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 사람이다. 나는 한민족이다. 참 뜬금없는 주절거림이다. 지난 3월 1일 네팔에 한국 문화 센타 간판을 내걸었다. 마음 같아서는 한민족 문화 센타를 열고 싶었다. 그래서 북한대사관을 찾아가 문화 센타를 함께 할 방법을 찾아볼까도 생각했다. 막연하고 답답한 주절거림이다. 언젠가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염원이라고 해두자.
가끔씩 네팔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묻는다. 말이 다른가? 음식이 다른가? 문화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그렇게 물어올 때면 참 군색하거나 궁색해진다. 쉽게 답을 하고나도 그들이 이해를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네팔에는 수많은 종족들이 자기네 문화와 언어를 갖고 그 긍지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을 본다. 그런데 우리는 단일민족을 말하고 단일한 문화를 말하면서도 그런 긍지를 만드는 데 지나치게 게으르다. 우리네 문화에 대한 인식과 알림은 통일운동의 연장선일 수도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문화적 국수주의자가 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 것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로 남의 것을 존중한다고 하면서 단일 문화를 이야기 하는 사람을 폐쇄적인 국수주의자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사실 한국문화센타를 한다고 문을 열었고 네팔정부가 요구하는 모든 등록절차를 밟았다. 마음 같아서는 정부에서 승인하는 일정 부분 국가의 도움이나 협조를 받고 싶었다. 그러나 좀 더 성과있는 일을 통해서 차차 협력을 기대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그 동안 네팔의 문화예술인들과의 교류활동을 기반으로 미력하지만 일을 도모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몇몇 지인의 도움을 받으며 일을 시작했다. 네팔에도 한국에도 경제적 기반이 튼실하지 못하니 무작정 지인들에게 네팔에서의 계획을 설명하고 후원을 부탁했다.
몇몇 사람이 흔쾌히 지원을 약속했다. 적게는 오천 원에서 많게는 십만 원까지 매월 후원금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있다. 시작은 나의 게획이었지만 후원금을 받으며 일을 진행하다보니 이제 사명으로 다가온다.
나는 오늘 네팔에 자랑스럽게 한민족문화센타를 열지는 못했지만, 한국문화센타를 열었다. 다양한 종족이 하나의 나라를 이루고 사는 네팔에서 사실 한국문화센타라 해도 하나의 민족문화의 형태로 그들에게 다가설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더구나 한국에 대한 관심은 북한에 대한 관심도 키워주고 있다.
간헐적이지만 그들의 질문 속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다. 한 사람의 방송인은 자신이 한국과 북한의 통일운동을 하는 스위스의 한 단체에 소속되어 있다며 내게도 함께 해주기를 요청했다.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 네팔 사람이 우리 민족통일운동단체에 속해있다는 소식은 참 고마웠다. 그런데도 흔쾌히 그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지금의 남북분단이 안타깝다.
아무튼 나는 네팔에서 우리의 전통문화와 현재에 대해 올바르게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 결코 강제 주입이 아닌 그들과 부담없이 어깨 걸 수 있는 우리의 소박한 전통 정서도 함께 말이다. 우선 우리 문화센타에서 계획한 일들은 한국어 교육, 한국 음식 체험, 한복 입어보기, 우리의 민속놀이와 전통문화 알리기, 드라마, 영화 상연 등이다. 물론 네팔인과 한국인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교류하는 활동도 포함하고 있다. 그 중에는 문학 번역 작업과 화가들의 교류 활동도 포함돼 있다.
기타 네팔 이주노동자 가족 소식과 한국에서 일하는 네팔 노동자 소식 등도 누리집을 통해 전할 생각으로 nepalkorea.tv도 열었다. 네팔 한국문화센타는 3월 10일부터 한국어 교실의 첫 수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시설로 손님방과 강의방, 사무실 등 3개 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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