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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호가 높은 산과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여 남성적이라면 대청호는 수면과 맞닿은 낮은 봉우리들이 물을 가득 담고 있어 여성적이다. 2월 18일, 청주삼백리 회원들이 문의면 가호리의 대청호반으로 봄맞이를 다녀왔다. 

 

청주를 출발해 고은삼거리, 괴곡삼거리, 염티삼거리를 지나고 소전교를 건너 가호리로 향했다. 길가에 대나무가 많은 문의면 후곡리 대각사 입구 빈집 앞이 산행의 들머리였다. 228봉까지는 산길이 가파르다.
 

228봉에 위치와 높이를 정확히 측량하기 위한 삼각점이 있고, 이곳 조금 아래편에서 보면 대청호반의 가호리가 섬처럼 보인다. 가호리로 가는 능선의 내리막길에 고라니와 멧돼지의 발자국과 배설물이 많다. 동물들이 살기 좋은 자연환경이 바로 건강한 생태계다.
 

가호리 끝자락 경치 좋은 곳에 동복 오씨 문중에서 세운 정자가 수몰된 고향을 그리며 대청호를 바라보고, 아래 쪽의 곡계고개에 높이 23m의 상수리나무(청원보호수 70호)가 옛 모습 그대로 위용을 자랑한다. 가여울마을과 곡계마을의 유일한 통로였던 곡계고개는 마을들이 수몰돼 오가는 사람이 없다.

 

제법 쌀쌀한 날씨였지만 봄맞이를 하는 대청호의 풍경이 백두산 천지를 닮았다. 사라진 마을 가호리 앞 대청호의 멋진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봄기운이 물씬 풍겨온다. 좋은 풍경 앞에 누구나 시인이 된다. 바람이 한줌 일자 오종혁 총무는 "바람이 달려온다"며 슬며시 웃는다.
 

선조들의 얼을 기리고 배우는 역사교육장 문의문화재단지에 가호리 고인돌이 있다. 전망 좋은 곳에 앉아 고인돌이 있던 위치를 가늠해봤다. 붉은색, 검은색, 노란색 등 호반의 흙색깔이 다양하다. 호반을 따라 걷는 사람들이 한 폭의 그림을 만든다.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야 맛있다. 호수 위에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와 함께 스트레스도 날아간다.
 

가호리와 후곡리 사이의 호반을 걸었다. 한적한 시골길에 반한 이석호 회원은 "이 길을 걸으면 아무리 사이가 나쁜 사람이라도 손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있는 그대로 보존해야 할 필요성을 얘기했다. 가호리와 후곡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대청호가 숨바꼭질을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 추억과 낭만 찾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대청호, #가호리, #문의면, #후곡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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