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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리가 다른 고추 묘. 정석권 씨가 적절한 습도와 온도를 맞추고 깨끗한 물을 뿌려 정성껏 키운 것이다.
 뿌리가 다른 고추 묘. 정석권 씨가 적절한 습도와 온도를 맞추고 깨끗한 물을 뿌려 정성껏 키운 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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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대만 멀쩡하면 뭐합니까? 속이 건강해야죠. 육묘도 마찬가지예요. 뿌리를 건강하게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게 기술이죠."

전라남도 나주시 산포면에서 채소 육묘를 하고 있는 정석권(59)씨.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지만 그는 '뿌리가 다르다'고 말한다. 양질의 농산물 생산은 육묘에서 결정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의 육묘 기술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일반 육묘장에서 뿌리를 키우는데 4∼5일 걸리는 것을 이틀 안에 끝낸다. 그러면서도 건실한 뿌리를 만들어낸다. 병해충에 강한 건 당연한 일. 크기도 모난 것 없이 고른 것이 특징.

무엇보다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깨끗한 물을 뿌려주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거기에다 그의 천부적인 부지런함에다 빈틈없는 일처리가 어우러진 결과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모든 사업도 마찬가지겠지만 농사도 그렇더라고요. 양심을 속여서는 절대 안돼요. 그 다음에 부지런해야 하고, 또 건강해야죠. 이 세 가지가 바로 서면 무슨 일이든지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의 농사철학이자 삶의 지표다.

 육묘 이식. 건강한 농산물 생산의 첫걸음이다.
 육묘 이식. 건강한 농산물 생산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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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실한 육묘. 특별히 모난 것 없이 고르게 자라고 있다.
 건실한 육묘. 특별히 모난 것 없이 고르게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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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는 어릴 때부터 농사로 부자 되는 꿈을 꿨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부터 농사교육을 쫓아 다니고 농기계 기술을 익혔다. "후회도 원망도 않고 농사를 짓겠다"며 아버지를 설득했지만 허사였다.

"너 알아서 해라"며 화를 내는 아버지한테 지원은커녕 미움만 받았다. 출가한 누나를 찾아가 종잣돈을 빌려 하우스 330㎡를 지었다. 그리고 상추를 심었다. 44년 전이다.

그는 부푼 가슴으로 농사를 지으며 수확의 기쁨을 맛봤다. 수익금이 나오면 하우스 면적을 조금씩 늘렸다. 그 재미가 쏠쏠했다. 하우스 면적이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육묘 면적도 커갔다.

쓰고 남은 모종은 인근 농가에 나눠 주었다. 그 모종으로 키운 채소가 해마다 풍작을 이루면서 너도나도 모종을 달라고 매달렸다. 본격적인 육묘의 길을 걷게 된 배경이다. 이렇게 육묘를 해온 게 벌써 31년째. 보조 한 번 제대로 받은 것 없이 모두 자력으로 꾸려온 나날이다.

현재 그의 육묘장 면적은 하우스 7동에 1만9800㎡. 여기에선 지금 봄배추와 고추, 양배추, 애호박 모종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 모종이 다 나가면 모내기용 모와 고추를 키운다. 이후엔 김장용 배추와 월동배추 그리고 양파를 키운다. 연중 가동되는 육묘장이다.

 출하를 앞둔 봄배추 육묘. 어린 배추 묘가 파릇파릇 싱그럽다.
 출하를 앞둔 봄배추 육묘. 어린 배추 묘가 파릇파릇 싱그럽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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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되는 육묘. 이파리는 물론 뿌리가 건실하다.
 돈 되는 육묘. 이파리는 물론 뿌리가 건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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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는 그동안 돈도 상당히 벌었다. 지난해 매출이 20억 원을 웃돌았다. 어릴 적 꿈꾸었던 '부농의 꿈'을 실현한 셈이다. 하지만 해마다 시설면적을 늘리고 현대화시키다 보니 아직 '규모의 경제'를 꾸리지는 못하고 있다.

"당분간 시설투자를 계속 할 생각입니다. 농사로 100억 원 소득을 올려야죠. 어떻게 해야 가능할지 그 길이 보이거든요. 앞으로 4∼5년이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 다음엔 사회복지에 신경을 쓰고 싶어요."

정씨는 우선 면적을 더 늘릴 예정이다. 이미 8000여㎡의 땅을 마련해 두었다. 하우스도 직접 지을 것이다. 시설도 꾸준히 현대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을 생각이다. 많은 돈을 벌면서도 돈 한 푼 허투루 쓰지 않는 것도 이런 연유다.

정씨는 "앞으로 농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들어와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고 싶다"면서 "그 이후엔 본격적으로 사회복지사업에 뛰어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육묘장 전경. 앞으로 정석권 씨의 사회복지사업 밑천이 될 것이다.
 육묘장 전경. 앞으로 정석권 씨의 사회복지사업 밑천이 될 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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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석권씨 부부. 고품질 농산물 생산은 육묘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정석권씨 부부. 고품질 농산물 생산은 육묘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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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육묘#봄배추 육묘#정석권#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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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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