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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국가권력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다양한 사회계층의 의견을 대변하는 공공영역이다."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신문과는 달리 방송은 공공재산인 전파를 이용하기 때문에 누구의 소유물도 될 수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방송사 원론에 강조된 개념 정의다. 정치 또는 경제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의 이익, 즉 공익을 위해 방송이 적극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민주주의에서 방송은 시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여론창구이자 정부를 감시·비판하는 '공적 감시견'의 역할이 늘 전재돼 왔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권력의 지나친 방송통제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언론의 본령인 불편부당과 진실을 외면한 채 왜곡·편파보도를 강제하는 내·외부 권력에 맞서 급기야 구성원들이 총파업을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늦은 감이 있지만 MBC, KBS에 이어 YTN과 <연합뉴스>까지 연쇄 파업에 돌입했다. MB 정권 말기 언론인들의 집단저항이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방송의 공정성 확립과 언론의 사유화 저지가 가장 큰 이유다. 정권 초반부터 이어져 온 MB권력 친위대의 방송사 사장 줄 낙하산 정책이 빚은 결과다. 언론의 사유화를 저지하고 편집권 독립을 위해 두 달 넘도록 파업 중인 <국민일보> 노조까지 포함하면 공정보도와 언론자유 수호를 위한 공영방송과 신문·통신사가 동시에 개별적으로 들고 일어선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러난 이를 지켜봐야만 하는 국민의 입장에선 갈수록 퇴행하는 언론환경이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하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곳은 MBC다. 낙하산 사장 퇴진과 방송의 정상화를 위해 파업에 돌입한 MBC 노조는 18일로 총파업 49일째를 맞았다. 이는 1992년 50일간 총파업을 벌인 이후 근래 들어 최장기 파업기록이다. 그럼에도 김재철 사장의 좌충우돌 행보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김 사장은 언론사 파업 사상 처음으로 노조 집행부 16명에 대한 '가압류'와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노조집행부 개인을 상대로 한 재산가압류는 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악질적인 노조탄압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더욱 간과해선 안 될 중요한 문제가 또 있다. 그건 바로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MBC를 파국으로 내몰며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 눈과 귀를 다른 곳으로 전환시키려는 얄팍한 꼼수가 엿보인다. 김 사장의 오만하고 경솔한 행보와 어록 등에서 묻어나고 있다. 영원한 권력의 하수인이 되고자 하는 것일까. 꼼수가 하도 기가 막혀 말을 잃게 할 정도다. 그토록 오랫동안 국민들이 아끼며 사랑해왔던 MBC 내부에선 꼼수와 응수가 한창이다. 과연 누가 옳고 그른 것일까.

[꼼수 ①] "관에 들어가지 않는 한 사장직 지킬 것?"

 MBC노조 파업 26일째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에서 김재철 사장이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이진숙 홍보국장과 함께 사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MBC노조 파업 26일째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에서 김재철 사장이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이진숙 홍보국장과 함께 사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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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김재철 사장 최근 행태를 보면, 청와대로부터 'MB씨'를 사수하라는 깊은 오더를 받았거나, 그런 주문과 함께 조인트를 다시 까이지 않고서는 저토록 안하무인격으로 무작정 버틸 순 없다. 내부 종사자들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언론학계 등의 이유 있는 퇴진요구에도 막무가내로 버티는 행태에서 읽힌다.

더욱이 그는 지난 7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에서 "사장 자리를 지키는 것이 명예"라며 사장직에서 물러날 뜻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사장은 이날 "총파업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의사가 없느냐"는 이사진의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김 사장은 앞서 오전에 열린 임원회의에서도 "관에 들어가지 않는 한 물러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대체 누굴 믿고 저러는 걸까. 

김 사장은 이사들이 파업 사태 해결 방안을 묻자 "불법파업이기 때문에 계속 강경 대응하겠다"며 "노조가 권력화 된 MBC 문화를 바꾸는 기회로 삼겠다"고까지 말할 정도다. 또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보직을 사퇴한 간부 사원들에 대해서는 "(회사와 노조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양다리를 걸치는 것"이라고 은근히 겁을 주기도 했다.

그가 정치적 연을 이은 '낙하산'이라는 건 대부분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부덕하고 경영을 잘못하여 비롯된 MBC 파업이 '정치파업'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년간 법인카드 7억여 원을 사용한데 대해 명료한 경위와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퇴진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외곽으로 돌며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줄 소송을 벌이는 등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방송사는 망가지든 말든 파업에 강경 대처하겠다는 방침만을 거듭 밝히고 나선 데서 정치적 술수와 암약이 다분히 엿보인다.

