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설을 강행하고 있는 제주 강정 해군 기지가 당초 목표로 내세웠던 민관복합형 관광 미항은 물론 해군 기동함대 기지로서의 입지조건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언론노조와 해직 언론인들이 함께 만드는 팟캐스트 방송 <뉴스타파>는 10일 업데이트된 '뉴스타파 7회, 강정특집2'에서 지난 2009년과 2010년 해군본부가 작성한 보고서를 입수, 분석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가 분석한 부분은 2009년 해군본부가 작성한 '제주해군기지 기본계획보고서' 중 제 5장 항만의 운항 안전성 평가 부분. 이 장은 대형선박과 대형수송함 등이 강정해군기지에서 입출항할 때 얼마나 안전한지 여부를 풍속과 조류 등 12개 조건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상세하게 담고 있다.
당초 해군은 15만 톤급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도록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해군이 보유한 가장 큰 함정은 다목적수송함인 '독도함'으로 1만4500톤 규모다. 해군이 구상하고 있는 기동전단을 구성할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은 7650톤,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은 4400톤급이다.
"강정 해안의 밀물, 썰물 방향이 함정의 진행 방향과 수직으로 흐르기 때문"
<뉴스타파>는 이 시뮬레이션 결과, "크루즈선 등 대형 민간선박은 물론 해군 함정이 입출항 할 때도 큰 어려움에 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심지어 대형 수송함이 출항하던 중 방파제에 부딪치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오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풍속 40노트(초속 20미터) 가량의 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대형 수송함이 출항할 경우 바람에 밀리며 남쪽에 설치된 방파제와 충돌한다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그 이유로 "제주 강정 해안의 밀물과 썰물 방향이 함정의 진행 방향과 수직으로 흐르기 때문에 입항할 때도 항로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며 "해군 보고서는 대형 수송함의 경우 풍속 30노트(초속 15미터) 이하의 비교적 약한 바람에서만 입출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해군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 서귀포 지역에서 지난 20년 동안 10분간 평균 최대 풍속이 초속 15미터 이하인 경우는 연중 5개월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강정의 경우 1년 중 절반 이상은 대형 수송함의 입출항에 어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에 해군 기지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뉴스타파>는 또 "(해군보고서는) 강정 기지에 20척 규모의 함대가 계류하고, 특히 기동함대의 특성상 입출항시 빈번한 교차항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적정 항로폭을 250 미터로 결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며 "그런데 해군의 시뮬레이션 결과 풍속 40노트의 조건에서는 두 척의 대형 수송함이 동시에 입출항을 시도할 경우 항로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어 가급적 교차항행은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즉, 강정에 건설될 해군기지에서 동시에 두 척의 함정이 입출항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으로 "한 척의 함정이 입항 또는 출항할 때 다른 한 척은 항구 주변에서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유사시에 신속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타파>는 이같은 이유를 들어 "해군 전초기지로서 남방해상에 신속한 출동을 위해 제주 강정에 기동함대 기지를 건설해야 한다는 해군 측의 논리가 더욱 군색해지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또 <뉴스타파>는 해군이 2009년에 이어 2010년에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도 강정이 해군기지로서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험 조건 완화한 2010년 보고서에서도 안전성 개선 안돼
즉, 2010년 해군이 대형함과 대형수송선 입출항시 안전성 조사를 위한 시뮬레이션을 다시하면서 풍속은 낮추고 군함을 예인선의 도움으로 입출항시킨다는 조건을 추가해 실험 조건을 크게 완화했지만, 입출항시 안전성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해군이 풍속과 풍향 등 12개 조건에 따른 입출항 운항 난이도 조사를 한 결과 2개는 매우 어려움으로, 2개는 어려움, 1개가 다소 여려움으로 나타난 반면 쉽다는 평가는 단 한개도 없었다.
<뉴스타파>는 "2009년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2010년 보고서도) 입출항시는 다른 함정과 만나지 않도록 통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독자적 입출항이 아닌 예인선 2척까지 추가된 훨씬 유리한 조건의 실험이었지만, 여전히 입출항에 불안 요소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매체는 또 "특히 해군 본부가 작성한 내부보고서에서도 제주지역은 지리적 특성상 항구내 파도가 고요한 상태인 항내정온도 기준을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며 "해군 보고서는 그러나 개별 입출항 시뮬레이션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으면서도 끝에 가서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뉴스타파>는 "해군 스스로 작성한 기본계획보고서도 강정기지가 민군합동 미항은 커녕 기동함대 기지로서의 기능이나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질 수 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