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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몰려와도 그물망을 엮어주는 일을 하고 있는 가나인들
 파도가 몰려와도 그물망을 엮어주는 일을 하고 있는 가나인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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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온도가 영상36도 후텁지근하고 땡볕이 내리쬐는 날, 대부분의 차들이 창문을 열고 달리지만 겨울에 한국에서 떠나온 우리는 더위에 적응하지 못했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잠시도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차에서 내리면 곧장 나무그늘을 찾아야 할 정도로 무더운 날씨다. 다행히 그늘을 찾아 들어가면 잠깐 지나가는 바람이 더위를 식혀 주곤 했다.

더위를 잠시 피하기 위해 숙소가 있는 테마(Tema)를 떠나 바닷가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게타(Keta)라는 지역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게타까지는 5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도로는 대부분 비포장이거나 포장을 했다 해도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있어 달리던 중 갑자기 서행해야 한다. 도로사정때문에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이 그물을 걷어 올리고 있는 중이다.
 마을 사람들이 그물을 걷어 올리고 있는 중이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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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에 배가 휘청거려도 노를 저으며 그물망을 건져 올리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파도에 배가 휘청거려도 노를 저으며 그물망을 건져 올리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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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잡기 위해 그물을 끌어 당기는 사람들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잡기 위해 그물을 끌어 당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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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도로사정이 열악하여 장시간 운전을 하는 것이 보통 곤혹스런 일이 아니다. 게다가 달리는 동안 운전자나 차, 사람이 쉴만한 휴게소 같은 것이 전혀 없으니 암담하기 그지없다. 나무가 우거진 적당한 곳에 차를 대고 쉬어야 한다. 광활하고 끝없이 펼쳐지는 넓은 땅이 지천인 이곳에 휴게소를 짓는다면 대박이 나겠단 상상을 해 본다.

게타(Keta)를 향해 가던 중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더니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날씨가 변덕스럽기 그지없다. 게타(Keta)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자 한줄기 비가 내린 뒤라서인지 바람이 상쾌하다.

하룻밤을 보내고 바다에서 해 뜨는 모습을 보기위해 이른 아침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바닷가로 나갔다. 어스름한 새벽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구령에 맞춰 뭔가를 하고 있다. 가까이 가서보니 그물을 건져 올리고 있었다.

물고기가 많이 올라 오면 좌대에 놓고 팔기 위해 그물이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여인들
 물고기가 많이 올라 오면 좌대에 놓고 팔기 위해 그물이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여인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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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선주가 배를 가지고 바다로 나가 그물을 쳐 두었다가 이튿날 새벽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건져 올리기 위해 마을사람들이 나와 그물을 당기고 있는 것이다. 힘겨움을 잊기 위해 우리나라 '어기영차' 같은 말을 가나어로 반복해서 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당겨지면 다시 앞으로 나가 당기기를 여러 차례, 3시간여 정도가 흘렀을까 날은 얼추 밝아오고 점점 그물의 형태가 육안으로 보이기 시작하자 갑자기 젊은 청년이 파도를 가르며 황급히 바닷속으로 뛰어든다.

그물망을 잡아당겨 파도에 쓸려 바다로 다시 돌아가지 않도록 망을 엮어주는 일을 하기 위해 뛰어 들어가는 청년
 그물망을 잡아당겨 파도에 쓸려 바다로 다시 돌아가지 않도록 망을 엮어주는 일을 하기 위해 뛰어 들어가는 청년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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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라면국물 내는 데 꽃게가 필요해요

무슨 일이 일어났나? 깜짝 놀라 달려가서 물어보니 그물이 올라오는 동안 파도에 휩싸여 다시 바다로 나가지 못하도록 그물을 엮어 주는 것이란다. 양쪽으로 나뉘어 둘이서 그물을 엮어주며 당기자 파닥파닥 뛰는 물고기들이 그물에 걸려 올라온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을 투자해 그물을 걷어 올렸지만 고생한 보람도 없이 물고기가 형편없이 적게 올라왔다. 물고기가 너무 많이 잡혀 그물을 걷어 올리기가 무척 힘들 때도 있다며, 이내 포기하고 활짝 웃는 그들의 모습에서 감사함을 느꼈다.

적게 잡았지만 꽃게 한마리와 싱싱한 물고기 한마리를 기꺼이 주며 환하게 웃는다.
 적게 잡았지만 꽃게 한마리와 싱싱한 물고기 한마리를 기꺼이 주며 환하게 웃는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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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를 건져 올린 팀 뒤로 다른 팀이 그물망을 건져 올리고 있다. 이미 건져 올린 팀은 아쉽게도 물고기가 많이 잡히지 않았다.
 물고기를 건져 올린 팀 뒤로 다른 팀이 그물망을 건져 올리고 있다. 이미 건져 올린 팀은 아쉽게도 물고기가 많이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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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많이 잡힌 다른 팀에서 받아다가 도로 가장자리에 놓고 팔고 있다.
 물고기가 많이 잡힌 다른 팀에서 받아다가 도로 가장자리에 놓고 팔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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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은 고기는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자, 배를 갖고 있는 선주가 50%를 갖고 나머지 절반은 그물을 걷어 올린 사람들이 똑같이 분배한다고 한다. 다양한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날에는 그들에게 물고기를 받아 여인들이 도로 가장자리에 좌대를 펴고 생선을 팔기도 하고 수고한 사람들이 나누어 집에 가지고 가서 요리를 해먹기도 한다고.

오늘은 물고기가 너무 적게 잡혀 괜스레 구경하던 나까지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혹시 꽃게라도 올라오면 달라고 부탁해서 아침식사로 라면 끓이는데 넣으려 했는데 실망이 컸다.

꽃게 한 마리와 싱싱한 물고기 한 마리를 얻어와 라면에 넣고 끓이니 국물맛이 끝내줬다.
 꽃게 한 마리와 싱싱한 물고기 한 마리를 얻어와 라면에 넣고 끓이니 국물맛이 끝내줬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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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차! 영차!라는 구령까지 그들에게 가르쳐주며 도움을 줬던 우리가 낙담하며 꽃게를 원하는 표정을 짓자, 웃음을 지으며 가져가도 된다고 끄덕인다. 이른 아침부터 수고한 대가로 꽃게 한 마리와 싱싱한 생선 한 마리를 얻어와 라면을 끓여내자 국물맛이 끝내줬다.

이들은 한꺼번에 싹쓸이 식으로 물고기를 잡는 게 아니라 마을에서 가까운 바다근처 300~400m쯤 떨어진 곳마다 그물을 쳐 놓고 잡는다. 모래사장에 나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아침마다 그물을 걷어올리고 잡은 물고기를 나눈다. 있는 만큼에 감사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그들의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덧붙이는 글 | 아프리카 여행은 지난 2월 13일부터 3월 2일까지 18박 19일로 다녀왔습니다.



태그:#그물망, #가나인들의 물고기 잡는 방식, #가나인,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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