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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전 조선은 자전거의 나라였다. 자전거는 자동차 등 다른 교통수단을 압도했을 뿐만 아니라 통근, 통학, 업무, 레저 등 여러 분야에 두루두루 쓰였다. 그 시대 자전거문화는 어땠을까. 역사는 반복된다는데 앞으로 다가올 자전거 시대에 비슷한 모습으로 재현되진 않을까. 그 시절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본다. - <기자 말>

이로운 물건도 흉기도 될 수 있는 도구

도구는 쓰는 사람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다. 자전거도 마찬가지. 자전거는 건강과 지구를 지키는 도구라 말하지만 한 때 전쟁도구로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은 영화 '자전거드림'(2009)
 도구는 쓰는 사람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다. 자전거도 마찬가지. 자전거는 건강과 지구를 지키는 도구라 말하지만 한 때 전쟁도구로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은 영화 '자전거드림'(2009)
ⓒ 자전거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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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도구는 가치중립적이다. 쓰는 사람에 따라 좋은 도구가 될 수도, 나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칼이 그렇다. 강도가 들면 흉기지만 주부가 들면 가족들 입을 즐겁게 하는 행복도구가 된다.

자전거는 어떨까?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환경운동가들은 자전거를 통해 석유고갈 이후 시대를 대비할 희망을 봤고, 일부 의사들은 자전거가 재활치료에 알맞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군대지휘관들은 자전거에서 또 다른 가치를 찾아냈다. 바로 훌륭한 전쟁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 말이다.

1992년 100년 만에 신식장비를 산 스위스 자전거부대가 뉴스가 된 바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점은 스위스 자전거부대 역사가 100년이 넘는다는 점이다.

기사(<경향신문> 1992년 6월 28일)에 따르면 100년 전 스위스 자전거부대는 세계 최강 부대 가운데 하나였다고. 기자는 부대지휘관에게 "하이테크시대에 과연 자전거부대가 쓸모 있나"라고 질문하지만 지휘관은 "쓸모 있다"고 단언한다.

30km 정도 단거리 이동에 있어서는 자동차부대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 게다가 도로사정이 나쁜 곳에서 편리하고, 조용해 적의 눈에 띄지 않는 등 장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1980년대 말 독일군이 스위스 자전거부대 운영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방문까지 했다 하니, 유럽에서 자전거부대는 단지 눈요깃거리만은 아닌 셈이다.

20년 전 기자의 눈에 비친 자전거부대는 동물원 원숭이처럼 신기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물건이었지만 일제강점기 기자에겐 그렇지 않았다. 그 당시 자전거부대야말로 하이테크 물건 그 자체였다.

특히 1930년대는 전 세계에서 전쟁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고, 전쟁도구는 중요한 관심대상이었다. 과연 그 때 조선인 눈에 비친 유럽 자전거부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유럽 각국 자전거부대 편성 경쟁...일본군도 애용

자전거는 말에 비해 이점이 많았다. 먹이를 줄 필요가 없고 소리를 내지 않았다. 무엇보다 여차하면 둘러메고 움직일 수 있어 이동성이 좋았다. 여러 나라가 자전거부대를 편성한 이유다. 사진은 영화 '1920년바르샤바전투'(2011)
 자전거는 말에 비해 이점이 많았다. 먹이를 줄 필요가 없고 소리를 내지 않았다. 무엇보다 여차하면 둘러메고 움직일 수 있어 이동성이 좋았다. 여러 나라가 자전거부대를 편성한 이유다. 사진은 영화 '1920년바르샤바전투'(2011)
ⓒ 1920년바르샤바전투(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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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8월 독일 총리 히틀러는 대통령 지위를 겸하게 된다. 히틀러는 빠르게 권력을 흡수했고 경쟁자들을 제거했다. 히틀러의 야심은 독일 대통령이 아니라 유럽 제패였다. 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만큼 유럽에는 전쟁 기운이 점점 커져갔다.

