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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선생님의 책 지구별 여행자를 읽으면 인도 대륙은 영적인 휴식처이며 가난하지만 영혼이 부자인 곳으로 묘사되어 있다. 인도나 네팔은 수많은 여행자들이 영혼의 안식을 위해 방문하는 곳이다. 하지만 난 인도대륙에 도착하자 영혼의 안식이 아니라 분노로 잠을 못 이루게 된다. 나에게는 다른 히피 여행자나 배낭 여행자처럼 행복한 여행자가 아니라 분노의 여행자가 되어야 되는 이유가 있다.

 

내가 4000미터 이상 히말라야에서 까르마를 만난 것은 추운 1월의 어느날 이었다. 히말아야 트렉킹 중에는 마른 몸을 가지고 맨발에 슬리퍼 하나만 신고 80킬로가 넘는 나무짐을 이고 다니는 여성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내가 만난 올해 38살이고 일곱 아이의 엄마이자 시부모를 모시고 남편 없이 살고 있었다.

 

하루종일 그녀가 나무를 나르면서 벌어들이는 하루 소득은 800원이지만 이 돈으로 열명의 가족들을 부양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다. 그 고단한 노동으로 까르마는 30대가 아니라 50대 후반으로 보였고 영양 상태는 심각한 상태였다. 힘들지 않아요? 라는 질문에 까르마는 힘들지만 내 삶이니까 받아드려야 한다고 하면서 그 무거운 나무짐을 이고 산길을 내려갔다.

 

네팔이나 인도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는 일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신부 지참금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이 대륙에서는 가난한 가정의 여성들은 결혼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비록 신부 지참금을 내고 결혼을 하더라도 대부분 가사노동이나 농사는 여자들이 하게 된다. 또한 네팔은 가난한 나라이기 때문에 남성들은 해외로 노동자로 파견됨으로 시부모 밑에서 남편없이 아이들을 키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도 대륙이나 네팔을 여행하다 보면 수많은 까르마를 만날 수 있다. 인도 델리의 아스팔트 공사장에서 만난 여성들의 삶은 너무나 비참했다. 아스팔트 공사장에서 아스팔트 까는 작업은 여성들이 주로 맡아서 하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보호장구 없이 아이들을 등에 업고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작업시간이 끝나면 공사장 옆에 작은 텐트를 치고 그 속에서 아이들이랑 함께 자면서 다음날 다시 아스팔트 작업을 한다. 인도반도의 수많은 공사장에서 벽돌을 지고 나르는 그 연약한 여성들의 등허리를 볼 때마다 혹시나 그 연약한 허리가 다칠까봐 너무나 불안했다. 건설현장의 벽돌나르는 단순 노동은 주로 여성들이 맡아서 저임금으로 일을 하고 있다.

 

나에게는 히말라야의 숨막힐 것 같은 그 아름다움도 영혼의 고향인 인도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인도대륙에서 그 수 많은 까르마들을 만나면서 눈물과 분노로 다시는 이 인도 대륙이나 히말라야를 밟지 않겠다고 내 자신에게 또 다짐하고 다짐했었다. 이 대륙에서는 아직도 수많은 여성들이 그렇게 위험한 노동에 내몰리고 있지만 그녀들을 지킬 문화적 법률적 규제 하나를 마련하지 못하는 있었다.

 

네팔 포카라의 페와 호수의 뱃사공 어머니, 델리의 아스팔트 공사장 어머니, 첸나이 하수도 청소하는 불가촉민 어머니, 뭄바이 고층건물 공사장의 어머니, 첸나이 공사장의 어머니들의 눈물과 한이 내 가슴이 흐르는 것 같았다. 그녀들의 어떠한 보호장비 없이 오늘도 공사장으로 내몰리고 있고 감독관들에게 시달리고 있었다. 

 

티벳 난민촌에서 만난 고승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인도대륙에서 벗어나서 좋은 나라에 태어나려면 몇 생의 좋은 업을 닦아야 한다". 내가 가진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베풀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그는 나에게 반복해서 가르쳤다. 내가 까르마 같은 그 많은 인도대륙의 어머니들에게 할 수 있는 없지만 그녀들을 기억하며 그녀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알아보고 있다. 그 첫 시작으로 네팔 포카라의 여성 자립센터에 미싱사주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부디 많은 여성들이 이 센터에서 미싱기술을 배워 그 힘든 일의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오늘도 수많은 여행자들이 인도대륙을 여행하면서 영혼의 안식을 얻었다고 할 것이다. 인도대륙을 여행할 때는 그 뒷면에 흐르는 수많은 까르마 같은 어머니들의 눈물과 고통을 보고 함께 아픔을 느끼고 분노하여야 한다.

덧붙이는 글 | 2010년부터 2011년 5월까지 인도를 다녀왔습니다.


태그:#여성,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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