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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해 3월부터 서울형혁신학교로 지정된 신설학교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현재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과 꿈의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는 두해째 선생님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입니다.<기자 말>

서울형혁신학교를 시작한 지 꼭 1년이 됐습니다. 지난해 3월에 초중등학교 포함 21개 학교를 시작으로 2학기에 29개 학교가 됐다가, 올 3월에는 30개 학교가 늘었습니다. 서울형혁신학교는 모두 59교가 됐습니다.

2012년 2년차에 들어선 서울형혁신학교는 초중고 모두 59개입니다.
▲ 2012학년도 서울형혁신학교 현황 2012년 2년차에 들어선 서울형혁신학교는 초중고 모두 59개입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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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처음 시작한 초등혁신학교만 해도 모두 열 개였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혁신학교들의 모습도 각기 다릅니다. 생전 처음 가는 길이기에 학교마다 혁신학교라는 길을 내기도 하는 등 크고 작은 갈등과 진통이 많았습니다. 이 진통과정에서 지난해 처음 혁신학교로 지정된 열 개 학교 중 한 학교는 끝내 교장선생님이 바뀌기까지 했습니다.

어느 학교는 잘 했는데, 어느 학교는 못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서울형혁신학교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보니 잘한 점보다 못한 점이 더 눈에 많이 띄고 부각되는 면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 학교를 비롯한 다른 혁신학교들의 공통점은 '혁신학교'라는 이름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또한 그동안 해왔던 교육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스스로 교육에 대한 고민과 질문을 가장 많이 했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서울의 초등교육 역사로 볼 때 학교 안에서 교사들이 이렇게 회의를 많이 한 시기는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또한 교육에 대한 고민을 이렇게 많이 한 것도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보기에 서울교육에 대한 변화가 이렇게 많았던 때도 처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혁신학교와 '가짜' 혁신학교 감별법은?

서울형혁신학교 누리집 첫 화면(www.dreamschoolinseoul.net)
 서울형혁신학교 누리집 첫 화면(www.dreamschoolinseoul.net)
ⓒ 서울형혁신학교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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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형혁신학교가 늘어나면서 전국의 학부모들이 서울형혁신학교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 오고 있습니다. 최근 많이 물어오는 내용은 '혁신학교의 취지가 좋고, 이에 동의해서 아이를 혁신학교에 전학시키고 싶은데 어떤 혁신학교로 보내면 좋으냐'는 것입니다.

"혁신학교면 다 혁신학교지 '어떤' 혁신학교라니요?"라고 하니 학부모들이 보기에 같은 혁신학교라도 '진짜' 혁신학교가 있고 '가짜' 혁신학교가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제게 뭘 보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있느냐고 구별하는 법을 알려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놀랍게도 학부모들은 벌써 작년 혁신학교에 대한 평가를 나름 다 해 놓고 계셨습니다. "○○학교는 말만 혁신학교지 혁신학교가 아니고요, △△학교는 이런 저런 점이 부족하고요"라며 나름 정확한 평을 내놓기도 합니다. 평가를 당하는 학교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진짜'혁신학교와 '가짜' 혁신학교라…. 그래서 저도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우리 학교의 경험을 토대로 '진짜' 혁신학교와 '가짜' 혁신학교를 가장 간단하게 감별하는 법을 말입니다. 아래와 같은 것은 교사들이 논의하면서 비교육적이라고 생각해서 우리 학교에서 가장 먼저 없앤 것입니다. 혹시 아래와 같은 요소들이 있는 학교는 혁신학교와 거리가 좀 멀다고 보시면 편할 것입니다.

①교문에 어디서 상 받았다는 것을 주렁주렁 걸어 알리는 학교
②학사력에 인증제, 경시대회, 각종 대회와 행사가 빼곡한 학교
③상을 많이 주는 학교
④중간고사, 기말고사가 있는 학교
⑤학습이나 행동이 남다른 아이가 무시당하는 학교
⑥교사회의가 없거나 잘 이뤄지지 않는 학교
⑦교장의 지시와 전달로 움직이는 학교
⑧학급이나 전교어린이회가 아이들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학교
⑨중앙현관과 교장실과 교무실 앞을 아이들이 다니지 못하게 하는 학교
⑩학부모회 임원 구성을 담임의 강요로 뽑는 학교
⑪학교 행사에 부모를 동원하는 학교
⑫전화를 걸었을 때나 묻는 말에 짜증을 내거나 친절하지 않은 학교
⑬얼굴이 어둡고 화난 표정이고, 짜증이 가득한 교사가 많은 학교
⑭학습지를 많이 사용하고, 텔레비전을 많이 보면서 공부하는 학급이 많은 학교

그러나 이런 내용들보다 혁신학교와 혁신학교 아닌 학교를 감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을 보면 알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 얼굴이 늘 밝고, 환하고, 아이들이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해서 아침에 깨우지 않아도 스스로 일찍 일어나서 학교 가겠다고 하는 아이가 많은 학교는 혁신학교이고,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는 아이가 많은 학교는 혁신학교 아닙니다.  