1935년에 이르러 독일은 징병제를 도입하고 유대인 시민권을 박탈한다. 이탈리아왕국은 에티오피아를 재침공한다. 유럽 전역이 군화로 뒤덮이는 건 시간문제였다. 1935년 1월 15일자 <동아일보>엔 '폭풍전야의 구주에 신병기 속속 출현'이라는 제목으로 자전거부대가 소개된다.

"화란(=네덜란드, 기자주)은 자전거에 경기관총을 적재하고 이태리는 오토바이에 기관총을 적재하였다. 그러고 이번 연습의 성적에 의하면 이태리의 자전차대는 길이 나쁜 산로를 넘는데 기병과 같은 속력을 낼 수 있었다 한다. 백이의(=벨기에, 기자주)의 국경주재 자전차대는 폭약을 휴대하고 있어 도로를 폭파하야 여하한 침입군이라도 일시는 그 침입을 정지시킬 수 있게 되어 있다."

기사를 보면 자전거부대의 성능은 꽤 우수하다. 산악에선 말과 같은 속도를 냈으니 효율성에선 오히려 더 뛰어났다. 말은 다루기 힘들 뿐만 아니라 훨씬 무거웠다. 자주 쉬게 해줘야 했고, 밥도 먹여야 했다. 야간 이동시에는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으나 자전거는 이 모든 게 필요 없었다.

자전거부대가 하는 일은 여러 가지였다. 우선 정찰업무. 소리가 나지 않는데다 꽤 빨랐으니 당시로선 1인용 지상 스텔스기나 다름없었다. 가벼운 기관총을 달고서 전투에도 투입됐다. 폭탄을 설치하거나 제거하는 전투공병들도 자전거를 애용했다. 여러 부대가 다양하게 자전거를 이용했음을 기사는 잘 보여준다.

1939년 5월 로마에선 이탈리아와 독일, 알바니아, 스페인 대표단이 참가한 가운데 군대행진식이 열렸다. 참가병사는 6만2천여 명. 1천 자전거부대는 대포 300문, 탱크 300대, 중기관총 700정과 함께 위용을 뽐냈다.

조선을 점령한 일본 또한 자전거부대를 만들어 운용했다. 1942년 광화문 앞 광장에선 학생 자전거부대 분열식이 열린다. 일본군은 자전거부대가 가진 장점을 잘 알았다. 자전거부대는 평지보다는 산악지대 또는 숲이 많은 지형에서 유리했다. 정글이 많은 동남아에서 작전을 수행할 때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며 상대편 부대의 혼을 빼놓은 건 다름아닌 일본군 자전거부대였다.

"싱가포르를 방어하고 있던 영국군들은 죽음의 정글지대를 뚫고 나타난 일본군 자전거 부대의 출현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마침내 손을 들고 말았다. 또한 필리핀에서도 맥아더 장군은 산악과 밀림으로 이루어진 바탄 반도로 일본군을 유인하여 결전을 꾀하고자 하였으나 이러한 미군의 의도는 일본군 자전거의 기동성을 무시한 전략적 오판이었다."

'군사논단' 1997년 겨울호에 실린 글이다.

전쟁과 함께 자전거도 점점 발전했다. 충격완화장치가 달린 자전거가 나왔고, 접이식 자전거가 나왔다. 2차대전 당시 독일군 낙하산부대는 접이식자전거를 둘러메고 뛰어내리기도 했다. 사진은 영화 '액트오브밸러:최정예특수부대'(2012)
 전쟁과 함께 자전거도 점점 발전했다. 충격완화장치가 달린 자전거가 나왔고, 접이식 자전거가 나왔다. 2차대전 당시 독일군 낙하산부대는 접이식자전거를 둘러메고 뛰어내리기도 했다. 사진은 영화 '액트오브밸러:최정예특수부대'(2012)
ⓒ 영화 '액트오브밸러:최정예특수부대'(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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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자전거는 점점 보기 힘들어졌지만, 군대에선 자전거를 보기가 점점 더 쉬워졌다. 그렇게 자전거는 전쟁도구가 되어갔다.

