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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회화관 세종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어떤 정당이든 여당 때 말 다르고 야당 때 말 다르고, 자신들이 추구한 정책에 대해 말을 뒤집고 하는 것은 우리 정치에서 바로 잡아야 할 문제"라며 민주통합당의 한미FTA 폐기 주장을 비판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회화관 세종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어떤 정당이든 여당 때 말 다르고 야당 때 말 다르고, 자신들이 추구한 정책에 대해 말을 뒤집고 하는 것은 우리 정치에서 바로 잡아야 할 문제"라며 민주통합당의 한미FTA 폐기 주장을 비판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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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이 4월 총선을 앞두고 강경 모드를 강화하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21일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미FTA 폐기 논란 등을 고리 삼아 민주통합당 지도부를 집중 난타했다. 50일밖에 남지 않은 총선 국면에서 한미FTA를 매개로 전선을 긋겠다는 의도가 확연히 드러났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날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현재의 야당이 새누리당과 정권에 대한 심판 주체라고 보지 않는다"는 '투쟁지침'의 연장선이다. 당시 박 비대위원장은 "스스로 폐족이라고 부를 정도로 국민의 심판을 받은 분들이 다시 모여 지난 정권에서 추진했던 정책에 대해 말을 바꾸는 게 심판대상"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그는 "어떤 정당이든 여당 때 말 다르고 야당 때 말 다르고, 자신들이 추구한 정책에 대해 말을 뒤집고 하는 것은 우리 정치에서 바로 잡아야 할 문제"라며 '불신과 무원칙의 집단'으로 민주통합당을 몰아붙였다.

"'그때그때 달라요'가 한명숙 정체성? 공천배제 1순위"

이에 바통을 넘겨 받은 것은 이주영 정책위의장이었다. 이 정책위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한명숙 대표는 총리 재임기간을 보면 한미FTA의 잉태와 출산을 총지휘한 행동대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민주당은 정체성을 공천기준의 핵심으로 삼겠다고 했는데 '그때그때 달라요'가 한 대표의 정체성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한 대표가 공천배제 1순위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한-EU FTA에 침묵한 사람이 왜 유독 한미FTA에 대해서만 목청을 높여 야단법석을 떠느냐"며 "한미FTA 반대는 미국에 대한 콤플렉스, 다른 말로 사대주의"라고 비판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통합 과정에서 민주통합당에 합류한 한국노총도 문제 삼았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현재 민주통합당의 최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정책위의장은 "노조를 정당에 예속시키는 전례없는 일"이라며 "이용득 위원장은 정당활동을 청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한국노총의 정치참여에 대해 각을 세우고 있는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힘을 싣는 발언이었다. 이 장관은 지난 14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노총의 민주통합당 합류는) 단기적으로 소수 노총 간부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으로 지향점이 달라 언젠가는 '팽'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도 "한미FTA나 제주 해군기지를 추진할 때 당위성을 주장하던 친노세력이 이제 폐기하겠다고 하니 혼란스럽다"면서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말을 바꾸는 친노세력들이야말로 심판 대상"이라고 거들었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정체성'만이 아니라 '도덕성'도 문제 삼았다. 그는 "노무현 정권은 과연 깨끗하고 능력이 있었느냐"며 "부패사건이 시작돼 대통령이 목숨을 버리자 그 옆에 있던 분들이 부패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건 자가당착"이라고 비난했다.

"부패사건으로 목숨 버린 노무현... 그 측근들이 부패정권 심판?"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도 재차 제기했다. 그는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월간조선>의 기사를 인용,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씨의 미국 주택구입자금 출처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그는 이날 "한명숙 부부 계좌의 현금 2억4000만 원,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씨의 미국 주택구입자금 13억 원, 권양숙 여사의 100만 달러 등도 해명해야 한다"며 "구린내를 감추고 남을 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의 한미FTA 공세는 정부의 지원 사격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앙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한미FTA는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국가적 결단 하에 추진되는 정책"이라며 "한미FTA에 대한 성급한 폐기 주장은 우리나라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한미FTA 발효 시 폐기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재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의 요구가 거부된 셈이다. 오히려 "국가 대외신인도를 하락시키는 위험한 주장을 하는 집단"이라는 딱지마저 붙였다.

박 장관은 이어 "현재 한미FTA 이행준비상황 점검을 위해 시애틀에서 양자회의가 진행 중이고 회의 결과에 따라서 이번 주 중에 발효시점을 확정지을 수 있을 것"이라며 "조속히 (한미FTA를) 발효·이행해 경제적 효과를 입증함으로써 FTA에 대한 막연한 반감과 불신을 불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MB맨' 사공일 한국무역협회장이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미FTA 폐기 주장은 발효 후 성과를 내면 사라질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22일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4주년 기자회견 역시 한미FTA 폐기 논란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한미FTA를 비롯해 제주 해군기지 등 지난 (노무현) 정권에서 추진했던 사안에 대한 민주통합당 등 야권의 '말 바꾸기'에 대해 입장을 밝히실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대중 "새누리당, 한미FTA에 승부 걸어야"

정부·여당의 '한미FTA 전선' 화력 집중에 보수언론도 가세했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이날 칼럼을 통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간에 차이점이 노출되기 시작했다"며 "전선(戰線)은 한미FTA에서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고문은 "상황의 진전에 따라서는 한·미 동맹 관계, 해군기지 등 핵심적인 안보적 관심사와 FTA 등을 둘러싼 국제적 신의와 경제적 득실의 문제가 2012년 선거의 중요하고도 결정적인 대치점이 될 것"이라며 "당위적으로 이것이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새누리당은 여기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김 고문은 "민주(통합)당이 스스로 제기한 안보적 성격의 공약과 미래 한국의 전망에 관한 쟁점들을 재빨리 받아치며 차이점으로 승부를 유도하는 것이 새누리당으로서는 해볼 만한 전략이 될 수 있다"면서 "새누리당이 여기서 복지의 함정, 포퓰리즘의 달콤함에 빠져 족보나 근거도 없는 진보·좌파 짝퉁 놀이에 놀아난다면 새누리당이 2등으로 떨어지는 것은 단순 산술만큼 명료하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박근혜#한미FTA#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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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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