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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금 부담완화를 위해 마련되었다는 국가장학금
 등록금 부담완화를 위해 마련되었다는 국가장학금
ⓒ 고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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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부터 나를 애태운 것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국가 장학금'. 여기 저기 광고는 하는데 대체 어떤 장학금인지 알 수 없어 학교 학사지원부에 찾아가 물었다. 일단 신청이나 해보란다. 알아보니 국가에서 반값등록금을 시행하는 대신에 장학금 예산을 늘리고, 소득분위와 학점 등을 고려해 전국의 대학생을 상대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였다.

'국가장학금', 어떤 기준으로 지급되는 거지?

국가장학금은 유형 1과 유형 2로 나뉘는데, 유형 1의 경우는 소득 3분위 이하 대학생(연 환산소득 2943만원 이하)을 대상으로 하며, 일정 성적 요건만 충족하면 각각의 소득분위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한다. 소득분위는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에 따른 환산소득을 기준으로 (소득+부동산+전.월세+ 자동차+경제활동지수 등 포함)으로 산정된다.

유형 2의 경우는 유형1처럼 소득3분위 이하의 학생들에게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소득 7분위 이하 대학생(연 환산소득 5371 만원 이하)이기만 하면 누구나 수혜대상이 될 수 있다. 장학금 지급 기준도 유형1처럼 소득분위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형식적으로 정해진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고, 한국장학재단 측에서 각 대학교에 일정 금액을 장학금으로 제공하면 대학들의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자율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자율성 탓에 유형 2의 경우 장학금 액수 차이가 학생마다 천차만별이었다.  장학재단 측에 장학금 금액 선정의 기준을 물었더니, 이 장학금이 소득을 고려해 지급되는 것인지, 성적을 고려해 지급되는 것인지는 전적으로 학교 재량에 달려 있기에 자신들은 아는 바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직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 있지는 않지만 일단 신청해!

다시 12월 국가장학금을 신청하던 시기로 돌아가보자. 나는 서류 제출 대상자가 아니었기에 신청 절차가 그리 복잡하지 않았는데, 주위 친구들을 보니 가족관계 증명서, 국가장학금 신청서를 제출해야 했다. 덕분에 친구들은 동사무소 가느라, 팩스 보내느라 이리저리 열심히 뛰어다녔다. 팩스가 보내지지 않아 3일이나 고생을 해서 겨우 보낸 친구도 있었고, 관련 서류를 보내고도 제대로 보내졌는지 확인이 되지 않아 전전긍긍하는 친구도 있었다.

전국의 대학생이 신청하는 탓에 연말에는 장학재단 측 상담원 전화도 불통이기 일쑤였고, 누리집이 마비돼 혹시나 장학금을 받지 못할까 불안한 마음의 학생들은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선발완료'에서 '심사 중'으로, 그리고 다시 '선정 탈락'

 장학금 신청현황
 장학금 신청현황
ⓒ 고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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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월 1일, 대망의 국가장학금 발표일이었다. 기대감을 가지고 수혜내역을 확인했지만 결과는 '심사 중'. 1일부터 4일까지 순차적으로 선발을 완료하겠다고 했기에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싶었다. 그날부터 나의 아침 일과는 국가장학금 홈페이지에서 나의 장학금 수혜내역을 확인하는 일로 시작되었다.

초지일관 '심사 중'이었던 나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친구의 경우 2월 3일에 '선발완료'라고 나와 한시름 덜었다며 기뻐했는데, 2월 10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확인해보니 '선정 탈락'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황당한 마음에 장학재단 측에 전화해 보아도 처음 나왔던 결과가 잘못된 것이라며 자격 미달로 탈락이라는 말뿐이었다.

나는 예정 발표일로부터 보름 가까이 지난 14일이 되어서야 장학금 수혜내역을 알 수 있었다. 오랜 시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린 결과는 허무하게도 유형1 유형2 모두 '선정 탈락'. 방학동안 아르바이트라도 했어야 했나 하는 뒤늦은 후회와 함께, 등록금에 민감한 대학생들의 불안한 마음도 모르고 열흘도 넘게 희망고문한 장학재단에 대해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

장학금 못받은 것도 서러운데, 등록금 '7만 원' 할인?

 7만원 인하된 2012년 1학기 등록금
 7만원 인하된 2012년 1학기 등록금
ⓒ 고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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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학교가 등록금을 2%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장학금은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에 고지서를 출력해 보니 지난 학기 대비 삭감된 금액은 고작 7만 원. 지난 학기보다는 7만원 할인된 금액이지만, 여전히 2010년도 등록금보다는 많은 액수다. 2011년도 이유없이 등록금을 2.9% 인상했던 전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뉴스를 보니 다른 대학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친구네 학교는 등록금 인하를 이유로 수업일수를 32주에서 30주로 줄이고, 대신에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에 휴강을 하지 않고 수업을 하는 것이 '허락'되었다고 한다. 듣고 보니 우리는 수업일수를 줄이지 않는 것만도 감사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반값등록금 대신에 '7만 원'을 할인받은 나의 등록금 고지서를 보면서 대한민국에서 대학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호락호락한 일이 아님을 다시 한번 느낄 뿐이다. 


#국가장학금#선정탈락#유형1#유형2#심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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