전쟁은 부대와 부대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정면으로 맞서기 힘들 때는 게릴라전을 펼치거나 요인 암살과 같은 방식으로 전쟁을 수행한다.

독립운동사에서 자전거가 등장하니 침략자의 그것과는 또 다른 자전거다.

김원봉을 단장으로 한 의열단은 1922년 3월 중국 침략을 주도한 일본 육군대장 다나카 기이치가 홍콩을 거쳐 상해로 온다는 정보를 얻었다. 저격단은 김익상, 오성륜, 이종암으로 이뤄졌다. 세 사람은 각기 총과 폭탄을 지닌 채 저격에 나섰다. 김원봉은 서상락, 강세우와 함께 자전거를 끌고 서 있었다. 동료들이 위급해지면 탈출시키기 위한 용도였다.

일제시대 뛰어난 혁명가인 이관술은 짐자전거에 항일 유인물을 싣고 대구, 마산, 함흥, 청진까지 내달렸다. 자전거는 항일운동가들에게 좋은 발이 됐다.

약자와 강자가 맞붙은 전쟁에서 자전거가 가장 크게 활약한 전쟁을 꼽자면 아마 베트남전일 것이다. 작은 나라인 베트남은 큰 나라인 프랑스군과 싸우면서 자전거가 지닌 장점을 제대로 활용했다. 베트남군은 탄약을 등이나 자전거에 싣고 다니면서 비행기와 장갑차를 지닌 프랑스군에 맞섰다.

그 뒤 미국군과 남베트남 고딘 디엠 대통령 정부에 맞서 베트콩(Viet Cong)이 빼든 카드도 자전거. 남베트남과 미국은 엄청난 화력과 물량으로 북베트남과 베트콩을 밀어붙였다. 최첨단 군사무기와 군인수에서 남베트남과 미국은 북베트남과 베트콩을 압도했다. 당시 세계 최강대국인 프랑스와 오랜 독립전쟁을 치러 지친데다 재래식무기로 무장한 북베트남군·베트콩과 미국·남베트남군 간 싸움은 다윗과 골리앗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미군과 동맹군은 비행기를 통해 엄청난 폭탄을 쏟아 부었지만, 북베트남군과 베트콩은 정글 속 지하에 파놓은 수많은 지하통로를 통해 빠져나갔다. 신출귀몰하는 그들을 잡기 위해 지하통로를 발견해 불사르곤 했지만, 며칠 만에 복구해 다시 나타났다. 그 때 맹활약한 게 바로 자전거였다. 자전거는 싸고, 수리가 쉬웠으며 가벼웠다.

북베트남군은 중국과 소련이 암암리에 지원한 군수품을 자전거에 싣고 날랐다. 정글에서 자전거는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 혹자는 베트남전쟁을 비행기와 자전거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결국 전쟁은 자전거가 이기는 것으로 결론 났다.

해방 후 서울시내 자전거 징발, 이유는 자전거부대 편성

남을 해치고자 하는 자전거와 우리를 지키려는 자전거가 맞서면서 전쟁이 일어나고 마침내 끝났다. 1945년 일본과 독일, 이탈리아가 무릎을 꿇고 2차대전은 막을 내린다. 이제 자전거는 전쟁터를 떠나 다시 도시를 누비게 된 것일까. 전쟁터를 누빈 자전거를 여전히 위험하게 여긴 사람들이 많았다.

1946년 11월 7일은 소련혁명기념일이었다. 조선땅에선 좌익과 우익이 치열하게 주도권다툼을 벌였다. 소련혁명은 좌익에겐 큰 사건이었다. 총감부와 경찰청에서는 혁명일을 맞이해 좌익들이 크게 소요사태를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들의 발을 묶을 필요가 있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자전거 압수. 전쟁 상황도 아닌데, 갑자기 개인소유 자전거를 압수하니 시민들은 불안했다. 그 때 풍경을 <조선일보>(1946년 11월 7일)가 보도했다.

