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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관련 국무총리실의 보도자료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정부 부처는 복수담임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학교 폭력 근절 대책을 지난 6일 발표했다.
 학교폭력 관련 국무총리실의 보도자료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정부 부처는 복수담임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학교 폭력 근절 대책을 지난 6일 발표했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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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서부터 국무총리, 교과부 장관, 경찰청장까지 나서서 연일 학교폭력 근절을 외치고 있다. 늦었지만 국가 차원에서 학교 폭력, 특히 이로 인해 자살까지 하고 있는 이 불행한 사태를 끝내겠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당연하고 좋은 일이다.

물론 사후 대책 위주의 강경책으로만 나가는 것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정부의 제도 개선 차원에서 발표한 교육적 대책 중에 가장 핵심은 복수담임제인 것 같다.

복수담임제 실효성 논란? 산술적으로 아예 불가능하다

발표 후 복수담임제의 실효성에 대해서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창 2012년도 담임 배정을 하고 있는데 전국적으로 담임을 희망하는 교사가 없어서 학교 현장은 아우성이다. 서로 담임을 기피하는 현실인데 복수담임제를 실시한다는 것이 이상론이라는 비판이다.

성균관대 양정호 교수가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기간제교사가 담임을 맡는 비율이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초등학교 6201개교(30%), 중학교 3170개교(57%), 고등학교 1554개교(54%) 등 총 1만925개교(41%)나 되었다.

학급수를 기준으로 하면, 기간제교사가 담임을 맡은 학급이 초등학교는 2007년에 860개에서 2011년 2978개로 3.5배가 늘었고, 중학교는 2007년에 2822개에서 7054개로 2.5배, 고등학교는 2007년에 823개에서 2011년에는 2923개로 3.6배 증가하였다. 즉, 2011년 기준 전국적으로 무려 1만2955명의 기간제교사가 학급 담임을 맡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고3 학년의 경우에도 전국적으로 196개 학교에서 241명의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로 담임 기피 현상이 심한데 복수담임제, 사실상 모든 교사가 담임을 해야 한다고 하니 교사들은 의아할 뿐이다.

또 복수담임 간의 업무분담과 책임이 불분명하여 교사 간 반목 또는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책임 소재를 두고 법적 다툼까지 하는 경우도 생길 가능성이 있다.

더 웃기는 것은 산술적으로 복수담임제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장 올해 복수담임제의 1차 적용 대상인 중학교의 경우 학급당 교사 수가 1.6명 정도에 불과하다. 부장교사, 기간제교사, 임신여교사, 원로교사 등이 모두 담임을 맡아도 복수담임제는 실현불가능하다.

내년 초등학교와 고등학교까지 복수담임제를 실시한다면 사정은 더욱 심각해진다. 초등학교는 학급당 교사 수가 1.1명에 불과하여 복수담임제는 엄두도 못낸다. 그나마 고등학교는 학급당 1.9명 정도여서 모든 교사가 예외 없이 담임을 맡으면 가까스로 복수담임제를 시행할 수 있을 정도인데, 이렇게 되면 내내 1년도 쉬지 않고 담임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복수담임제는 대폭적인 교사 증원이 없이는 불가능한 제도이다. 억지로 실시하더라도 부장교사, 원로교사, 임신여고사, 기간제교사까지 모두 나서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담임을 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교사의 부담은 오히려 증가할 수밖에 없다.

복수담임제 예산 800억? 차라리 교사 1인당 학생수를 줄이자

우리나라에서 학생의 생활지도나 수업이 잘 안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여전히 많은 학급당 학생수와 교사 1인당 학생수일 것이다. 이전보다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OECD 국가들에 비하면 아직도 엄청나게 많은 수준이다.

OECD 국가의 학교급별 교사 1인당 학생수 현황. 우리 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교사 1인당 학생수가 가장 많은 나라로 3~4등을 차지했는데, 우리보다 많은 나라는 멕시코, 터키, 칠레 등 2,3개 나라에 불과했다. 복수담임제보다 신규 교사 채용을  1인당 학생수를 OECD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OECD 국가의 학교급별 교사 1인당 학생수 현황. 우리 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교사 1인당 학생수가 가장 많은 나라로 3~4등을 차지했는데, 우리보다 많은 나라는 멕시코, 터키, 칠레 등 2,3개 나라에 불과했다. 복수담임제보다 신규 교사 채용을 1인당 학생수를 OECD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 김행수(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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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OECD교육지표(OECD(2011),  Education at a Glance : OECD indicators)에 의하면 2009년 기준 우리나라의 교사 1인당 학생수는 초등학교 22.5명, 중학교 19.9명, 고등학교는 16.7명이다. 이는 OECD 평균인 초등학교 16명, 중등학교 13.5명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우리보다 교사 1인당 학생수가 많은 학교는 멕시코와 터키, 칠레 정도밖에 없어 우리나라가 교사 1인당 학생수 많기로 OECD 전체 국가에서 3~4위 수준이다.

그나마 이 수치도 우리나라는 교장, 교감, 보건교사 등을 모두 포함한 것이고 다른 나라는 수업 담당 교사만 포함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더 차이가 크다. 심도 있는 학생 상담이나 실질적인 생활지도, 수업이 어려운 이유이다.

복수담임제는 이런 현실에 대한 해결책이 전혀 못 된다. 정부는 이 복수담임제 운영을 위하여 당장 800억 정도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800억이면 담임수당을 현재의 11만원으로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6만명의 복수담임을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이다. 달리 말하자면 6만개의 학급에만 복수담임을 임명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어떤 학교에는 복수담임을 하고 어떤 학교에는 복수담임을 하지 않고, 어떤 학급에는 복수담임이고 어떤 학급은 단수담임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모습이다. 아마 부자학교에는 복수담임을 하고 가난한 학교는 단수담임제를 운영하는 것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실질적인 효과에도 의문이고, 평등하게 실행될 가능성도 없는 상황이라면 복수담임제를 재고하는 것이 옳은 선택일 것이다. 800억의 예산이면 복수담임 6만명을 쓰는 대신 신규교사를 채용한다면 1년에 3200명 정도를 더 뽑을 수 있다.

내년 초등학교, 고등학교로 확대하면 1만명이 넘는 신규 교사를 더 채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2년 신규 채용 교사가 초등학교 6천여 명, 중등학교 2천여 명으로 총 8천여 명이라는 점에서 현재 신규 채용 교사를 현재의 2배 이상 뽑을 수 있는 수치이다.

현재 우리나라 학교의 법정 정원 확보율은 90%에도 못 미친다. 이런 현실에서 복수담임제 대신 1만명의 신규 교사를 더 채용하여 교사 1인당 학생수를 줄이는 것이 실질적인 학생 생활지도와 수업의 질 개선을 위해서 훨씬 나은 대안으로 보인다.

17일 제주도에서 열린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학교 폭력 관련하여 교사의 업무 경감을 위하여 OECD 수준으로 교사 1인당 학생수를 줄이기 위하여 법정 정원 확보하여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는 결정을 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이것은 최근의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 해결에도, 특히 천문학적 경쟁률로 양산되는 임용고시 낭인들로 인한 사회적 낭비를 줄이는 데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논란이 있는 복수담임제 대신 신규교사 채용을 통한 교사 1인당 학생수를 감축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좀 더 진지한 고민을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교육희망>에도 송고하였습니다.



태그:#복수담임, #학교폭력, #OE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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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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