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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 구조라 마을에 핀 춘당매. 춘당매는 이른 봄 일찍 핀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 춘당매 경남 거제 구조라 마을에 핀 춘당매. 춘당매는 이른 봄 일찍 핀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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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알린다는 입춘이 거의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가는 겨울이 마지막 앙탈을 부리는 듯하다. 그런다고 봄이 오지 않을까. 흔히 봄을 알린다는 전령사라면 노랗게 핀 개나리꽃이나 얼음장이 녹은 개울가에 핀 버들강아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매화나무에서 수줍은 듯 핀 매화는 보는 사람의 심장을 살짝 떨리게 만든다.

지난 26일. 마지막 문턱에 걸터앉은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러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경남 거제 구조라 마을에 있는 구조라초등학교. 폐교된 이 학교 언덕배기에는 120년 산 것으로 추정되는 매화나무 네 그루가 서 있다. 학교 입구에도 한 그루가 별도로 더 서 있다.

경남 거제 구조라 마을에 핀 춘당매. 춘당매는 이른 봄 매화나무 꽃이 일찍 핀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 춘당매 경남 거제 구조라 마을에 핀 춘당매. 춘당매는 이른 봄 매화나무 꽃이 일찍 핀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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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피는 매화는 '춘당매(春堂梅)'라 부른다. 이른 봄, 일찍 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매년 1월 하순이면 활짝 꽃을 피웠건만, 올해는 유난히도 늦게 피우고 있다. 꽃샘추위가 봄이 오는 것을 시기했던 모양. 그래도 봄은 엄연히 오고 있다. 자연이 매화로 하여금 봄을 알리라고 재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진난만하게 웃는 갓난아이의 웃음이 따로 없다. 이곳 매화가 바로 그런 모습이다. 하얀 웃음을 선사하는 춘당매는 춥고 긴 겨울을 이겨낸 탓인지 그 웃음도 한량없이 포근하고 사랑스럽다.

경남 거제 구조라 마을에 핀 춘당매. 춘당매는 이른 봄 일찍 핀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 춘당매 경남 거제 구조라 마을에 핀 춘당매. 춘당매는 이른 봄 일찍 핀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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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이기고 눈 속에서 피는, 강인하면서도 고귀한 운치를 나타내는 매화. 식물에게 있어 가장 큰 고난은 무얼까? 바로 추위 속에서도 스스로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생존하는 생태적 특성일 것이다.

그래서 매화는 식물의 생태적 특성과 인간의 유교적 인륜의식이 결합한, 절개와 지조의 상징으로 인식돼 왔다. 옛 문사들이 사군자를 즐겨 그렸던 것도, 이러한 식물적 장점을 고결한 군자의 인품에 비유했기 때문이었으리라.

경남 거제 구조라 마을에 핀 춘당매. 춘당매는 이른 봄 일찍 핀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 춘당매 경남 거제 구조라 마을에 핀 춘당매. 춘당매는 이른 봄 일찍 핀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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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매화나무는 꽃만 피우고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한다. 불타는 사랑은 연기가 없고, 슬피 우는 새가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치라고나 할까.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거제도 구조라에 있는 하얀색 매화. 봄이 오는 것을 유달리 시기했던 지난 겨울이었다.

경남 거제 구조라 마을 구.구조라초등학교 언덕배기에 핀 춘당매. 춘당매는 이른 봄 매화나무 꽃이 일찍 핀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 춘당매 경남 거제 구조라 마을 구.구조라초등학교 언덕배기에 핀 춘당매. 춘당매는 이른 봄 매화나무 꽃이 일찍 핀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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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의 시기심 때문에 이곳 구조라 마을의 매화는 늦게 피어났다. 하물며, 사람이라고 해서 질투하는 마음이 없을까! 꽁꽁 언 마음을 녹이고, 따뜻한 봄을 맞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드리는 메시지 하나. 올봄, 쪽빛 거제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이곳 구조라초등학교 언덕배기에 핀 춘당매를 보며 시기심과 질투심을 흩날려 보내리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싣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춘당매, #매화, #구조라초등학교, #구조라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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