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잡음에 시달리는 민주통합당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4·11 총선에서 과반 의석 달성은커녕 원내 1당이 되기도 힘들다는 경고음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7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시작부터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애초 경선 지역으로 선정됐다 갑자기 전략지역으로 바뀐 동대문갑 예비후보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이들은 "너무 억울하다, 도둑 맞은 경선을 돌려달라"며 "이게 민주주의냐, 한명숙 대표가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소리쳤다.
6일 임종석 사무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려다 한명숙 대표의 만류로 취소했던 문성근 최고위원은 아예 이날 회의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카메라 기자들의 플래쉬는 회의장에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던 임종석 사무총장에게 집중됐다.
굳은 표정의 임종석... 최고위원들은 총선기획단 성토
모두 발언에 나선 최고위원들은 이미경 의원이 단장을 맡고 있는 총선기획단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총선기획단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었다. 총선기획단을 해체하고 조기에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총선기획단의 무능을 꼬집었다. 박 최고위원은 "총선기획단에서 민주당의 공천 내용을 적극적으로 국민과 언론에 설명해야 하고 새누리당 공천 내용의 허상을 지적해야 한다"며 "총선기획단이 감동을 주는 총선 전략을 짜지 못했다면 민주당 공천의 실상을, 새누리당의 허상을 매일 보고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개혁 공천이라고 자랑하지만 국민과 언론은 감동받지 못하고 (반응이) 싸늘하다"며 "반면 새누리당은 알맹이가 없는데도 쇄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받은 임종석 사무총장 등을 둘러싼 공천 잡음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공천이 만약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고쳐서 국민 앞에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지 모두가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가면 총선 결과는 누가 책임질 거냐"며 "민주당 지도부와 공천심사위, 특히 총선기획단의 적극적 활동을 다시 한 번 주문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최고위원도 가세했다. 박 최고위원은 "공천 후유증으로 여의도가 시끄러운데 늘 그래왔다고 덮기엔 상황이 좀 달라 보인다"며 "공천 기준이 무엇인지 확실히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진보진영 절체절명의 고비"... 조기 선대위 체제 전환 제안이인영 최고위원은 강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 최고위원은 "민주·진보진영의 과반수 총선 승리 가능성이 절체절명의 고비에 접어 들었다"며 "서민정책, 공천혁명, 야권연대 3박자가 정확히 맞아 떨어져야 과반수 승리가 가능하지만 공천혁명 과정에 대한 중간 평가는 싸늘하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국민 경선을 통해 기득권, 동원 경선에 맞선 신진들의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이기는 감동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면 공천혁명은 실패로 끝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 최고위원은 조기 선거대책위 체제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임종석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하는 집행 라인과 이미경 의원을 중심으로한 총선기획단으로 이원화된 구조가 장점을 살리기에는 한계에 봉착했다"며 "조기 선대위 체제로 전환해 일원화된 구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명숙 대표를 중심으로 해 대선 후보까지 동원한 말 그대로 야전형 선대위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야권연대 협상 타결을 바탕으로 민주진보 전체 진영의 연합 선대위 구축도 공식 제안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