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랜만에 경기도 광주의 벗님을 찾았다. 벗님과 손을 마주잡고 한참을 흔들어 대다가 의기가 투합해 근사한 갈비집으로 향했다. 멀리서 찾아온 벗을 이왕이면 근사한 곳에서 대접하겠다는데 타박할 일도 아니니 미안한 마음을 접고 자리를 잡았다. 창밖에 물레방아 돌고 여기저기 화분이 놓여있어 분위기만 보면 내 취향에 딱 좋은 그런 집이다.

벌건 숯불 위에서 갈비가 구워지고 일하는 분들이 음식들을 내려놓는데 거의 집어던지는 수준이다. 속으로 어제 남편하고 싸웠나보다며 담담히 넘기는데 왠지 손님으로서 무시를 당하는 기분이다. 벗님이 등 떠밀어 들어오기는 했지만 음식 맛은 어떨지 몰라도 서비스는 내 입맛에 안 맞았던, 아주 안 좋은 기억으로 자리매김을 한 그런 갈비집이다.

구수한 토박이 한정식. 된장을 비롯해서 모든 장류를 주인아주머니가 직접 담그신다. 인공조미료가 일체 들어가지를 않아서 인스턴트식품에 길들여진 사람은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다.
▲ . 구수한 토박이 한정식. 된장을 비롯해서 모든 장류를 주인아주머니가 직접 담그신다. 인공조미료가 일체 들어가지를 않아서 인스턴트식품에 길들여진 사람은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다.
ⓒ 조상연

관련사진보기


갈비가 갈비 맛이지 좋으면 얼마나 좋고 나쁘면 얼마나 나쁘겠는가. 일부러 소문난 맛 집 찾아다니는 호사가는 아니기에 나에게 있어 좋은 음식점의 조건은 첫째가 깔끔함이요 둘째는 서비스이다.

음식이라는 게 어디 맛으로만 먹던가? 강화도 욕쟁이 할머니의 구수한 욕과 함께 버무려진 시래기나물밥은 할머니의 욕 속에 감춰진 정 때문에 더욱 감칠맛이 난다. 할머니의 욕 속에는 손님들이 자기가 정성껏 만들은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기를 바라는 정과 손님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정이 들어있다. 마주앉은 벗님의 조막만한 손으로 싸주는 갈비쌈이기에 몽에 좋은 거라며 마늘을 두 알씩이나 넣어도 매운 내색 없이 웃으며 받아먹을 수 있는 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음식의 참맛이다.

한정식집에서 내다본 바깥풍경.
▲ . 한정식집에서 내다본 바깥풍경.
ⓒ 조상연

관련사진보기


예전에 성수동의 모모 한정식 집에서의 일이다. 그때도 오늘의 벗님과 함께였는데 노자 도덕경과 불교철학얘기에 정신이 팔려 된장찌개는 식고 노릇노릇한 굴비마저도 싸늘하게 식었다. 보다 못한 주인아주머니가 찌개를 다시 데워오고 굴비를 다른 것으로 내오시며 식사부터 하란다. 그리고 차를 내 드릴 테니 그때 마음  놓고 얘기하란다. 고마운 마음에 머리 숙여 인사를 하고 밥을 다 먹었다.

잠시 후 일하는 분이 상을 깔끔하게 치우고 아주머니가 격식을 제대로 갖추어 작설차를 내오는데 그 정성을 돈으로 얘기한다는 게 불경스러운 일이지만 밥값보다 찻값이 더 나갈 지경이다. 그리고는 카운터 옆에 있던 조그만 꽃병을 가져다가 식탁 위에 놓아주며 하는 말이 찻물 떨어지면 말하란다. 고맙다는 말도 잊고 서로를 마주보고 한참을 웃었던 일이 있었다. 그 뒤로 이집의 단골이 되었고 어떨 적에는 찻물을 서너 번 덥혀올 정도로 아줌마까지 가세를 해서 수다를 떨어대지만 나는 아직까지 이렇게 정겨운 서비스를 받아본 적이 없다.

"음식이 어디 맛으로만 먹던가? 정으로도 먹지."


태그:#서비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