[꼼수 ②] 파업 중인 노조원들에 재산 가압류라니? 

김재철 사장은 자신이 낙하산임을 감추려는 듯 적반하장 격으로 노조를 '정치적'으로 몰아붙이다 못해 노조를 상대로 무차별 소송을 펼치고 있다. 이미 노조를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집행부를 상대로 33억 원 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재산 가압류 신청까지 제기했다. MBC기자들이 오죽 답답했으면 파업 중에 만든 '제대로 뉴스데스크' 취재기자와 더빙을 맡은 아나운서에게까지 김 사장은 민·형사상 소송을 걸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14일 현재까지 김 사장이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민·형사 소송은 7~8건에 달한다. 지난달 10일 노조의 '사장을 찾습니다'란 캠페인과 관련해 정영하 노조위원장과 이용마 노조홍보국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을 시작으로 28일엔 법인카드 사용내역 공개를 문제 삼아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어 지난 4일엔 업무방해 혐의로 33억 원대의 손배소를 제기했다. 저주의 굿판이 따로 없다.

이에 대해 노조는 "노조 집행부를 사법처리해 파업의 지휘부를 들어내겠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이미 경찰은 업무방해 건과 관련해 노조 집행부에 3차 소환장을 발부하고 강제구인까지 거론되는 상태다. 서울 영등포 경찰서는 노조 집행부 16명에게 오는 19일까지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으라며 3차 소환장을 발송했다. 정보통신망법 위반 건과 관련해서도 2차 소환장까지 발부된 상태다. 3차 소환까지 불응할 경우 강제 구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직면했다.

파업 중인 노조 집행부에 대한 재산 가압류 신청은 국내 언론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가압류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노조 집행부들은 손배소 소송이 끝날 때까지 사실상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교묘히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MBC 노조는 "김 사장의 줄 소송 난사는 이제 쓸 카드가 별로 없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빈껍데기만 남은 김재철 체제가 아무리 소송질을 해대도 대세를 되돌릴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꼼수 ③] 공채 폐지, 전 사원 프리랜서·계약직화?...'전무후무'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가 MBC 총파업과 현안 등에 대해 김재철 사장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을 예정인 가운데, 2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앞에서 총파업 중인 MBC노조원과 박경추 아나운서(가운데)가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가 MBC 총파업과 현안 등에 대해 김재철 사장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을 예정인 가운데, 2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앞에서 총파업 중인 MBC노조원과 박경추 아나운서(가운데)가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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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의 버티기 작전은 반발하는 내부 구성원들 탄압정책을 골자로 하는 것이어서 과거 군사독재시절을 연상케 한다. 그는 기자와 PD를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등 계약직 사원을 전 부문으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파업 중에 내놓은 것은 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엄포성 발언일 수도 있지만 현실화될 경우 비정규직이 무차별적으로 양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김 사장은 지난 7일 임원회의에서 공채제도를 없애고 전 사원을 프리랜서나 연봉제화 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큰 파장을 일으켰다. 김 사장은 이미 계약직 기자를 채용 중인 보도부문에 이어 예능과 드라마 부문에서도 계약직 PD 채용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해를 품은 달' 등 드라마 PD들이 파업에 참여한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프리랜서 PD제를 도입, 노조 가입을 못하게 함으로써 파업 참여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이는 김 사장이 "파업과 무관한 인력을 채용해야 한다"면서 "조직과 상관없이 드라마만 찍을 수 있는 연봉제 형태의 인원을 뽑아야 한다"고 밝힌 데서 감지됐다. 

MBC는 보도부문에서도 계약직 비중을 더욱 늘리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19일까지 전문기자 3명을 임용하고 현재 채용 중인 경력기자 선발이 끝나면 '계약직 기자 상시 채용' 공고를 통해 경력기자를 수시로 선발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이미 지난 1월 30일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직후부터 경력기자를 포함해 라디오 뉴스편집PD, 보도CG, 뉴스영상PD, 영상편집 인력 등 계약직 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있다. 그러나 계약기간은 모두 1년으로 사실상 '파업용 인력 채용'이라는 지적이다.

MBC 1년직 계약직 취재기자 채용은 전무후무한 상태다. 또 지난 2일에는 프리랜서 앵커를 채용하는 공고를 내보냈다. 일각에선 뉴스를 진행하는 대다수 아나운서와 기자들이 파업의 선봉에 선 데 이어 최일구·김세용 앵커마저 파업에 동참하자 취한 조처로 보고 있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자, PD, 아나운서 등을 전면 계약직화 할 경우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높다. 당장 계약연장 등 신분안정화를 위한 '윗선 눈치 보기'가 횡행하고 조직 문화도 붕괴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를테면, '영혼 없는 기자와 PD'를 무차별적으로 양산함으로써 MBC 보도와 시사 프로그램에서 공정성의 씨를 말려 버리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크다.  

