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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14일 오전 안철수연구소에 횡령 및 배임 보도 관련 조회 공시를 요구했다. 강용석 의원(무소속)이 전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데 따른 조치다. 이에 안철수연구소는 '악의적 보도'라며 해명자료를 내놨다. 

한국거래소 공시담당자는 "오늘 아침 <머니투데이> 지면 보도(<강용석, 이번엔 안철수? 'BW 헐값인수' 혐의 고발>)에 따라 조회 공시를 요구한 것"이라며 "검찰에서 수사에 착수하거나 고소장이 제출된 상태에서 언론 보도가 나오면 사실 확인 차원에서 회사 쪽에 조회공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13일 "안 원장이 2000년 10월 거래가 3만~5만 원 상당의 안철수연구소 주식을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이용해 1/25 가격인 1710원에 사들여 최소 400억 원에서 700억 원의 이득액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안 원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거래소 "검찰 고발 언론 기사 나와 조회 공시 요구"

이에 안철수연구소는 14일 오전 해명자료를 통해 "1999년 BW를 저가 발행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BW 발행 가격은 주당 5만 원으로 당시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받은 주식 평가액인 3만1976원보다 오히려 높은 가격"이라고 밝혔다.

또 BW 행사 가격이 1710원이 된 것은 무상증자와 액면분할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1999년 10월 7일 BW 발행 가격은 주당 5만 원에 총 주식수는 13만 주였지만 1999년 10월 27일 모든 주주에게 25만 주 무상증자를 하면서 38만 주로 늘었고 BW 행사가격도 1만7105원으로 조정됐다. 또 코스닥 상장을 앞둔 2000년 1월 7일 10배수 액면 분할하면서 총 주식수는 380만 주로 늘었고 BW 행사가격도 자연스럽게 1710원으로 조정됐다.

안철수연구소는 "무상증자와 액면분할은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공모주식 수를 늘려서 적정 유통주식 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BW 발행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동의를 받았고 평가 금액보다 높은 가격으로 발행했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안철수 원장이 BW 발행과 관련해 2002년경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주장도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일부 언론에서 이건희-이재용 부자의 삼성SDS BW 저가 매수 사건과 연관시키는 데 대해 안철수연구소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배임 혐의는 BW 발행 당시 가격이 평가 금액보다 낮았고 주주총회가 아닌 이사회에서 결정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어서 이번 건과는 본질이 다르다"면서 '악의적인 보도'라고 일침을 놨다.

안철수연구소 "BW 저가 발행·배임 혐의 사실 무근"

또 이날 거래소 조회 공시 요구에 대해서도 "주가 이상 급등으로 조회 공시 요구를 받아본 적은 있지만 언론 보도 때문에 받은 것은 처음"이라면서 "한국거래소 대응이 지나치다"고 꼬집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이승연 한화그룹 회장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했는데도 늦장 공시를 한 (주)한화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해 '대기업 봐주기' 논란을 자초했다. 반면 이번 안철수연구소건에 대해선 검찰 기소는커녕 수사에 착수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확인되지 않은 언론 보도만으로 조회 공시를 요구하는 신속함을 보여줬다.

이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룰은 다르다"며 "코스닥시장에선 대주주나 임원 횡령 배임 혐의와 관련해 검찰에 고발했다는 언론보도만으로도 회사 쪽에 조회 공시를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거래소 조회 공시 요구에도 이날 오전 10시 23분 현재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전날보다 3100원(2.78%) 오른 11만4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는 조회 공시 요구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오전 중 거래소에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