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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차다. 찻잎을 일일이 손으로 비비고 덖어 만들어서 다갈색이 난다. 맛도 숭늉처럼 구수하다.
 우리 전통차다. 찻잎을 일일이 손으로 비비고 덖어 만들어서 다갈색이 난다. 맛도 숭늉처럼 구수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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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차(茶)를 앞에 두면 먼저 부담이 앞선다. 어떻게 마시는 게 좋은지 몰라서다. 이른바 '다도(茶道)' 탓이다. 자칫하면 예의 없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다. 심지어 무식한 사람 취급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를 마시는데 도(道)가 따로 있을 수 없죠. 규격화되고 훈련된 개념은 더더욱 아니고. 아주 자연스럽고 쉽게 마시면 돼요. 시쳇말로 누워서만 마시지 않으면 되지요."

'야생차 지킴이'로 널리 알려진 지허 스님(순천 금둔사)의 말이다. 아무런 부담 없이 아주 자연스럽고 쉽게 마시면 된다는 것이다. 스님은 "차는 대자연이 인간에게 준 가장 위대한 선물"이라고 예찬한다. 지허 스님을 만나 차에 대한 스님의 생각을 들어봤다. 다음은 지허 스님과의 일문일답이다.

'야생차 지킴이' 지허 스님. '차는 자연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는 게 스님의 말이다.
 '야생차 지킴이' 지허 스님. '차는 자연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는 게 스님의 말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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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은 전통 차 지킴이로 널리 알려졌는데요?
"출가한 지 57년 됐는데, 그때부터 차를 만들고 마시는 걸 즐겼어요. 그런데 이렇게 좋은 우리 차를 사람들이 잘 몰라요. 우리 차의 우수성을 알리는 역할을 누군가 해줬으면 좋겠는데 나서는 사람도 없고. '나라도 해야겠다'며 용기를 내 시작한 것이 그렇게 된 것 같아요."

- 스님이 이야기하는 전통 차가 무엇인지요?
"우리 조상이 하던 방식 그대로 가마솥에서 덖어 만든 거지. 옛 사람들은 서로 만나 이 차를 마시며 융화하고 소통했었어요. 다도(茶道)도 특별히 없었고."

- 차를 즐기는 분들이 다도를 많이 얘기하는데요. 스님이 생각하는 다도는?
"전통적으로 우리에게 도(道)는 길이야. 사람이 다니는 길…. 큰 도는 우마차가 다니는 길이고. 차를 마시는데 도가 따로 있을 수 없죠. 규격화되고 훈련된 개념은 더더욱 아니고. 아주 자연스럽고 쉽게 마시면 돼요. 시쳇말로 누워서만 마시지 않으면 되지요."

'야생차 지킴이' 지허 스님. 스님은 '향기와 색깔, 맛이 잘 어우러진 차가 좋은 차'라고 말한다.
 '야생차 지킴이' 지허 스님. 스님은 '향기와 색깔, 맛이 잘 어우러진 차가 좋은 차'라고 말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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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茶)-아무도 말하지 않은 한국 전통차의 참모습'. 오래 전 지허 스님이 펴낸 책이다.
 '차(茶)-아무도 말하지 않은 한국 전통차의 참모습'. 오래 전 지허 스님이 펴낸 책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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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어떤 게 맛있는 차인지요?
"변질하지 않은 차가 맛있는 거죠. 변질 여부는 차 0.3g 정도를 다기에 넣고 1분 정도 지나면 알 수 있어요.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보면 되는데, 아무 냄새가 안 나면 50% 변질한 것이고. 묵은 내가 나면 90%이상 변질한 것이에요. 좋은 차는 향기와 색깔, 맛이 잘 어우러진 것이고."

- 스님은 평소 우리 차와 일본 차를 구별하시는데요. 어떻게 다른지요?
"일본의 차나무는 다수확 중심이에요. 뿌리를 짧게 하고 잎을 풍성하게 하는 거지. 또 차를 쪄서 만들기 때문에 풋내가 많이 나고 비린내도 나고. 그걸 일본사람들이 좋아해요. 그러나 우리 재래종은 뿌리를 중요하게 여기죠. 그래서 수확은 적지만 질적으로 우수해요. 일일이 손으로 잎을 비비고 덖어 만들어 다갈색이 나고. 맛도 숭늉처럼 구수하고요."

- 현재 우리나라에 토종 차나무는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요?
"우리나라 차나무의 대부분이 일본품종이에요. 순수 야생차는 5% 정도라고 봅니다. 그것도 선암사와 금둔사 같은 호남지방 사찰 주변에 산발적으로 분포돼 있죠."

금둔사의 야생 차밭. 비료와 거름을 전혀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따로 가꾸지도 않은 차밭이다.
 금둔사의 야생 차밭. 비료와 거름을 전혀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따로 가꾸지도 않은 차밭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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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둔사의 야생 차밭. 나무 숲 사이에서 자유자재로 자라고 있다. 따로 관리하지 않은 차밭이다.
 금둔사의 야생 차밭. 나무 숲 사이에서 자유자재로 자라고 있다. 따로 관리하지 않은 차밭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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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전통 차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한데요?
"찻잎은 시간을 갖고 덖어야 해요. 쪄서 만들면 쉽지만 은근한 맛이 나지 않아요. 온갖 정성이 들어가야 차의 맛과 향을 제대로 나죠."

- 우리 전통 차 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지요?
"불이죠. 차를 만드는 방법과 도구도 중요하지만, 불이 가장 중요해요. 불꽃이 고정되는 가스 불은 강하고 융화가 안 돼요. 장작불을 써야 하고, 그것도 참나무보다 소나무 장작이 좋아요. 유연하면서도 강하거든."

- 이렇게 만든 우리차에 깃든 정신은 무엇이라 보시는지요?
"은근과 끈기죠. 그게 우리의 민족정신이고요. 그 출발이 차에요. 민족정신에 이 차 문화가 깃들어 있어요. 5천 년 역사를 지탱해 온 힘이기도 하고."

- 우리 차 문화의 올바른 보존과 전승을 위해 필요한 것은요?
"정부에서 전통 차 보존에 힘을 쏟았으면 해요. 사찰을 중심으로 차 문화가 전승돼 온 만큼 불교계에서 교육기관을 설립해도 좋겠고. 우리 국민도 평소에 관심을 많이 뒀으면 좋겠어요."

금둔사에 핀 납월매. 금둔사는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에 있다.
 금둔사에 핀 납월매. 금둔사는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에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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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금둔사는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에 있는 금전산(668m)이 품고 있는 절. 백제 때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 깊은 절집이다. 정유재란 때 흔적도 없이 불탄 것을 지난 1980년대 초에 다시 지었다.

절의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대웅전과 설선당 그리고 보물로 지정돼 있는 3층석탑(제945호)과 석불비상(제946호)이 단아하게 어우러져 멋스럽다. 일주문에서 대웅전으로 가는 돌다리인 홍교도 운치 있다. 연꽃봉오리처럼 생긴 바위에 돋을새김 한 석조비로자나불좌상도 아기자기한 절집 분위기와 조화를 이룬다.

금둔사는 또 우리나라 차 시배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창건 당시 9세기 무렵 철감국사와 징효대사가 차나무를 심은 것으로 알려진다. 지금도 절집 주변에 야생 차나무가 지천이다. 예나 지금이나 비료와 거름을 전혀 하지 않고 따로 가꾸지도 않는다.



태그:#지허스님, #금둔사, #야생차, #전통차, #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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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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