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와 금속노조 KEC지회는 21일 오전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 KEC의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와 금속노조 KEC지회는 21일 오전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 KEC의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경북 구미에 있는 주식회사 KEC가 경영위기를 이유로 오는 24일부터 직원 75명을 정리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금속노조 KEC지회를 비롯한 노동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KEC는 지난 2010년 심각한 노사갈등을 겪었으며 이 와중에 노조지회장이 몸에 시너를 끼얹어 분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5개월여의 파업이 끝난 뒤에도 회사가 파업에 참가한 88명의 조합원들에게 30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말썽이 일기도 했다.

업무 복귀 조합원에게 "다 나가라"

사측은 업무에 복귀한 조합원들에게 파란색과 주황색 옷을 입힌 뒤 교육을 했는데, 교육과정 중에는 매일 반성문을 쓰도록 지시했다. 또 4지선다형 시험을 보면서 정답에는 '다, 나, 가, 라' 또는 '나, 가, 라, 다'를 반복적으로 적도록 한 것으로 드러나 사측의 반인권적 교육이 도마위에 오른 적도 있다.

2011년 7월에는 사측에 협조적인 복수노조(KEC노조)를 설립하고 파업 참가자들을 전원 퇴직시키기 위해 희망퇴직을 유도한 것은 물론, 임원들의 임금인상 재원을 마련하려는 문건이 공개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또 노조활동에 부당 개입해 고용노동부에 의해 사측이 압수수색을 당한 적도 있다.

아직까지도 KEC지회와 사측간 갈등의 불씨가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KEC가 복수노조인 KEC노조와는 상여금 300% 삭감 등을 합의하고, 사측에 비협조적인 KEC지회 쪽 노조원 75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민주노총 경북본부와 금속노조 KEC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2월 21일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가 누적된 적자로 인한 경영위기라 주장해 왔지만 손실 부풀리기를 통한 회계조작"이라며 정리해고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정리해고 한다면서 3천억 원 부동산 개발

이들은 '노동자운동연구소'가 낸 <KEC 정리해고의 진실>이란 보고서를 인용해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며 "정부는 KEC의 부정한 회계조작을 즉각 조사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KEC지회는 베포한 자료를 통해 "KEC가 100억 원의 임금삭감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동시에 3천억 원 규모의 부동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회사의 경영위기는 허구"라고 밝혔다.

KEC는 구미공장 부지 절반을 이용해 복합판매시설(대형마트, 아울렛 등), 호텔, 지식산업센터시설 등이 입주할 수 있는 지상 10층, 지하 2층 건물을 짓겠다는 계획을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에 제출한 상태다.

KEC지회는 "더군다나 현재 KEC의 복합판매시설 위주 개발 계획은 소매업에 대한 규정이 없는 '구미산업단지 관리기본 계획'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만약 관련 고시를 변경한다면 이는 시민 세금으로 정리해고를 지원하는 꼴"이라고 반발했다.

회사 적자는 원인은 따로 있다

KEC지회는 2009년부터 이어진 KEC의 계속된 적자는 경영진의 이상한 경영 행태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손실 부풀리기, 노조탄압, 홀딩스를 통한 KEC 자금 빼가기 등을 중단한다면 흑자 전환도 가능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KEC지회는 "KEC의 영업이익을 보면 2010년까지 매년 흑자를 기록했지만, 2009년부터 영업외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시작해 2010년에는 496억 원이 영업과 관련 없는 활동에서 발생했다"며 "다른 활동에서 뭔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의심했다.

KEC지회는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하면서도 임원진과 관리자들은 예전보다도 더욱 많은 급여와 혜택을 챙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어려워졌다는 2009년부터 이사들의 급여는 천정부지로 인상됐고, 관리자들에 대한 대규모 승진도 계속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KEC가 올해부터 2014년까지를 구조조정의 시기로 정하고 외주화 확대를 핵심과제로 잡고 있다"며 "회사와 기업노조가 무급순환휴직에 합의하고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외주화를 통한 전면 비정규직화의 길을 터줬다는 사실이 들통날까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KEC 임원 및 노동자의 월급여 도표. KEC임원과 한국전자홀딩스 임원의 급여는 높은 수준으로 올랐으나 여성노동자들의 임금은 그대로다.
 KEC 임원 및 노동자의 월급여 도표. KEC임원과 한국전자홀딩스 임원의 급여는 높은 수준으로 올랐으나 여성노동자들의 임금은 그대로다.
ⓒ 노동문제연구소 한지원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사측은 이날 오후 입장표명을 통해 "KEC지회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고 허위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측 노무관계자는 "부동산 개발은 공장부지를 공업용지에서 산업용지로 변경해 자금조달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 하는 것으로 구조조정이나 해고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또 손실 부풀리기에 의한 회계장부 조작이라는 의혹에 대해서 사측 노무관계자는 "본사가 서울에 있을 때 임대료와 전산업무 용역비용 등을 정상적으로 지불한 것이고 회사의 이익을 배돌렸다는 것은 노조의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그는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고 임원진과 관리자들의 임금을 대폭 인상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관리자들은 8년째 연봉이 동결됐다"며 "노조는 매년 임금인상을 해 대리와 과장과의 연봉이 역전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리자들도 30%의 인원 감축과 승진이 미뤄지는 등의 고통분담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성훈 금속노조 KEC지회 수석부회장은 "KEC자본은 수년간에 걸쳐 회계조작을 통해 경영이 어려운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며 "이를 빌미로 노조를 말살하고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쫒으려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리해고의 명분이 없음을 주장했다.


태그:#KEC, #정리해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