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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우리나라 아동인권상황에 대한 정부보고서를 심사했다. 그리고 [세계인권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아동권리 현황에 대해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우려하고 있는 입장을 담은 권고안을 우리정부에 보내왔다. 그 권고안 일부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1. (한국에는) 입양에 관해 규제, 감독하도록 위임받은 정부기관이 없고 해외입양 절차에 개입할 정부 의무를 명시한 법률이 없다.
4. 입양 후 서비스가 부족하다. 특히 해외입양인이 (입양 보내진 후 한국에 돌아와서) 자신의 (입양기록 등에 관한) 정보를 찾고자 할 때 직면하는 언어적(지원) 조치가 부족하다.

위 1번의 지적은 한국이 현재 해외입양 세계4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입양에 관해 규제하거나 감독하는 정부기관이 없다는 말이다. 인간의 인생을 다루는 입양은 공적영역인 정부와 국가가 다루어야 할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우는 입양이 인권이나 인간존엄성문제보다는 이윤과 영리를 남겨야하는 사설기관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다. 이것은 곧 우리나라가 아동인권부재 국가라는 것이다. 그래서 국제기구인 유엔아동인권위원회가 우리나라의 이러한 인권후진성을 개선하라고 지적한 것이 이번에 보내 준 권고안이다.

아동권리, 즉 인권문제는 당연히 공적인 영역이어야 한다. 입양아 1명당 해외에서 주는 약 1천만 원 수수료를 사설입양기관이 받고 그 대신에 상품(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내는 현재의 구조는 그래서 '아동판매'이지 결코 인도적인 해외입양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래서 나는 해외입양을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정의한다. 부끄럽게도 2만 불 국민소득과 G20국가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아동을 해외에 수출판매하고 그 대가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는 부끄러운 인권후진국 나라다.

입양인 자살율, 약물중독 일반인의 3배 이상

2004년 스웨덴 정부자료에 따르면 스웨덴 거주 입양인의 자살율이 스웨덴 일반인보다 3.7배, 자살시도 2.7배, 정신과치료를 받는 율 2.7배, 알콜 중독 2.1배, 약물 중독 3.2배, 교도소 수감율은 1.5배 높게 나와 있다. 또 스웨덴 중앙 일간지 '다겐즈 니에터(Dagens Nyheter)' 지는 1999년까지 스웨덴으로 입양된 한국계 스웨덴인 사망자 총 44명 중 59.1%가 자살이었고, 이는 일반 스웨덴인의 자살율 26.8%보다 2배 이상 높다고 보도한 바 있다.

같은 2004년 기준 스웨덴 거주 입양인 4만 명 중 한국계 입양인은 약 8천5백 명으로 스웨덴 거주 입양인 중 가장 많은 1위를 당당히(?) 차지했다. 또 스웨덴에 거주하는 아시안계 입양인 중 약 70%가 한국계 입양인이고, 이들 역시 일반 스웨덴인보다 2.2배 이상의 사회부적응 문제를 보이고 있고, 1.9배 이상의 정신건강 문제를 보이고 있다고 기록되어있다.

입양은 고통, 정서불안, 자살충동의 원인

위 통계숫자가 보여주는 것은 입양이 얼마나 많은 고통, 정서불안, 우울증, 자살충동 등을 입양인들에게 주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도 지적했듯이, 입양, 특히 해외입양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는 더 이상 수동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격에 걸 맞는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

경제대국 세계15위라는 우리나라가 아직도 이 땅에 태어난 아동을 해외에 판매하여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은 물론 너무나도 부끄러운 국제적 망신이다. 그러나 내가 입양, 특히 해외입양을 반대하는 것은 단순이 외국인들 보기에 창피해서 만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를 낳아준 친엄마와 자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지켜주어야 할 마땅한 책임과 의무는 정부에게 있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정부는 정부의 그런 기본적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

[원초적 상처: 입양인에 대한 이해]라는 책에서 자신이 입양엄마이며 동시에 아동심리학자인 저자 낸시 베라는 아기가 친엄마 품으로부터 (입양 등으로)분리되면, 그 후 입양부모가 얼마나 입양아를 잘 대해 주는 것과는 무관하게, 입양아는 자라면서 신체, 감정, 심리, 정신적으로 매순간 상처를 입고 깊은 고통, 불안, 애정결핍, 불신가운데 산다고 결론지었다. 그래서 저자는 이러한 입양인의 상처를 '원초적 상처(The Primal Wound)'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친엄마와 이별로 인해 입양아가 받는 '원초적 상처'는 입양아가 성인이 되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해외입양인 김선영씨는 "부모가 된 해외입양인은 일반인과는 달리, 자녀와의 관계에 있어서 전혀 (친부모로부터 보고 배운) 역할모델이 없었기 때문에, 자기정체성, 친척과의 관계, 두 문화, 언어, 혈통에 관해 더 고민해야 한다."고 그 어려움을 실토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외입양의 상처(트라우마)는 입양인 그 세대에게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를 넘어서 그 입양인이 부모가 되어서도 그 자녀와의 관계에서까지 지속된다.