[응수 ①] MBC 노조, 김재철 사장 배임혐의 '고발'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김재철 사장의 배임 혐의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김재철 사장의 배임 혐의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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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김재철 사장이 구성원들에게 해고 등 중징계 칼날을 꺼내들어 '저주의 굿판'을 벌이고 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공정방송 회복과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MBC 노조는 지난 6일 김 사장을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또한 MBC 기자 166명이 박성호 MBC 기자회장 해고와 양동암 영상기자회장 징계에 반발해 집단 사직을 결의했다. 보직간부 12명도 추가로 보직을 사퇴하고 파업동참을 선언했다. 방송 중인 드라마 PD 4명이 제작거부를 선언했다.

노조가 김 사장을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한 주요 내용을 보면, "2010년 취임 이후 2년 동안 법인카드로 6억9000만원, 매달 평균 3000만원씩의 거액을 사용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가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노조가 확보한 법인카드 사용내역에 따르면 김 사장은 재임기간 중 전국의 특급호텔에서만 1억5000여만원을 법인카드로 사용했으며 귀금속, 액세서리, 골프용품점, 의류매장, 화장품점 등에서도 법인카드로 진주목걸이와 명품가방, 여성용 고급화장품을 대량으로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내외 면세점에서 1700여만원을 결제하고, 기내 면세점에서도 820여만원 어치를 사들였다는 것이다.

이밖에 일본 출장에서는 여성만 출입이 가능한 피부관리 및 마사지 업소 '소시에 월드'에서 200만 원이 넘는 요금을 결제했고, 일본 여성들이 많이 찾는 패션 잡화점과 백화점 남성복 매장 등에서도 수십만원씩의 법인카드 결제가 이뤄졌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노조는 고발에 앞서 "사측이 이에 대해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밝히기를 거부하면서 '업무상으로 썼을 뿐'이라는 말로 얼버무리고 있고 그나마 구체적으로 밝힌 몇몇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검찰에 진실규명을 촉구했다.

노조는 이어 "김 사장이 업무와 관계없는 일에 회사 카드를 긁고 다닌 사실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고발할 수밖에 없다"며 "공영방송사 사장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해 회사 돈을 흥청망청 썼다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법인카드를 둘러싼 공방이 갈수록 흥미를 더할 전망이다. 

[응수 ②] MBC 파업 전국으로 확대 

 박성호 MBC 기자회장.
 박성호 MBC 기자회장.
ⓒ MBC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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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사장 퇴진 투쟁'이 급기야 전국으로 확대됐다. 서울MBC에 이어 18개 지역MBC 노조가 12일부터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MBC 총파업'에 합류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부산MBC를 포함해 전국의 20개 MBC 노조가 동시 총파업에 들어감에 따라 김 사장 퇴진 투쟁에 더욱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12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어 "김재철 사장이 물러나는 그날까지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18개 지역MBC 지부는 지난 6~8일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하고 85.2%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시켰다. 투표에는 전체 노조원 863명 가운데 813명이 참여해 98.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같이 높은 투표율과 찬성률은 역시 보기 드문 일이다. 김재철 사장 퇴진 여론이 전국적인 기류로 확산될 것임을 시사해 준 것이다.

결의를 다지던 날 김낙곤 광주MBC지부장은 "단순히 김 사장을 몰아내는 것을 넘어 제2, 제3의 '김재철 유전자'가 나오지 않도록 이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사명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남두용 진주MBC지부장은 "진주·창원MBC 강제 통폐합 과정에서 보듯 지역을 통제와 통폐합, 찍어 누르기의 대상으로만 여겨왔다"면서 "김재철 사장을 중심으로 한 저열한 경영진을 지역 MBC의 이름으로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방송의 파행적 운영이 장기화될 것이란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전국 MBC 계열사의 총파업으로 서울은 물론 지역의 뉴스 제작과 송출에 차질이 일고 있다. 이미 15분으로 축소 방송 중인 '뉴스데스크'를 비롯해 뉴스의 방송 파행 확대는 물론 지역MBC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 결방 사태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애청자들의 채널이 종편으로 속속 넘어가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응수 ③] "김재철, 낙하산... MB캠프 인사보다 더 캠프적인 인사" 

MBC 노조 투쟁에 힘을 실어주는 외부 지원세력이 점점 늘고 있다.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0년 3월 김재철 사장 선임과정과 관련해 "임명권자(대통령)의 뜻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청와대 뜻과 무관하지 않은 낙하산 인사였다"고 실토했다. 3월 9일자 <한겨레> "MB캠프 인사보다 더 캠프적인 인사가 김재철"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밝혀다.

