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하면 '대청소'입니다. 깔끔이 아내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습니다. 아무리 쓸고, 닦아도 거기서 거기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털어내야 직성이 풀립니다. 햇볕이 따뜻해지자 아내는 '버티컬'를 씻은 후 다시 달아야 한다고 타박입니다.
"오늘은 청소 좀 해야할 것 같아요."
"닦아도 거기서 거긴데, 그냥 두세요."
"아니, 버티컬이 먼지가 덕지덕지 붙은 것 좀 보세요. 이것을 그냥 보고 넘어가라구요?""알았어요.""씻은 버티컬 달지 않고 무엇하세요.""흔들거리니까. 누가 잡아줘야 하잖아요."
"아니, 테이블을 두 개로 합하면 되잖아요.""그럼 당신이 올라가면 되잖아요."
"이런 일을 나보고 하라는 것이 어디 있어요."이게 거미줄이냐, 먼지뭉치야?생각하니 맞습니다. 위험한 일을 남편이 해야지. 아내가 하는 집이 어디 있나요.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거미줄을 걷어내야 한다며 타박입니다. 먼지도 많이 들어는 집이라 그런지 천장을 보니 거미줄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생각보다 거미줄이 많네요."
"먼지도 많고, 워낙 오래된 집이라 그렇지요. 그런데 이거는 거미줄이 아니라 먼지가 뭉친 것 같은데.""거미물이든, 먼지든 아무튼 청소는 해야지요.""당신 말처럼 이렇게라도 걷어내니까 깨끗하게 보이네요."아내 타박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선풍기를 닦으라고 합니다. 어른들이 남자 나이 마흔 만 넘으면 아내 눈치를 보면 산다고 했는데 헛말이 아닙니다. 쉰 살을 3년 앞둔 지금 아내가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면 하지 않습니다. 그게 남자가 살아가는 법입니다.
"이제 선풍기 닦으세요."
"선풍기는 너무 빠른 것 아닌가? 늦봄에 닦아야지요."
"이왕 시작한 것 먼지 걷어내면 더 좋잖아요."
"이게 거미인가? 아니면 벌레인가? 잘 모르겠네요. 여기 보세요. 무언가 죽어 있어요."
먼저 닦으려다가 천정에서 떨어진 선풍기먼지를 닦다가 그만 힘을 주는 바람에 선풍기가 천정에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천정이 석고로 되어 있기 때문에 언제가는 떨어질 것이라고 걱정을 했었는데 기어이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어이쿠!""왜 그러세요."
"선풍기가 그만 천정에서 떨어져버렸어요. 다행히 잡아 바닥에 떨어지지 않았어요."
"괜찮으세요."
"언제가는 떨이질 수 알았는데. 결국 떨어졌네요. 천정이 석고로 되어 있어. 굉장히 약해요. 12년 이상을 달려 있었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예요.""석고가 약해 나사가 헐거워져 다시 빠질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어찌지. 이왕에 이럴 것 아예 실리콘으로 고정시키면 될 것 같은데."
"그게 가능해요?"
"가능하지. 고정판에 실리콘을 넓게 해 천정에 붙이면 돼요. 실리콘이 나사보다 더 튼튼할 수 있어요."
아내도 조으면 헐거워지고, 조으면 헐거워지는 나사를 보면서 어쩔 수 없었는지 실리콘에 선풍기를 맡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리콘이 마르면 틀림없이 나사보다 더 견고할 것입니다. 봄맞이 청소 나섰다가 선풍기 하나 날려 먹을 뻔했습니다. 하지만 먼지라도 깨끗이 털어내 마음은 깨끗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