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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직후 교실에서의 마지막 시간
 졸업식 직후 교실에서의 마지막 시간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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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때는 으레 울었다. 초등학교(당시엔 국민학교)를, 중학교를,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엄청 많이 울었었다. 정들었던 선생님, 친구들과의 헤어짐이 싫어서…. 정든 학교를 뒤로 하는 것이 싫어서…. 새로운 학교에서의 새로운 생활에 대한 두려움과 헤어짐의 아쉬움들이 뒤섞여 그리 울었던 것 같다.

학교를 떠나고 다시는 그 학교의 학생이 될 수 없다는 느낌이 싫어서 울었던 것 같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선생님과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그런저런 마음들 때문에 울었던 것 같다. 친구들과 헤어진다는 아쉬움이 제일 컸던 것도 같다.

그렇다고 해서 졸업 후 당시 친구들과 학교를 졸업하고 잘 지내니, 중학교에 또는 고등학교에 또는 대학에 또는 직장에 다니니 어떠니 어쩌구 저쩌구 열심히 연락을 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헤어짐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눈물이 많이 났었다. 왜 그랬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동생들의 송사를 들으며 졸업생 대표의 답사를 들으며 저절로 눈물이 났다. 답사를 하는 친구의 울먹거리는 목소리에 장내가 숙연해지고 여기저기서 훌쩍훌쩍 울음소리가 들렸다. 대부분의 졸업생들은 퉁퉁 부은 눈으로 정들었던 학교를 뒤로 했다.

하지만 요즘 졸업식은 좀 다르다. 눈물을 보기 힘들다. 그러나 눈물은 있다. 1년 동안 정성껏 가르쳤던 아이들이 상급학교에 진학해 잘 적응하기를 바라는 선생님의 눈물, 그리고 그 눈물 속에 깃든 사랑의 마음을 전해 받은 아이들의 눈물.

학생들에게 CD 돌리는 '홍만 쌤'

아이들에게 선물한 CD에 담은 성만샘의 사진. 평범한 사진보다는 반응이 좋아 아이들과 함께 한 수학여행에서의 사진을 쓰셨다네요.
 아이들에게 선물한 CD에 담은 성만샘의 사진. 평범한 사진보다는 반응이 좋아 아이들과 함께 한 수학여행에서의 사진을 쓰셨다네요.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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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둘째 녀석이 다니던 화순제일초교도 194명의 아이들을 졸업시켰다. 졸업식에는 재학생과 졸업생이 읽는 송사와 답사는 없었다. 대신 영상편지가 있었다. 영상편지를 전하는 아이들에게는 카메라라는 낯선 존재 때문인지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다.

졸업식이 이어지는 동안 눈물은 없었다. 아이들과 선생님이 서로 울먹거리는 그런 졸업식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웬지 허전했다. 괜시리 혼자 찡해져 눈물이 맺히려는 것을 애써 참았다.

졸업식을 마치고 교실로 들어간 아이들은 1년 동안 정들었던 선생님과 마주했다. 6학년 6반 아이들도 담임인 홍성만 선생님과 마주했다. 홍 선생님은 체조선수 출신 체육선생님이다. 국가대표 를 지낸 여홍철 선수와 같은 학교를 출신이라고 했다. 어느 학교인지는 모르겠다.

이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1년 동안의 활동 모습이 담긴 CD를 선물했다. 교직에 입문한 첫해부터 매년 담임을 맡은 아이들과 헤어질 때마다 선물했다고 한다.

CD에는 아이들의 시나 작문 등 글짓기와 부모님 또는 친구에게 쓴 편지글, 운동회며 수학여행에서의 사진 등이 담겨 있었다. 아이들이 밝고 씩씩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선생님의 마음도 담겼다.

일기장은 '던져서' 돌려 줍니다

일기장이 휙!
 일기장이 휙!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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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의 이별에 앞서 선생님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 마지막으로 쓴 일기장을 나눠줬다. 매일매일 쓰도록 하고 검사하면서 아이들의 일상과 생각을 읽어내던 일기다.

"부모님들,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일기장을 던져서 주거든요. 아이들도 단련이 돼서 잘 받아요. 못 받고 떨어트리는 아이들은 일기를 잘 안 써온 아이들입니다."

우스갯소리를 하며 애써 담담한 척 했지만 선생님의 얼굴에는 이별의 아쉬움이 가득했다.

"너희들이 떠난 빈자리를 볼 때마다 너희들이 생각나고 그리워 질 거다. 졸업해서 어느 자리에 있든 너희가 선생님의 제자였다는 것을 선생님이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바르게 자라주기 바란다."

촉촉해진 눈으로 마지막 당부를 건네는 선생님의 모습에 여기저기에서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고 이를 지켜보는 부모들의 눈가도 촉촉이 젖어 들었다. 아이들을 향한 선생님의 큰 사랑이 느껴진 때문이다.

학교 가고 싶게끔 만든 '홍만 쌤'

칠판에 가득 담긴 아이들의 마음
 칠판에 가득 담긴 아이들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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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한 번씩 학교가 그다지 재미없다며 투덜댔었다. 이런저런 이유도 많았다. 가고싶지 않다며 투덜대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6학년이 되면서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이 쏙 들어갔다. 아니 오히려 기다려진다고 했다.

학교가 재미있어 진 때문이 아니라 새로 만난 '담임 쌤'이 너무 재미있어서란다. 선생님이 마냥 재미있기만 한 것은 아닌 듯 했다. 가끔 아이는 선생님께 맞았다며 궁시렁거리기도 했고 숙제를 너무 많이 내 준다며 투덜대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숙제는 너희들이 공부 많이 해서 나중에 어른이 돼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기를 바라는 쌤의 마음이고, 너희들이 맞은 것은 선생님이 보시기에 맞을 만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 아니겠냐며 달랬다.

사실 그런 투덜거림은 그리 잦지 않았다. 아이의 입에서는 투덜거림보다는 "우리 쌤 너무 재미있다"는 말이 더 많이 나왔다. 쌤이 어떤 재미있는 말과 행동을 할 지 기다려져서 학교가는 일이 즐겁다는 말도 했다.

사실 전해듣는 우리도 '쌤'의 이야기가 재미있기는 했다. 국가대표 체조 여홍철 선수와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 여홍철 선수와 악수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밥도 먹었는데 너희들은 그런 적 있냐며 우쭐댔다는 이야기 등은 듣는 우리도 재미있었다. 체육시간이면 뜀틀 위를 날아다니고 몇바퀴씩 덤블링을 하는 모습에 감탄했다며 우리쌤 멋지지를 연발하는 아이.

'쌤' 때문에 아이는 학교가는 일이 즐겁고 '쌤'과의 만남이 기다려진다는 말을 수시로 했다.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학교를 즐거운 장소로 만들어준 '홍만 쌤'. '홍만 쌤' 같은 선생님이 더 많아졌으면 싶다. 아이는 지금도 선생님이 선물한 CD를 틀고 그 속에 담긴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고 친구들의 사진을 보며 키득키득 웃고 있다.

"엄마, 우리 쌤 정말 재미있지?"라면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졸업, #화순, #제일초, #홍성만, #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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