그동안 틈만 나면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아무도 방송을 장악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온 MB와 권력 측근들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MBC 사장 선임에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던 김 전 이사장이 소위 '양심고백'을 함에 따라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MBC 노조의 총파업에 힘을 실어주었다. 김 전 이사장은 이밖에 "제대로 된 경영 능력과 리더십을 갖추지 못한 김 사장을 임명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며 "캠프 출신보다 더 캠프적인 인사가 김 사장이었다"고 고백했다.

여기에 전국 언론학자 93명이 KBS·MBC·YTN 등 방송사 파업은 정당하며 언론연구자로서 방송인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고 선언하고 나서 방송사 노조에 힘을 보탰다. 강상현 차기 방송학회장(연세대), 김승수 언론정보학회장(전북대) 등 93명의 언론학자는 15일 성명에서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방송인들의 파업은 한마디로 '공정방송'을 확립하자는 것"이라며 "그동안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여론을 호도해 온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을 심판하고 공정한 방송을 쟁취하기 위한 정당하고도 양심적인 투쟁임을 높이 평가하며 언론학자 일동은 방송인들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언론학자들은 "새로 취임한 이계철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은 '방송사 내부의 문제'라고 외면하고있는 상황이며, 국회도 방송사 파업의 원인을 찾고 해결 방법을 찾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와 국회, 방송사 경영진을 향해 "한마디로 말해 직무를 유기한 셈"이라며 "현 정부는 방송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한데 이어 "김인규 KBS 사장, 김재철 MBC 사장, 배석규 YTN 사장은 시청자에게 사과하고 방송 파행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론] 김재철 사장, 이제 물러날 때가 됐다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보도는 모든 방송의 존립 요건이다. 공영방송은 더욱 엄격히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국내 거대 공영방송들은 이런 사회적 약속을 외면하고 불공정 편파보도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권력의 방송 사유화정책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권력에 기대어 낙하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내려는 폴리널리스트들의 비뚤어진 언론관이 문제다.

방송사 구성원들이 진실과 양심의 수호를 위해 나선 것은 지극히 정당한 행위라고 평가받을 만하다.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방송인들의 파업은 '공정방송을 확립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방송사 파업에 대한 정부, 국회, 방송사 사측의 인식은 너무나 안이하다. 특히 MBC 김재철 사장은 파업 중에도 사내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거센 퇴진 요구와 저항에도 불구하고 버티기로 일관하며 구성원들을 상대로 징계와 소송으로 맞서 공분을 사고 있다.

더 이상 현재의 체제로는 MBC가 국민의 다양한 가치와 의견을 반영하는 데 한계를 지니고 있는데도 방송의 정상화를 위한 어떤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 국가의 중대 선거를 앞두고 언론이 정치적으로 독립하는 것은 물론, 공정한 보도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공영방송이 편파·왜곡보도를 하기로 작정한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노조와 사사건건 다투며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볼썽사나운 행태를 보일 순 없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은 청와대로부터의 독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MB의 방송장악 시도 정책은 정권초기부터 끈질기게 진행돼 왔다. 정권말기에 이르기까지 핵심 이슈로 부각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무엇보다 공영방송의 낙하산 사장 임명 등 방송 사유화정책은 큰 화를 불렀다. 깊게 파인 MBC 갈등의 골, 그 중심에 선 김재철 사장도 '낙하산'이라는 멍에로부터 자유로울 게 하나도 없다. 이제 무거운 멍에를 내려놓을 때다.

세간에선 그를 두고 'MB씨 대변인', '7억철 사장'이란 소리가 팽배하다. 자신을 보은 낙하해 준 MB를 그동안 도울 만큼 도왔다. 많은 정치적 업보로 고통을 남기게 될 MB와 함께 떠나는 것보다 먼저 떠나주는 게 도와주는 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식을 줄 모르고 끊임없이 타오르는 권력과 부와 명예의 탐욕을 자제할만한 나이도 됐다. 지금도 채널을 고정시킨 채 MBC를 지키고 응원하고자 하는 많은 국민들을 위해서다. 모든 짐을 훌훌 털고 조용히 떠날 때다. 늦으면 늦을수록 갈등과 화만 커진다.   


#김재철#MB씨#MBC#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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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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