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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부터 진행된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 간 야권연대 협상이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 이명박-새누리당 심판과 야권의 완승을 위한 전국적 야권연대 타결은 국민적 여망이자 절박한 민심의 요구였음에도 이에 부응하지 못하여 참으로 송구스럽다."

 

통합진보당 우위영 대변인이 지난 24일 밤늦게 발표한 성명이다. 4월 11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민주통합당(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를 통해 민주개혁진영 승리를 이루겠다고 나섰지만 일단 결렬된 것이다. 물론 완전한 결렬은 아닐 것이다. 야권이 연대하지 않으면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어부지리를 얻게 되고, 이명박 정권 심판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열에 일곱을 양보하더라도 야권의 단결을 이뤄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했던 말이다. 통합진보당은 시간이 날 때마다 김 전 대통령이 한 말을 통해 민주당에 '양보'를 촉구했다. 통합진보당이 민주당에 요구한 야권연대 양보안은 영남권을 제외하고 이른바 '10+10'안으로 구체적으로는 수도권 10곳, 호남, 충청, 강원, 대전 지역에서 10곳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내놓은 안은 '4+1'안, 수도권 4곳, 호남, 충청, 강원, 대전을 통털어 단 1곳이었다. 한 마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했던 "열에 일곱을 내주더라도 야권 단결을 이뤄야 한다"는 '통큰 양보'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통합진보당 요구가 '어거지'?

 

민주당이 보기에 통합진보당 양보안은 '어거지'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양보는 큰 형님하는 것이지 가난한 동생이 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으로서는 답답할 수 있다. 통합진보당이 요구한 양보안을 그대로 수용하면 공천을 신청한 자당 예비후보들이 반발할 것이고, 그들 역시 민주당 후보으로서 자질과 능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질과 능력이 있는데도 야권연대를 위해 무조건 양보를 요구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통합진보당에 제시한 '4+1'안은 생색내기에 불과한 것으로 야권연대를 하지 않더라도 4월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교만과 성급함이 함께 하고 있다. 일단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새누리당을 앞서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떼 놓은 당상'쯤으로 여기는 듯. 하기야 한나라당이 조롱과 힐난을 받으면서까지 새누리당으로 이름으로 바꿀 정도였으니 그냥 이대로 쭉 가면 선거 승리는 손에 쥔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림없다. 유권자들은 보기보다 어리석지 않다. 4년 내내 '삽질'만 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나라를 이끌 수 있는 정당이 되지 않으면 표를 던질 이유가 없다. PK(부산·경남)에서 '문성길'(문재인·문성근·김정길)을 통해 낙동강 벨트로 동남풍을 일으켜 총선 '대박'을 바라지만 이런 모습으로는 대박이 아니라 오히혀 새누리당에 1당을 내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문성길' 한 축인 김정길 전 행자부장관이 지난달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민주당이 높은 지지율로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다"며 "착시현상에 취한 교만, 선거현장 모르는 무지다. 4월총선은 51:49% 싸움이다. 야권단일화가 절실하다. 지금 민주당의 대화 파트너는 한나라당이 아닌 진보야당이다. 민주당 정신차려라!"라고 질타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김 전 장관은 또 "야권연대협상이 결렬됐다. 통진당의 10+10 양보안에 대해, 민주당이 처음 10+@안보다 후퇴한 4+1안 제안했단 보도. 소탐대실인듯"이라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열에 일곱 양보하라'던 DJ의 통큰양보가 그립다"며 "통진당이 원내교섭단체는 가능하게 양보하는게 맏형된 도리가 아닌가!"라고 민주당에 양보를 촉구했다.

 

민주당 160석 확보보다 더 중요한 것

 

민주당은 지난해 8월 18일 고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 흉상 제막식을 했다. 지금 민주당 당사에는 두 대통령이 사진이 나란히 걸려있다. 민주당 공천자들은 두 대통령 사진 아래에서 자격심을 받고 있다. 두 대통령이 남긴 유지를 받들겠다는 뜻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행동하는 양심'을 촉구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깨어있는 시민'을 바랐다. 이는 시민만 새겨야 할 것이 아니라 유권자 선택을 받아 대의정치를 하는 국회의원들이 더 명심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은 깨어있는 정당같은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행동하는 양심을 통해 대의정치를 바로 세우겠다는 다짐도 별로 없다.

 

'반 MB'전선으로 가면 유권자들이 자신들을 선택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많은 유권자들은 민주당을 비롯한 개혁진보진영이 승리하기를 바란다. 이 바람이 바람으로 끝나지 않고 결과로 이어지는 길은 민주당이 공천혁명과 야권연대를 위해 통큰 양보다. 공천 혁명은 둘째 치더라도 야권연대만은 반드시 이뤄야 한다.

 

야권연대 성사는 민주당 통큰 양보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강령 전문에 이런 글귀가 있다.

 

"우리는 서민·노동자·농어민·중산층을 포함한 99% 국민을 위한 정당을 지향하면서, 공동체의 갈등과 분열을 야기하는 무분별한 세계화와 시장만능주의를 극복하고, 성 평등 가치가 보장되는 사회제도와 노동·교육·혁신에 바탕을 둔 발전체제를 실현하며,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위협이라고 할 수 있는 평화와 생태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철학과 가치를 정립하고 추구한다."

 

이런 강령이라면 통합진보당과 별 다르지 않다. 강령을 글귀로만 남겨두지 않기 위해서는 통합진보당 등 진보정당과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160석을 얻는 것보다, 140석을 얻고, 진보정당이 20석을 얻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이 더 낫다. 그렇게 되면 멱살잡이 싸움판 여의도가 아닌 대화와 타협, 양보가 있는 진정한 대의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여의도로 탈 바꿈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태그:#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야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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