"5일 오후부터 서울시내 각 파출소에서는 지나가는 자전거를 모조리 징발한 사실이 있어 뜻밖에 징발 당한 사람들은 저윽이 불안을 느끼고 있는데 이에 관하여 張수도청장(장택상 수도청장, 기자주)은 '6일 소련 혁명기념일인 11월 7일 특별 경비에 자전거부대가 필요해서 불시로 징발한 것인데 7일 하루만 쓰고는 틀림없이 각 소유자에게 돌려보내겠다. 여유있는 자전거만 잠시 빌려 쓰려던 것이 사정으로 분간없이 불시에 빌리게 된 것을 양해하여 주기 바란다'고 말하였다."

1948년 5월 10일 대한민국 총선거 투표일을 앞두고도 수도경찰청은 자전거부대를 배치한다. 전쟁터를 헤집던 자전거는 그렇게 경찰과 함께 전쟁터와 같은 해방정국을 누빈다. 세상은 아직 평화롭지 않았고, 자전거가 평화롭게 거리를 누빌 자유 또한 아직 없었다.

자전거가 전쟁터를 누비면 사실 가장 곤란한 건 민간인들이었다. 전쟁터에서 자전거가 필요하면 필요할수록 민간지역에서 자전거는 점점 더 귀해진다. 군대에서 자전거수요가 커지는 것과 달리 민간에서 자전거 수요는 줄어들었다. 원해서라기보다는 환경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철과 에너지값이 치솟았으니 자전거 제조비용도 덩달아 뛰었다. 그나마 전쟁이 진행되자 돈이 있어도 자전거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여가로 타는 사람이야 단지 심심할 뿐이지만 자전거로 생계를 꾸리는 사람은 문제가 심각했다. 당장 물건을 배달할 수 없었고, 통근도 문제가 됐다. 특히 자전거로 팔거나 고쳐서 먹고 사는 이들은 굶어죽을 위기에 처했다.

대전쟁이 임박한 1939년 조선 땅에서 자전거 제조는 평화시 25%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총독부가 물자를 통제했기 때문이다. 중고자전거 가격이 폭등한다. 자전거를 만들거나 고치는 데 필요한 부품 생산도 중단됐다. 경성부 내 50여 자전거업자들은 수리를 할 수 없다고 아우성이었다. 자전거 전문 절도범도 기승을 부렸다.

1940년 2월 부산부 자전거업자 100여 명과 직공 300여 명은 자전거재료를 구하지 못해 휴업상태에 들어간다. 업종을 바꾸는 이들도 속출한다. 전쟁이 만든 후유증이었다.

1939년 10월 자전거용 타이어를 배급하는 조합이 만들어진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어쨌든 그 와중에도 재미를 보는 자전거업자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군수용자전거를 생산하는 이들이었다. 군대에선 계속 자전거가 필요했고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서 자전거 개량 또한 필요했다.

1909년 유명 자전거회사인 비앙키사는 이탈리아군에 앞뒤 충격완화장치가 달린 군용자전거를 납품한다. 비앙키사는 이 때 처음으로 앞뒤 충격완화장치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접이식 자전거가 처음으로 진가를 발휘한 곳 또한 도로가 아닌 전쟁터였다. 반으로 접어 부피를 줄인 자전거는 트럭이나 배에 싣기 좋았고, 등에 메기도 좋았다. 독일군은 스칸디나비아 지역을 침공하면서 접이식자전거를 메고 갔다.

