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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는 작년 3월 1일 신설학교로 개교한 학교로 준공한 지 1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학교는 겨우 내내 공사장이었습니다. 학급 수가 늘어남에 따라 교실을 늘리는 공사를 하고, 미술실을 옮기고, 없어진 회의실과 사랑방을 새로 만들었습니다(관련기사 : <개교 1년 만에 10학급 늘어...인기 많아 좋겠다고요?>). 그리고 도서실 공사와 실외 공사로 놀이기구를 새로 설치하는 공사를 했습니다.

준공 뒤에도 학교는 아직도 공사 중, 계속 공사 중

개교를 한 뒤에도 지난 1년 동안 우리 학교는 계속 공사 중이었습니다. 그동안 급식실 바닥 재시공, 한 달 만에 뒤틀린 옥상데크 보수공사, 장마철에 곳곳에 비가 새서 방수공사도 했고, 곳곳에 죽은 나무를 뽑아내기도 했습니다. 또 추운 겨울 공사로 인한 바닥 꺼짐 현상을 재시공하기도 했습니다. 도서실 설치 공사도 비용과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개교 1년 뒤인 지난 2월에나 정식 개관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밖에도 학교설계 당시 학교시공업체와 SH공사가 협력체제가 안 되어서 소화관이 교문 앞에 떡 버티고 서 있기도 했습니다. 또, 차가 드나들어야 하는 교문 앞을 교통안전 펜스로 막아놓아서 이것을 다시 없애는데 교육청과 구청, 경찰서, SH공사, 시공사와 수없이 전화하고 공문을 주고 받아서 철거가 확정되기까지 수개월이 걸렸습니다. 서로 책임을 돌리면서 일처리가 안 되어서 학교 관리자와 행정실은 진을 뺐습니다.

 차가 드나 들어야하는 교문앞에 잘못 설치된 안전휀스 하나를 없애는데만도 수개월동안 관리자와 행정실이 진을 뺐습니다. 철거만 했고 마무리 공사가 아직 안되고 진행 중입니다.
▲ 교문 앞에 가로쳐서 있는 안전 휀스 차가 드나 들어야하는 교문앞에 잘못 설치된 안전휀스 하나를 없애는데만도 수개월동안 관리자와 행정실이 진을 뺐습니다. 철거만 했고 마무리 공사가 아직 안되고 진행 중입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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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잖아도 신설학교는 여러 가지 시설이 부족한데, 개교 이후에도 공사를 계속하니 학습활동에 지장을 많이 받습니다. 공사 뒤치다꺼리 하느라 관리자도 힘들지만, 행정실 직원들은 죽을 맛입니다. 공사하는 데 추가로 돈도 많이 들어갑니다. 공사를 계속 거듭할수록 가장 큰 피해는 아이들에게 돌아갑니다.

한 달여 만에 모든 것을 갖추어야 하는 신설학교의 힘든 사정

작년에 개교 한 달여 전, 한창 공사 중인 학교에 개설요원으로 발령받아 가보니 달랑 학교 건물만 짓고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공부할 때 필요한 모든 것을 몇 명의 개설요원들이 한 달여 만에 다 고르고 결정하고 입찰해서 집어넣어야 했습니다.

아이들과 교사들이 사용할 책걸상에, 칠판, 게시판, 사물함, 신발장, 교실 패찰, 학교 안내도, 특별실에 필요한 모든 학습 자료들, 컴퓨터와 텔레비전 등. 교장선생님과 행정실 직원, 그리고 개설요원 선생님들이 지혜를 모아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밤잠 설쳐가며 한 달 여 만에 개교 준비를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 투성이었습니다.

일단 당장 급한 것부터 먼저 준비하고 필요한 것은 개교 후에도 계속 새로 마련하고 해야 했고, 한동안은 불편하고 부족한 채로 아이들과 공부해야 했습니다. 개교한 뒤 1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1년 동안 학교를 완전하게 갖추기 위해 힘쓴 교직원은 물론이고, 불편을 참아준 어린이들과 학부모들도 참 고맙습니다.

