 교육활동을 침해받지 않아도 된다.

교권조례 제4조(교원의 교육활동 보장)는 '교육청 같은 행정기관, 학교 관리자뿐 아니라 사회로부터도 교육활동에 관한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례를 만드는 교육청부터 교사나 학생의 교육활동을 방해하면서 동원하지 않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례11] 교장이 학생 앞에서 교사 '줄빠따'

2010년 경기도 평택의 R학교 교장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용의복장이 불량한 학생수만큼 담임교사를 체벌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어떤 교사는 치욕감을 느끼면서도 맞고 있었고, 어떤 교사는 도망가기도 했다.

이 학교 교장은 설립자로 정년이 지나서도 41년째 교장을 하고 있었고, 부인이 이사장, 딸이 교감이었으며 사위가 기획실장이었다. 설립자의 안들은 교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더 심한 경우, S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이사장에게 정강이를 차이는 일도 있었다. 이사장이 교장을 혼내면, 교장이 교사를 혼내는 식이 반복되기도 한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이런 일이 대한민국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이전에는 훨씬 더 많았다.

교권조례가 시행되면 교장의 교사 체벌도 당연히 금지될 것이다. 학교장이나 경영자가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침해할 수 없고, 교권보호센터로부터 이런 불합리한 인권침해를 구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교권이 '교장만의 권리'였나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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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추락 등을 이유로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던 교총(교원단체총연합회)가 교권조례도 반대하고 나섰다. 수정이 아닌 전면 폐기를 주장할 정도로 강도도 굉장히 세다. 특히, 교권조례가 "학교장과 교사간의 대립관계를 유발"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8일 발표한 교총의 보도 자료에는 "(교권조례가) '교원의 권리 보호'라는 명칭과는 달리 학교장과 평교사간 대립구도를 형성(제4·5·9조), 학교 내부에서 관리자와 교사간 갈등을 양산시킬 우려가 크다"고 적혀있다. 학교장과 교사 관계를 대립적 관계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교장은 교원들의 대표로서 교사의 교육활동을 감독하는 동시에, 이를 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교장과 교사는 같은 교원으로서 협력해야 할 존재인 동시에 지도 감독의 관계이기 때문에 부당한 간섭으로 교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흔히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학생에 의한 교사의 권리 침해만 부각되는 측면이 있는데, 교권의 침해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교권조례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교권 침해의 당사자는 학생 또는 학부모일 수 있고, 교육부나 교육청과 같은 교육당국일 수도 있다. 정치권이나 국가권력일 수도 있다. 교장 같은 학교 관리자일 수도 있고, 사학의 경우 이사장이 당사자일 수도 있다.

교권조례는 이런 모든 유형의 교권 침해로부터 교사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제정된 것임이 명백하다. 그러므로 교장으로부터의 교권 침해도 금지하는 것이 당연하다. 어쩌면 일선 교사들은 거의 매일, 가장 자주 이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도 최대의 교원단체인 교총이 교권조례를 반대하는 것은 교육계로부터 지지받기 힘들어 보인다. 당장 현장 교사들로부터 "교총은 원래 교장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집단이다" "차라리 교장총연합회로 이름을 바꿔라"는 비난이 제기되는 이유일 것이다.

3월 개학과 동시에 시행을 예정하고 진행되고 있는 교권조례가 교총 등의 반대를 딛고 2월 서울시의회에서 의결 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물론 교권조례가 그동안 학교에 관행처럼 존재했던 교권 침해를 일거에 없앨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다. 조례 시행 이후에도 교권 침해는 쉽게 근절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교권조례 통과 여부와 함께 교권조례의 시행으로 교권 침해가 어느 정도 개선되고, 교사들의 수업권 보호와 학생들의 학습권 신장에 기여할 수 있을지 교육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태그:#교권조례, #곽노현, #학생인권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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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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