연구시범학교와 혁신학교가 다른 점

이밖에도 "혁신학교가 연구시범학교와 어떻게 다르냐"고 묻는 분도 계십니다. 두 학교의 공통점은 기간이 정해져 있고 지원금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연구시범학교는 지정 기간이 대개 1~2년입니다. 혁신학교는 4년입니다. 또한 연구시범학교 지원금은 연구내용과 기간에 따라 2천만 원에서 5천만 원 정도인데 비해 혁신학교는 1억 원에서 1억 5천만 원 정도 입니다.

그런데 기간과 지원금 규모말고 연구시범학교와 혁신학교가 확실하게 구별되는 점은 따로 있습니다. 연구시범학교는 몇몇 교사가 중심이 돼 여러 가지 행사를 벌이고 보고회를 화려하게 합니다. 그렇게 하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혁신학교는 여러 가지 행사를 화려하게 많이 해도 전체 교사들이 협력하지 않고, 학교 운영이 민주적이지 않다면 '성공했다'는 평을 받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1년 동안 우리 학교는 이렇게 앉아서 교사회의를 수없이 많이 했습니다. 교사회의를 할 때는 모든 교사가 둥그렇게 또는 네모모양으로 둘러앉아서 서로 의견을 충분히 주고 받으면서 논의합니다.
▲ 우리 학교 교사회 모습 지난해 1년 동안 우리 학교는 이렇게 앉아서 교사회의를 수없이 많이 했습니다. 교사회의를 할 때는 모든 교사가 둥그렇게 또는 네모모양으로 둘러앉아서 서로 의견을 충분히 주고 받으면서 논의합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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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동안 대부분의 연구시범학교는 승진 점수가 필요한 관리자와 몇몇 부장을 중심으로 운영돼 온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혁신학교는 몇 사람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교사들이 함께 논의하고 협력하면서 운영됩니다. 이것이 다른 점입니다. 또 혁신학교 교사들은 승진 점수를 따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사회에서 학교교육과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받아 이를 반영해 자율적으로 운영하면, 교사들의 자존감이 살아납니다. 그만큼 자발성과 책임감이 높아져 학교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수업 연구도 충실하게 됩니다. 교사들의 의견을 들어서 교육과정을 운영하면, 교사들이 주체가 돼 숨어있던 능력을 발휘합니다. 교육전문가로 되살아 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전체 교사가 참여하는 민주적인 교사회의는 혁신학교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전체 교사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교사회의 없이는 혁신학교가 될 수 없습니다.
▲ 전체 교사회 모습 전체 교사가 참여하는 민주적인 교사회의는 혁신학교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전체 교사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교사회의 없이는 혁신학교가 될 수 없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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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도 일부 혁신학교에서는 혁신학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학교운영을 교장선생님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 연구시범학교에서 그랬듯 전시성 행사를 벌이고 있는 곳도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교사들은 행사를 치르느라 수업에 전념하지 못하고, 행사도 교사들이 원해서 아이들을 위한 교육활동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게 됩니다. 결국 업적과 실적용 사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교사들은 주체가 되지 못합니다. 힘만 들고 무기력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가만히 보면, 지난 1년 동안 혁신학교라는 이름에 걸맞게 운영된 학교들은 학교 운영에 교사들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되고 자율성이 인정되는, 민주적인 협의체가 살아있는 학교였습니다. 학부모들마저 혁신학교가 '아니'라고 판정하는 학교들은 주로 교장이 주도해서 교장의 입맛에 맞게 교사들을 끌고 가는 학교였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결국 민주적인 협의 과정없이 관리자가 일방적으로 지시 및 전달하면서 끌고 가는 학교는 혁신학교가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교사회의가 활성화돼 함께 소통하고 협력해서 가는 학교는 이미 혁신학교인 셈입니다. 결국 학교 안에 민주주의가 살아 있느냐 아니냐를 따져 보는 것이 '진짜' 혁신학교와 '가짜' 혁신학교를 구분하는 핵심 요소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덧붙이는 글 | <교육희망>에도 게재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서울형혁신학교, #혁신학교,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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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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