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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호 전 판사가 20일 오전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털남>에 출연하고 있다.
 서기호 전 판사가 20일 오전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털남>에 출연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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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뒤 지난 17일 퇴임한 서기호 전 판사가 "당분간 변호사 개업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 전 판사는 20일 오전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인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해 이같이 전하면서 "변호사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먹고 살려고 한다"며 "다들 좌절을 겪고 있는데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서 전 판사는 자신의 역할 모델과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도 변호사가 아닌 다른 많은 일들을 하시지 않았나?"라고 말해 향후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서 전 판사는 이날 <이털남>에 출연해 재임용 탈락과 사법부의 문제점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하위 2% 미만'이라는 근무평정으로 판사재임용에서 탈락했지만 판사임기 만료일인 지난 17일 시민들에 의해 '국민판사'로 재임용됐다.

"신영철 대법관 재판개입 문제제기, 낮은 근무평정으로 이어져"

서 전 판사는 "근무평정 기준 7가지 중 1가지만 객관적 통계표에 따른 기준이고 나머지 6개는 주관적 평정기준이다"라며 "2009년 3년 동안 제 성적표를 보면 평균치에 가깝고, 설령 '하'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평균치에서 밑도는 정도의 '하'"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 제가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문제에 주도적으로 관여하면서 법원장들 사이에서 '독불장군'이라는 이미지가 생긴 것이 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일명 튀는 사람으로 찍힌 것이다"라고 재임용 탈락 배경을 분석했다.

그의 얘기는 자신이 '독불장군'으로 찍히게 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는 "당시 대법원이 재판 개입문제와 관련 신 대법관의 인적 책임은 피하고 '제도개선'으로 눈을 돌리기 위해 '전국법관 워크숍'을 천안 상록리조트에서 열었고 신 대법관은 윤리위에 회부되었다"고 전했다.

"단독판사로 참석했던 워크숍에서 신 대법관의 인적책임을 요구하기 위한 자료를 만들어 신 대법관을 법과 원칙에 따라 징계를 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법원 내에서는 제도개선으로 문제를 돌리려 하였는데 제가 준비한 3장짜리 자료로 인해 인적 책임문제가 제기되자 상당히 긴장했다. 심지어 대법원에서는 이 자료가 만약 기자들에게 가게 되면 법원 전체의 입장인 것처럼 오해될 수 있다고 생각해 전전긍긍하며 회수를 요구했다."

그는 "이후 5월 12일 윤리위에서 신 대법관에게 구두경고하는 걸로 판결나자 법원 내부 게시판에 '법관징계법에 따르면 윤리위에 회부될 문제가 아니라 징계위에 가야 할 문제이며 법에도 없는 구두경고로 그칠 문제가 아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털남> 진행자인 김종배(시사평론가)씨가 "그럼 (신 대법관 재판 개입문제를) 주도적으로 제기한 것이 근무성적 평정으로 귀결됐다고 판단하는 건가?"라고 묻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2009년부터 <조선>에 '좌파판사'로 찍혔다"

서 전 판사는 지난해 페이스북에 쓴 '가카의 빅엿'이라는 표현이 <조선일보>에 보도돼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이와 관련, 그는 "대통령은 비판받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그 표현을 저속하게 했다는 점을 문제삼은 것인데 '가카의 빅엿'은 내가 표현한 것이 아니라 <나는 꼼수다> 공연의 노래 구절에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나는 그것을 인용한 것뿐이다. '가카의 빅엿'은 조롱이 아닌 풍자라고 생각한다. 단지 내 지위가 판사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며 <조선일보>를 통해 알려지는 순간 문제가 된 것이다. 그 이후로는 국민들에게 불편한 맘을 줄 수 있다 생각해 사용하지 않는다."

진행자 김씨가 "사람들은 '판사는 판결로만 말하는 사람'이라며 '재판을 다루는 사람이 정치적인 의사표현을 하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한다"고 지적하자 그는 이렇게 반박했다.

"재판의 공정성은 구체적 사건의 실제 집행과정과 판결까지가 공정했냐를 보고 따져야지 판사의 사전 사후 발언을 가지고 예단해서는 안된다. 국민들의 재판 불신임은 판사의 재판 외에서 이루어진 '사적 발언'이 아닌 재판과정에서 '공정하지 못한 판결'을 보고 생겨난 것이다."

특히 그는 <조선일보>의 보도양태와 관련해 "저는 2009년도부터 이미 <조선일보>의 주목대상이었던 것 같다"며 "2009년도 하반기쯤 신 법원장의 개입문제에 항의하는 것을 보고 <조선일보>가 제 실명과 함께 '법원장의 권한을 축소해야한다'고 발언했다는 기사를 썼는데 아마 그때부터 좌파 판사로 찍힌 듯하다"고 주장했다.

서 전 판사를 비롯해 판사들의 'SNS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이를 규제하기 위해 대법원이 SNS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있다.

이에 그는 "법원은 대법원장이 법원장을 임명하는 구조라 윗사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더구나 재임용 심사로까지 쓰이는 근무평정이 비공개되어 있으니 더욱 법원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대법원에서 만든다는 SNS가이드라인이 법원 내에서는 지침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는 27일 '99% 국회점령 프로젝트'가 주최하는 '서기호 판사와 함께하는 사법개혁 토크 콘서트'의 출연한다. 그는 "사법개혁의 1순위는 스승과 제자로 이어지는 법원 내 도제식 시스템을 깨는 것"이라며 "국민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변호사 사무실로 가기보단 국민들의 품으로 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김혜승 기자는 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서기호 판사, #이털남, #김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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