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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인애학교에서 장애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된 이모 교사가 피의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천안판 '도가니' 사건으로 언급되고 있는 천안인애학교 성폭력사건의 첫 공판이 열린 12일 오후 2시 30분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제3호 법정. 방청석은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 찼다.

'장애인에 대한 준강간' 혐의로 피소된 피의자 이모씨에 대한 인정심문에서 검사측은 3가지 혐의를 기소사유로 들었다.

 

▲ 첫째는 2007년 학기중 목공실에서 다른 학생들에게 영화를 보게 하고 피해자 김모양을 추행한 것 ▲둘째는 2010년 목공실로 피해자를 유인해 협박하고 바닥에 휴대용 매트리스를 깐 뒤 추행, 간음한 것 ▲세번째는 기숙사생들의 취침시간 피해자가 자고 있는 방에 들어가 다른 학생들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협박한 뒤 추행, 간음한 것이다.


이에 대해 피의자 이모씨의 변호인은 첫 번째 기소사유에서 가슴을 접촉한 사실은 있었으나 다른 내용들은 부인했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이에 담당판사는 검사에게 피고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으니 증거를 신청하라고 주문했다. 검사는 현장사진, 피해자 진술조서, 진단서, 각종 수사보고, 아동성폭력 전문가 의견서 등과 함께 충남교육청이 최근에 작성한 감사보고서를 추가 증거로 제시했다.


내용 각각을 검토하고 인정할 증거물을 정리한 담당판사는 오는 26일(월) 오전10시 3호 법정에서 2차 공판을 열고 이 자리에서 피해자 진술 영상시청 등을 하기로 하면서 첫 공판을 마무리 지었다.

 

인애학교 교장·교감 직위해제 돼

 

재판과정을 지켜 본 학부모들은 피고석에 선 이모씨의 혐의 부인에 대해 분노하면서 영화 '도가니'와 흡사하게 흘러가는 현실을 개탄했다. 하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자료들의 세심함을 확인하고 재판부가 사안의 심각성을 이해하는 것에 대해서는 안심하며 향후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는 분위기 였다.

이날 인애학교 학부모 50여 명은 첫 공판에 앞서 오전11시30분부터 천안지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과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촉구했다.


김난주 천안인애학교성폭력대책위 간사는 "공판 직후 교장·교감이 직위해제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충남교육청의 해결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현재 교육감 면담을 최우선으로 요청한 상태다. 이후 천안인애학교성폭력대책위원회 회의를 갖고 특수학생성폭력대책협의회의 구성이나 운영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천안판 '도가니' 논란 천안인애학교
충남교육청, '성폭력 피해사례 전수 재조사 한다'

 

"이 X신 같은 게 장애인 주제에 쓸데없는 소리 자꾸 하면 시설로 보내버린다…"

"장애 새X한테 난 관심 없다"

"취업을 원한다면 피해사실을 발설하지 말라"

"성폭행을 주장하는 여학생이 평소에도 주변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과장된 행동을 했었다"

"아마도 영화 등에서 본 장면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부풀려 말했을 가능성이 크다"


위의 발언들은 성폭력 가해교사의 것이 아니다. 다름 아닌 천안인애학교에서 장애학생들을 지도해 왔던 일부 교사들의 것으로 피해학생 및 학부모들이 발언하고 녹취한 자료들이다.


교사가 학생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천안판 '도가니' 사건. 성폭행을 목격하고 도움을 요청한 학생은 오히려 다른 교사로부터 협박을 받았고 이런 정황을 알고 있던 동료들조차 지난 11월 가해교사 이모씨를 구명하기 위한 탄원서에 서명을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던지고 있다.


인애학교 문제 새 국면 맞아, 도교육청 전면재조사 착수


천안인애학교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최근 충남도교육청이 전면 재조사에 착수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민간위원이 참가한 가운데 인애학교 전교생에 대한 전수조사를 일대일 면접형식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사건을 은폐·묵살하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교원들에 대한 징계도 재판결과와 상관없이 자체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엄중히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소극적인 대응으로 빈축을 사던 도 교육청이 인애학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재조사 방침을 밝히면서 조사 결과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같은 극적인 입장 변화는 지난 7일, 천안인애학교성폭력대책위(인애대책위)의 출범기자회견과 대대적인 언론보도가 원동력이 됐다.


인애학교 학부모들을 주축으로, 교원·학부모·시민단체를 비롯해 장기수·이숙이·조강석 시의원들까지 3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출범식에서는 이번 사건에 2명의 추가피해자가 있다는 것과 피해학생들의 도움요청을 묵살하고 은폐 축소하려한 학교 교사들의 정황들이 녹취를 근거로 표로 정리돼 밝혀졌다.


대책위 구성원들은 이 자리에서 인애학교 성폭행 사건에 대한 전면재수사 및 수사 확대를 요구했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상기된 분위기의 기자회견이 마무리된 뒤 일부 기자들과 학부모들은 바로 인애학교를 찾아가 교장을 면담하기도 했다.

 

교장은 이들을 맞은 자리에서 교사들의 동의를 구한 뒤 학부모들이 원하는 만큼의 CCTV를 확보할 것과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치료도 기존 6개월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애대책위 김난주 간사는 "지난 16일(금) 오후 충남교육청 이종군 장학사를 만나 도교육청의 입장을 듣고 다양한 내용들을 청취했다. 일단 인애대책위는 전수조사위원회에 앞서 특수학생성폭력대책협의회를 구성하고 운영방안을 협의한 다음 전수조사위를 꾸려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애대책위와 도 교육감과의 면담이다. 지난달 결정된 천안S고 성폭행 교사 사건에서 보았듯 감사팀이 해임을 건의해도 징계위나 윗선에서 감싸기식 처벌을 하면 그만이더라. 이 사건에 대한 교육감의 적극적인 입장표명과 해결의지를 확인하는 것이 선결 문제"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천안아산지역 주간신문인 충남시사신문(709호)에도 송고됐습니다.


태그:#인애학교, #천안, #충남시사신문, #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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