또 해외입양인이 겪는 문제 중 하나로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위4번에서 입양 보내진 후 친부모를 찾기 위해 몇 십 년 만에 모국을 찾은 "해외 입양인에 대한 한국정부의 서비스 부족"을 지적했다. 특별히 해외 입양인이 입양 보내진 후 한국에 돌아와서 자신의 입양에 관한 기록이나 정보를 찾고자 할 때 직면하는 (언어적 지원을 포함한) 여러 가지 지원조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해외입양인은 아주 어린 시절에 해외로 입양 보내졌기 때문에 한국어를 전혀 못하거나 거의 못한다. 그래서 한국어를 못하는 입양인이 모국에 와서 친부모를 찾기 위해 자기 입양기록을 찾는 일은 마치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우리나라가 국격에 어울리지 않게도 국가차원에서 해외입양인에 관한 기록을 보관, 관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외입양인은 자신을 입양 보낸 사설입양기관이나 국가기구가 아니고 법적권위와 서비스 제공체계가 미약한 중앙입양정보원에서 자신에 관한 기록에 접근해야 하는데 이일은 외국어를 할 줄 아는 한국인들의 도움이 없이는 물리적으로나 언어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사설입양기관 경우는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입양인이 자기에 관한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국가기관이 아니라 사설입양기관의 자선적, 자의적, 시혜적 태도에 의해 결정되는 현재 구조는 입양인에게 모멸감을 주는 구조다. 그 말은 국가가 그 기본적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동은 친엄마가 키워야 가장 행복

우리나라가 부끄러운 인권후진국의 오명을 하루빨리 벗어나고자 한다면 정부는 물론 위에서 지적한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안을 적극 수용하고 적절한 대책을 하루빨리 세워야 한다. 그러나 이에 앞서 더욱 중요한 우선과제가 있다. 그것은 친엄마가 입양을 보내지 않고 자기가 낳은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입양정보원은 그 설립목적 첫 번째로 '국내입양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들고 있다. 이것은 아주 잘못된 정책이다.

유럽은 99% 이상, 사회복지가 열악하다는 미국조차 98% 이상의 친엄마가 자기가 낳은 아이를 스스로 키우고 있다. 이 말은 친엄마가 알코올중독자나 마약중독자 혹은 불치병이나 중병에 걸리지 않는 한 전부 자기 품으로 친자녀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첫째 비혼모에 대해 적극적인 정부지원이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비혼모와 그 자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생자녀 중 '비혼모 자녀'(Illegitimate children)는 미국이 약 1/3(33.96%)이나 되고 스웨덴 56%를 비롯해서 유럽 국가는 50%에 접근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비혼모 90% 이상이 아이를 입양 보낼 수 밖에 없다. 그 이유는 첫째 열악한 정부지원 때문이고(최저임금 시 월 5만원 지원이 전부) 둘째 비혼모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편견이다.

잘못된 '문화'는 과감히 버려야

작가이며 미국 입양인 제인 정 트랜카
▲ 제인 작가이며 미국 입양인 제인 정 트랜카
ⓒ 제인 정 트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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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이러한 우리나라의 열악한 사회복지나 비혼모와 그 자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그저 '문화'탓으로 쉽게 돌린다. 그러나 '문화'는 고정된 게 아니다. 그리고 잘못된 문화, 시대에 맞지 않는 문화, 인간의 얼굴을 상실한 문화는 과감히 쓰레기통에 버리고 바꿔야한다. 조선시대 첩이나 노비제도, 남존여비사상, 군주제도는 우리의 문화였다. 그럼 지금도 이런 문화를 지키고 따라야 하는가? 인간성과 인도주의를 상실한 문화는 과감히 폐기하고 버려야한다.

작가이며 한국계 미국 입양인 제인 정 트랜카씨는 "한국인이 유교문화 때문에 비혼모와 그 자녀를 차별한다고 하지만 유교문화에서는 아버지(비혼모의 남자)가 자녀를 돌보아 주어야 할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요?"라고 반문한다.

입양을 최소화하고 자녀가 친엄마 품에서 자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주어야 행복한 사회가 된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뿌리의집' 김도현 목사는 신약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도 미혼모였지만 아기예수를 입양 보내지 않았고, 아기예수도 친엄마와 헤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만일 예수가 어린 시절 입양 보내져서 친엄마의 사랑을 못 받고 자랐다면, 그래서 많은 고통, 정서불안, 우울증, 자살충동 등을 갖고 그 생을 살았다면 세계사는 180도 변하지 않았을까?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그 생명(아기)이 부유한자의 자녀이건 권력자의 자녀이건 비혼모의 자녀이건 상관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권리를 갖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그 생명을 가꾸고 보살펴 주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이것이 내가 믿는 문명화된 민주국가의 할 일이다. 정부가 이런 기본적 책무를 다하지 않을 때, 또 우리가 이런 비인도적 상황에 대하여 무관심하고 침묵으로 일관할 때, 우리는 여전히 야만의 시대, 원시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태그:#입양, #제인 정, #김도현, #싱글맘, #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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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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