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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리탕 왜 이 음식의 이름이 외도리탕일까!
외도리탕왜 이 음식의 이름이 외도리탕일까! ⓒ 신광태

"11년을 넘게 여기서 음식장사를 하고 있는데 요즘 손님들이 부쩍 많아졌어요."

화천 전통시장에서 '옛골식당' 이란 간판을 걸고 음식점을 운영하는 홍광자 할머니(69)는 요즘 연신 즐거운 표정이다. 이 식당의 주 메뉴는 부대찌개, 김치찌개, 청국장, 삼합(홍어, 돼지고기, 김치), 동태찌개, 비지장, 닭도리탕 이다.

"닭도리탕은 찾는 사람도 별로 없고, 귀찮기만 한데 메뉴에서 빼지요?"

식당에서 홍 할머니와 함께 일하시는 아주머님은 하루에 겨우 한명 정도 주문하는 닭도리탕을 메뉴에서 빼기를 제안했다.

"우리 집에서 오래전부터 취급해온 건데, 귀찮다고 뺀다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으니까 단 한사람이 찾더라도 남겨 둡시다."

갑자기 닭도리탕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 왜? 사실 닭고리탕은 손님들이 많이 찾는 김치찌개, 청국장, 비자장 등에 비하면 손질도 많이 가고 조리에 번거로운 음식임에 틀림없다. 그런데도 홍 할머니는 사람들이 별로 찾지도 않는 닭도리탕을 고집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 집 닭도리탕이 주 메뉴를 제치고 연일 대박을 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지난해 가을, 화천 감성마을 촌장인 이외수 작가는 우연히 이 식당을 들렀다. 메뉴표를 쭉 둘러본 작가는 닭도리탕을 시키며 홍 할머니에게 '닭도리탕에 닭똥집과 간, 콩팥 그리고 닭발을 넣으면 감칠맛이 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에이~ 같은 닭요리인데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외도리탕 원조집을 찾은 이외수 작가
외도리탕 원조집을 찾은 이외수 작가 ⓒ 신광태

홍 할머니는 말은 이렇게 했지만, 어차피 손님들이 많이 찾지도 않는 음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작가님 제안에 따르기로 했다. 이후 이외수 작가는 읍내를 찾을 때마다 들르는 곳은 당연히 홍 할머니가 운영하는 '예골식당'. 유명작가님께서 자신의 가게에 들른다는 것만으로도 흥이 난 홍 할머니. 닭도리탕에 대해 관심과 정성을 더했다.

지난 1월 어느날. 식당을 찾은 이외수 작가는 홍할머니를 불러 "이 음식(닭도리탕) 이름을 '외도리탕'으로 바꾸시는게 어때요?" 라는 제안을 했다. 남들이 별로 찾지도 않던 닭도리탕을 맛있게 드시는 선생님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가져온 할머니는 마다할 일이 없었다.

이후 작가는 트위터를 통해 '화천에는 외도리탕이 있다'는 멘션을 날렸다. "외도리탕이 뭐예요?" 당연히 트위터러들의 질문이 쇄도했다.

"허허~ 화천 ○○식당에 가셔서 외도리탕을 시켜 드시면 아실 수 있을 겁니다"라는 답변으로 궁금증을 유발시킨 이외수 작가.

"요즘 외도리탕을 찾는 손님들이 많나요?"

지난 2월 11일 홍 할머니 식당을 찾은 기자의 질문에 홀 안의 손님을 가리키며 "이분들이 다 외도리탕 때문에 이곳에 오신 분들 이예요"라고 말한다. 옛날 같으면 하루에 한 마리도 찾지 않던 닭도리탕이 이외수 작가께서 이름을 지어준 이후로 저녁시간에만 10마리가 넘게 팔린다는 설명이다. 바쁘시다는 홍 할머니를 붙들고 어렵게 인터뷰를 시도했다.

 외도리탕 원조 홍광자 할머니
외도리탕 원조 홍광자 할머니 ⓒ 신광태

- 궁금한 건 드신분들의 외도리탕 맛에 대한 반응인데요. 어떤가요?
"아무래도 닭도리탕하고는 맛이 다르죠. 다수의 사람들이 기존 닭도리탕과 비교해 고소한 맛과 닭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반응 이예요."

- 그러면 요리할 때 닭도리탕과의 차이점을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성이고, 닭발을 넣고 닭 간과 콩팥을 좀 많이 넣는다는 것이 닭도리탕과의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죠. 어떤 양념을 쓰는지는 묻는 게 아니라우"(웃음)

- 이외수 선생님께서 외도리탕이라고 이름을 붙이신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춘천에는 닭갈비와 막국수가 있고, 안동에는 찜닭이 유명한데, 사실 화천에 이렇다할 대표음식이 없잖아요. 그래서 선생님께서 생각하신 게 기존 음식 차별화를 통해 화천만의 독특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외도리탕이란 음식을 생각하신 것 같아요."

- 그러면 할머니집이 외도리탕으로 유명해져서 화천시장이 온통 외도리탕 촌으로 만들어져도 좋으시겠어요?
"나야 좋지요. 우리 집이 원조가 되는 거니까. 또 그렇게 되면 경쟁적으로 친절과 맛으로 승부를 할테니까 고객들의 선택의 폭도 넓어지는 것 아니겠어요. 또 닭 집과 양념 가게도 덩달아 잘되게 될 테고..."

- 외도리탕 때문에 기존 메뉴의 음식이 덜 팔리는 면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침과 점심시간에 찾는 손님들은 아직도 주로 청국장, 비지장, 김치찌개, 부대찌개를 많이 찾지만, 저녁시간에는 다수의 손님들이 외도리탕을 주문하시기 때문에 주문이 분산되는 효과도 있는 것 같아서 오히려 더 편한 것 같습니다."

- 마지막 질문인데요. 왜 하필 작가께서 외도리탕이라고 불렀을까요?
"작가님 이름(이외수)의 '외'자를 따서 외도리탕 이라고 이름을 지으신 것으로 아는데, 화천에 대표음식이 없다 보니까, 선생님께서 우리 집을 위함이 아니라 외도리탕 파급을 통한 화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음식이름을 그렇게 짓지 않았나 하는 생각 이예요.


#외도리탕#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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