신설학교에서 느낀 학교 건축의 문제

신설학교에서 1년을 지내면서 1년 동안 학교 갖추는 데 참여해보니, 학교 건축의 문제가 보입니다. 학교 건축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학교 건축이 기본적인 학교 사정을 잘 모르고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교육과정 속에서 꼭 필요한 것들이 설계도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텃밭과 연못, 놀이터, 실외 쓰레기장, 야외 학습장이 꼭 필요한데 없습니다.

학교에 잔디밭만 있고 아이들교육에 꼭 필요한 텃밭이 없어서 할 수 없이 잔디를 뽑아내고 텃밭을 만들었습니다.
▲ 잔디밭을 텃밭으로 학교에 잔디밭만 있고 아이들교육에 꼭 필요한 텃밭이 없어서 할 수 없이 잔디를 뽑아내고 텃밭을 만들었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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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싼 돈을 들여 설치하고 관리비만 많이 드는 쓸모없는 분수대를 아이들을 위한 생태연못으로 바꾸었습니다. 연을 비롯한 수생식물을 심었더니 수생동물들이 찾아와서 아이들의 즐거운 생태학습장이 되었습니다. 이곳에다 5학년 아이들과 모내기를 해서 가을에는 벼를 베어서 타작까지 해서 떡을 해 먹었습니다.
▲ 쓸모없는 분수대를 생태교육장인 연못으로 비싼 돈을 들여 설치하고 관리비만 많이 드는 쓸모없는 분수대를 아이들을 위한 생태연못으로 바꾸었습니다. 연을 비롯한 수생식물을 심었더니 수생동물들이 찾아와서 아이들의 즐거운 생태학습장이 되었습니다. 이곳에다 5학년 아이들과 모내기를 해서 가을에는 벼를 베어서 타작까지 해서 떡을 해 먹었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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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의 경우 텃밭이 없어서 돈 주고 사서 심은 잔디를 거둬내고 텃밭을 만들었고, 역시 돈 무척 많이 들여서 만들었다는 분수대를 그냥 연못으로 만들어서 아이들이 수생식물과 곤충을 관찰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 놀이터는 구청의 지원을 받아서 1년 만에 설치했는데, 설치 장소가 없어서 1년 전에 심은 나무를 다 뽑고, 놀이기구를 설치했습니다. 초등학교 건축을 한다는 사람들이 초등학교에 꼭 있어야 할 놀이터 장소 하나 마련해놓지 않고 학교를 설계한다는 것이 참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준공 1년만에 놀이터 공사를 끝냈습니다. 놀이터 자리는 학교 설계도에 따로 나와있지 않아서 아까운 공원을 없앨 수 밖에 없었습니다.
▲ 놀이터 공사 준공 1년만에 놀이터 공사를 끝냈습니다. 놀이터 자리는 학교 설계도에 따로 나와있지 않아서 아까운 공원을 없앨 수 밖에 없었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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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공당시 공원으로 꾸며놓았는데 이미 환경오염물질이 나와서 사용하지 않는 고무칩을 깔아놓아서 역한 냄새가 심했고, 심어놓은 아름드리 느티나무는 작년에 말라 죽었습니다.
▲ 놀이터를 마련한 곳의 예전 모습 준공당시 공원으로 꾸며놓았는데 이미 환경오염물질이 나와서 사용하지 않는 고무칩을 깔아놓아서 역한 냄새가 심했고, 심어놓은 아름드리 느티나무는 작년에 말라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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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학교 설계도에 운동기구 설치할 곳을 마련해 놓지 않아서,  애써 심은 나무를 1년 만에 다 뽑아내고, 운동기구를 설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운동장에 운동기구 설치 공사 모습 처음 학교 설계도에 운동기구 설치할 곳을 마련해 놓지 않아서, 애써 심은 나무를 1년 만에 다 뽑아내고, 운동기구를 설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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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학교는 처음 설계 당시보다 학급 수가 늘거나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설계할 때는 미리 이 상황을 생각해서 교실 수를 늘이고 줄이기 쉽도록 설계해야 나중에 비용이나 시간과 노력이 절약됩니다.

