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1.06.09'수개월을 걸쳐 고려 땅을 밟았다. 가사 자락에 뿌옇게 쌓인 먼지를 털고 보니 잊고 있던 갈증이 밀려온다. 옳다커니, 저 앞에 있는 다점(茶店)에 가서 목이나 축여야겠다. 타국사람들이 많이 드는 포구라서 그런지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많았다. 한쪽 승려들이 얘기하고 있는 틈에 앉았다. 주위의 시끌벅적한 분위기며, 이 땅을 먼저 밟은 스님들이 전해주는 진기한 이야기를 듣고 앉아 있자니 이 나라가 내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런데 이 차 맛은 무엇이란 말인가? 부드럽고 청아한 뒷맛이란….'
이날은 '외국인 수행자 한국문화체험'이란 행사로 전남 해남 미황사에서 한국에 와 계시는 외국인 스님들의 템플스테이가 있었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저녁 다도를 체험하는 시간에 각국의 스님들이 둘러 앉아 우리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고 계신데, 그 모습을 보니 문득 시간여행을 온 듯했다. 바로 위에 상상으로 적어본 '고려 어디쯤의 스타벅스'로 말이다.
지금의 녹차인 한국의 차(茶)의 유래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으로는 <삼국사기>에서 알 수 있는 대로 신라 흥덕왕 3년(828년)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적인 전래는 4~5세기경 불교수용과 함께 유입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당나라에 돌아온 사신 대렴이 차 종자를 가지고 오자 왕이 그것을 지리산에 심게 하였다. 차는 이미 선덕여왕 때부터 있었지만 이때에 이르러 성했다.- <삼국사기> 신라 흥덕왕 3년이렇게 전래가 되어 왕실과 귀족, 승려 등 고위계층만 즐기다가 고려시대에 이르러서는 다점(茶店)이란 것이 생겨 평민들도 차를 즐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내가 상상한 고려시대 어디쯤의 스타벅스 풍경은 정말 있을 법도 한 일일지도 모른다.
스님들의 차담 모습을 떠올려 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겹친다. 외국과 문물 교류가 활발했던 고려시대가 부러웠고 지금의 스타벅스가 그러하듯 전 세계사람들이 우리의 차를 마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일었다. 쫓기듯 극박한 일상에서 차 한잔은 차가 우려지는 몇 분간의 기다림과 한동안 입안에 남아있는 잔향으로 숨겨졌던 미세한 우리의 감각을 깨우며 몸을 리프레쉬시킨다. 우리의 차문화가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이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