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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국내서 가장 승승장구한 재벌은 단연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이다. 200조원이 넘는 사상최대의 매출과 함께 20조 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올렸다. 순이익 규모만 따지면 삼성을 앞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00년 정몽구 회장이 자동차 계열사로만 그룹을 독립한 이후 처음이다. 덕분에 현대차는 글로벌 빅5 자동차회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들의 화려한 성장 뒤편에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공장에선 노동자들의 밤샘노동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여전하다. 이들의 잇단 자살과 분신도 이어진다. 중소협력 하청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정 회장의 아들 정의선 사장의 일감몰아주기 등 편법 경영권 승계도 논란거리다. MB정부 최대 수혜그룹으로 꼽히는 현대차 성장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편집자말]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문용문 지부장.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문용문 지부장. ⓒ 권우성

"현대차동차가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에 소극적으로 나오면, 노조의 강력한 투쟁에 직면할 겁니다."

지난달 27일 오후 수화기 너머 들리는 문용문(48)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의 말에 힘이 실렸다. 그는 "올해 비정규직 문제는 주간연속2교대와 함께 올해 지부의 2대 사업"이라며 "대법원의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을 계기로, 노조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와 연대해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2월 23일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자 최병승씨의 부당해고 구제 관련 소송에서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고, 2년 이상 일한 불법파견 노동자 최씨는 현대차 정규직 직원"이라고 판결을 내려, 큰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문 지부장은 "최씨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이들의 정규직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현대차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소송당사자인 최씨 개인에 대한 것으로, 다른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문 지부장은 주간연속2교대와 월급제 도입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주간연속2교대는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계획과 맞물려, 올해 업계 최대 이슈다. 지난해 4만5000명의 조합원이 3년 연속 무파업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이끈 이경훈 전 지부장 대신 '강성'인 문 지부장을 뽑은 이유다.

그는 "국민의 사랑이 있었고, 현대차 조합원과 비정규직 등 모든 직원들의 땀이 있었기 때문에 현대차가 발전할 수 있었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계속 국민의 사랑을 받는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을 만나 비정규직 문제와 주간연속2교대 도입에 대한 사회적 약속과 선언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에게 회동 제안... 사회적 책임 다하겠다는 약속을 하자"


- 정몽구 회장에게 노사 대표자 회동을 제안한 이유는 무엇인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문용문 지부장.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문용문 지부장. ⓒ 권우성
"주간연속2교대와 월급제,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는 결단의 문제다. 최근 막대한 순이익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재원의 문제가 아니다. 노사 대표자가 만나 기업과 노조의 책임에 대해 얘기해 보자는 것이다."

- 정몽구 회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회사는 노사 대표자 회동이 정몽구 회장에게 득 될 게 없는 '마이너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골치 아프고, 어쩌면 두려워하는지도 모르겠다. 현안 문제를 진지하게 해결할 수 있는 자리로 생각했으면 한다."

- 회동 제의가 정치적 수사라는 지적도 있다.
"진정성을 확인하고 싶었다. 정몽구 회장은 2007년 5월,1조 원의 사회공헌기금을 낸다고 했지만 어떻게 되고 있나? 약속을 지키겠다는 사회적 선언이 필요하다. 오너인 정몽구 회장이 의지를 가지고 주간연속2교대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자는 사회적 선언을 해야, 실무적인 부분도 해결할 수 있지 않겠나."

현대차는 노사 대표자 회동은 근거가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또한 현대차지부가 주장한 30만대 규모의 생산라인 증설과 3500명 이상의 신규채용 필요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문 지부장은 "2005년 이후 대졸 사무직을 제외하고 생산직은 거의 채용하지 않았다"며 "현대차에 성장은 있지만 고용은 없다"고 꼬집었다.

결국 인력 부족은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졌다. 문 지부장은 "조합원들은 평일 10시간과 주말 14시간을 근무하니, 제대로 쉬지 못한다"며 "이렇게 장시간 노동하면 집중력이 떨어져 품질에도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장시간 노동을 없애기 위해서는 30만 대의 생산라인 증설이 필요하다는 게 문 지부장의 주장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89만 대의 자동차를 만들었다. 주 5일과 하루 10시간 근무형태에서 최대 생산 대수는 162만 대 내외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주말 특근을 통해 27만 대를 더 만들었다. 현대차 올해 목표는 194만 대다. 주말 특근을 안 하면, 30만 대 가량을 만들지 못한다. 생산라인이 모자라면 당연히 증설해야 하는 것 아니냐."

"비정규직, 협력업체 등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하는 노조가 될 것"

문 지부장은 "그동안 현대차지부는 여론에서 고립됐었다"며 "사회적 연대 전략을 통해 비정규직, 협력업체 등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지부는 우선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규직화가 대상이 되는 사내하청 노동자가 정확히 몇 명인지 실태조사를 할 예정이다.

- 현대차는 2월 3일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이 최병승씨에게만 해당된다고 주장한다.
"대법원 판결은 최씨와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현대차 정규직 직원이라는 취지다. 회사가 협소하게 최씨에게만 해당되는 판결이라고 주장하면, 큰 혼란이 일어난다."
 지난달 23일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 파견이며, 파견 노동자가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으로 인정한다고 최종판결을 내리자 대법원 앞에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와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정몽구 회장 구속과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달 23일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 파견이며, 파견 노동자가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으로 인정한다고 최종판결을 내리자 대법원 앞에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와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정몽구 회장 구속과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유성호

- 현대차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다면?
"회사가 계속 소극적으로 나온다면, 비정규직 문제는 4월 임금협상 투쟁과 맞물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는 현대·기아차지부 그리고 하청업체까지 포함한 공동 투쟁에 직면할 것이다."

- 지난해 유성기업 파업 사태로, 협력업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성기업처럼, 현대차가 협력업체에 지배 개입하는 문제를 차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주간연속2교대와 월급제는 현대차가 도입하면 협력업체도 도입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협력업체는 이를 위한 투자 여력이 없다. 정부와 현대차가 고민해야 한다. 현대차지부도 방안을 찾아보겠다."

문 지부장은 "강성 노조라고 해서 노조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재단하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대립적 노사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며 "조합원들에게 '평생직장'이라는 안정감과 애사심을 심어줄 수 있도록 경영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기아차, 협력업체 여러 군데와 함께 투쟁을 할 것"이라며 "4월 이후에 있는 임금·단체협약 투쟁을 차치하더라도, 정몽구 회장 면담에 대해서 공동보조를 맞춰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문용문#현대차#금속노조#현대차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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