우리 학교의 경우 개교 1년 만에 학급수가 10학급이나 늘어서 교실 수를 늘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설계 당시 교실 반 크기 작은 방을 많이 만들어놓아서 방 사이 벽을 없애 교실로 만들 때 벽에 설치한 각종 전선과 배관 문제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나중에 학교를 설계할 때는 작은 방을 만들더라도 벽을 없애서 한 교실을 만들기 쉽게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는 설계당시보다 학급수의 증감이 있게 마련이므로, 설계당시 이 점을 미리 생각해서 학교 건축설계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두 방을 합치는 공사를 할 때 가운데 벽에 설치된 여러가지 전선과 배관이 있어서 공사비오 시간과 노력이 더 많이 들었습니다. 처음 설계할 때 전선과 배관을 바깥쪽 벽으로 뺐으면 비용과 공사기간이 많이 절감되었을 것입니다.
▲ 작은 방 두 개를 합쳐서 교실을 만드는 공사중 학교는 설계당시보다 학급수의 증감이 있게 마련이므로, 설계당시 이 점을 미리 생각해서 학교 건축설계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두 방을 합치는 공사를 할 때 가운데 벽에 설치된 여러가지 전선과 배관이 있어서 공사비오 시간과 노력이 더 많이 들었습니다. 처음 설계할 때 전선과 배관을 바깥쪽 벽으로 뺐으면 비용과 공사기간이 많이 절감되었을 것입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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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설치된 것을 다른 것으로 바꾸려면 아깝게 돈 많이 들여서 만든 것을 없애고, 새로 돈을 들여서 설치해야 합니다. 애써 돈 들여 설치한 것이 무용지물이 돼서 1년도 안 돼 없애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처음 학교 설계할 때부터 잘 생각해서 했다면, 쓸데없이 버려지는 비용과 시간과 노력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을 텐데 하고 말입니다.

개교한 뒤 1년 동안 우리 학교는 여러 가지 공사를 벌였는데도 아직도 꼭 필요한 실외 쓰레기장과 야외 학습장, 또 실외 목공실은 비용을 따로 마련하지 못해서 설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돈이 마련되는 대로 언젠가는 공사를 또 해야 합니다. 공사가 다 끝날 때까지 학교는 계속 공사판일 수밖에 없고, 아이들이 사용할 수 없어서 교육활동에 지장을 받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학교 건축을 할 때 어린이들의 생활습성을 잘 모르고 지어서 생기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활동적인 아이들에게 "올라가지 마라!", "뛰지 마라!", "떠들지 마라!" 하지 않도록 올라가지 않도록, 뛰지 않도록, 얘기해도 울리지 않도록 설계해야 하는데 학교는 그렇지 못한 점이 많습니다. 아이들의 행동특성을 생각해서 건축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과 교사들은 서로 날마다 불필요한 실랑이를 벌여야 합니다.        

세 번째 문제는, 학교 신축은 교육청에서 주관하는데 이후에 이뤄지는 공사들은 모두 학교 주관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현재 학교 행정실 인력은 학교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하는데 지원하기에도 부족한데, 각종 공사 뒤치다꺼리까지 해야 하니 업무가 과중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일정액 이상의 공사들은 교육청이 주관해서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친환경인증 바닥 자재로 자재의 문제점이 발견되어서 1년만에 다 거둬내고 바닥을 새로 까는 공사를 해야했습니다. 학교건축을 하면서 발생한 문제는 모두다 기록이 되어서 다른 학교 건축할 때 또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 1년만에 다 거둬낸 불량 바닥재 친환경인증 바닥 자재로 자재의 문제점이 발견되어서 1년만에 다 거둬내고 바닥을 새로 까는 공사를 해야했습니다. 학교건축을 하면서 발생한 문제는 모두다 기록이 되어서 다른 학교 건축할 때 또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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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문제는, 여전히 학교 건축에 쓸 자재들이 규격화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우리 학교의 예를 들어보면 물을 많이 사용하는 급식실 바닥 자재를 잘못 써서 1년이 안 되어서 모두 재시공해야 했고, 특별실 바닥자재가 활동성이 뛰어난 아이들이 사용하기에 부적당해서 휘는 현상이 생겨서 역시 모두 들어내고 재시공해야 했습니다. 행정실에 의하면 재시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친환경 자재 인증 문제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 학교의 경험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우리 학교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그래서 지난 1년 우리 학교에서 겪은 어려움과 필요 이상의 비용 낭비를 더 이상 반복해서 겪지 않고,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희망'에도 게재합니다.



태그:#학교공사문제, #학교건축문제, #신설학교문제,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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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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