"22일 뉴욕에 달한 스칸디나비아 정보에 의하면 독군이 낙위작전에 채용하고 있는 낙하산전술은 꽤 대규모의 것으로 방어준비 없는 후방지점에 돌연 풍강하야 주민을 협박하고 이를 사용하야 통신연락과 기지설치와 후방교란을 기도한 모양인데 그것은 마치 산화가 비화하는 것 같은 관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방례준비가 있는 장소에 비강한 자는 모다 포로가 되었는데 그들의 휴대품은 실로 풍부하야 돔바스(하마르 북서 백오십킬로)에서 잡힌 낙하산대는 절루식자전거(=접이식자전거, 기자주)를 비롯하야 기관총, 무전발수신기, 와사용접기기기 거타 공작기계류를 가진 것이 발견되었다."- <동아일보>(1940년 4월 24일)

2차세계대전 이후 더이상 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좀 더 효과적으로 건물을 부수고 사람을 죽이기 위해 군사무기는 계속 발전했다. 화생방전과 핵전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전거부대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었다. 완전히 드러난 형태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자전거 특성상 화생방전과 핵전쟁 시 취약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자전거는 전쟁에 쓰인다. 강대국에 자살테러로 맞설 때 자전거는 종종 등장한다. 2007년 7월 AFP 통신은 이라크 서부 팔루자에서 자전거를 탄 자살폭탄 테러범이 방어 트럭 사이로 뛰어들어 자폭한 사실을 보도했다. 지난 2009년 3월에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Baghdad)에서 자전거 자살공격이 일어나 28명이나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몇 년 동안 인도정부는 폭탄을 짐으로 위장한 자전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05년 영국군 또한 이라크 남부 항구도시 바스라에서 작전을 벌일 때 자전거를 이용했다. 호주군 또한 동티모르 파견 당시 자전거부대를 운영하며 순찰활동을 벌였다.

군사 최강대국인 미국도 여전하다. 미군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벌이면서 자전거를 척후활동에 썼고, 미 해병대는 파라트루퍼(Paratrooper)라는 접이식 특수자전거를 쓴다. 이 자전거는 열이나 소리가 거의 잡히지 않는다. 산악형자전거이면서도 접이식이기 때문에 내구성과 휴대성 둘 다 탁월하다.

그동안 자전거는 전쟁터를 누볐다. 이제 자전거는 새로운 전쟁을 준비한다. 바로 차도이며 상대는 자동차다. 이전보다 더 힘겨운 상대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아군과 적군이 분명하지 않으며, 자전거도 지지하면서 자동차도 지지하는 이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평소 자전거를 지지하지만 만약 자전거 때문에 자동차 타기가 불편해지면 자동차편을 들 사람도 상당수다.

자전거가 누빌 전쟁터는 이제 전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기름을 쓰는 모든 것들에 맞서야 한다. 겨우 한두 사람 움직이는데 1톤이 넘는 쇳덩이를 움직이는 비효율에 대해서도 부딪쳐야 한다. 공기오염에도 맞서야 하며, 이 모든 결과로 일어나는 기후변화 문제도 처리해야 한다.

더욱 큰 문제는 이 모든 과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자전거에 대한 열성지지자들이 생각만큼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삶에 조금이라도 불편을 끼친다면 당장 지지자들은 반대자로 돌아설 준비가 돼 있다. 해서 자전거전쟁의 지휘관들은 대부분 적군을 타도하기보다는 다독거리는 편을 택한다. 그 전투는 북유럽에서 꽤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최근 서유럽에서 조금씩 승전보를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차도에서 자전거부대가 고군분투중이지만 힘에 부치는 분위기다.

과거 유럽과 아시아에서 똑같은 자전거를 두고 한쪽은 전쟁을, 한쪽은 평화를 외친 것처럼 지금도 자전거라는 도구를 두고 동상이몽이 치열하다. 분명한 사실은 자전거를 내세우곤 있지만 그 진행이나 결과가 파괴인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과연 전쟁을 말하는 이는 누구고 평화를 말하는 이는 누구일까. 새로운 자전거전쟁이 이 땅에서 시작됐다.


태그:#자전거, #자전거부대, #접이식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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