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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쓴맛나는 냉이된장국 봄 별미입니다.
 약간 쓴맛나는 냉이된장국 봄 별미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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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옷이 장롱 속으로 들어가기 싫은 것 같습니다. 아침 날씨는 아직도 쌀쌀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겨울옷이 버텨도 따뜻한 남녁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지난 17일 경남 남해에 갔습니다. 진주보다 따뜻한 동네라 봄오는 소리가 더 크고, 깊게 들렸습니다. 파릇파릇한 냉이는 고개를 이미 내밀었습니다. 냉이는 된장국으로 끓여먹거나, 나물로 묻혀 먹으면 겨우내 묵은김치로 입안이 까칠했던 것을 이내 씻어줍니다.

도다리 쑥국이 생각나는 봄소식

냉이가 파릇파릇한 것을 자랑하자, 봄의 최고 전령인 쑥이 가만히 있을리가 없습니다. 쑥으로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은 많습니다. 쑥떡은 다 알 것입니다. 그리고 경상도 말로 '쑥털털이'라고 하는 음식이 있는데 밀가룩에 쑥을 버무려 찝니다. 정말 별미입니다.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다 고입니다. 그리고 봄 도다리라는 말이 있듯이 도다리 쑥국은 최고입니다.

남해하면 '마늘'입니다. 마늘 잎으로 장아찌를 담갔 먹는데 굉장히 맛있습니다
 남해하면 '마늘'입니다. 마늘 잎으로 장아찌를 담갔 먹는데 굉장히 맛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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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 가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이 또 있습니다. 이곳에도 마늘, 저 동네도 마늘, 마늘 천지입니다. 중국산 마늘이 많이 들어오는 바람에 옛날보다 못하지만 그래도 마늘은 남해 주요 수입원입니다. 서울 사람들도 먹는지 모르겠지만 이곳 사람들은 마늘 잎으로 장아찌를 담가먹습니다. 아주 독특한 맛입니다. 이 때 먹는 마늘잎 장아찌가 제맛입니다. 조금 더 지나면 잎이 억세기 때문입니다.

시금치 된장국, 된장국 중 최고

혹시 시금치 된장국을 먹어보셨나요. 저는 된장국 중에 시금치 된장국을 최고 생각합니다.

시금치로 국을 끓여 먹으면 굉장히 깊은 맛이 납니다. 가만히 보니 봄에는 다양한 국을 끓여 먹을 수 있습니다
 시금치로 국을 끓여 먹으면 굉장히 깊은 맛이 납니다. 가만히 보니 봄에는 다양한 국을 끓여 먹을 수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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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 제주도 돌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남해도 돌담이 있습니다. 우리 고향은 돌담이 다 사라져버려 참 안타까운데 이곳에는 아직 돌담이 남아 있었습니다. 참 정감하고, 사람냄새마저 풍겼습니다. 생각보다 엉성해 놀랐습니다. 그러나 무너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바닷가로 바람이 세찰 것이지만 사이사이 구멍으로 바람이 흘러가는 바람에 무너지지 않는 것입니다.

바람이 숭숭 불어도 무너지지 않는 돌담

남해 돌담. 사람의 손길이 대단했습니다.
 남해 돌담. 사람의 손길이 대단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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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을 보면서 정말 신기했습니다. 바닷가라 바람이 강할 텐도도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돌담을 보면서 정말 신기했습니다. 바닷가라 바람이 강할 텐도도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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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카'는 강을 살린다면서 콘크리트로 보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강물에 이곳저곳이 뚫렸습니다. 결국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있는 돌, 바람부는 대로 순응했습니다. 콘크리트 삽질로 보면 금방 무너질 것 같은데 무너지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것 좀 배우면 안 될까요.

막둥이, "세상은 내 것"

막둥이가 같이 갔는데 엄청나게 큰 나무 아래에서 모든 것을 다 가졌다는듯이 두 팔을 벌렸습니다.

"아빠, 나무 키가 엄청 커요."
"막둥이와는 비교가 안 되지."
"아빠 나 팔 벌릴 테니까, 사진 찍어주세요. 세상을 다 가지고 싶어요."
"세상을 다 가져? 세상을 다 가지는 것은 욕심이야. 욕심보다 더 나쁜 탐욕이지. 세상은 가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란다. 알겠어?"
"알았어요."


엄청나게 큰 나무 아래에서 세상을 다 가졌다는 듯이 팔을 벌린 막둥이
 엄청나게 큰 나무 아래에서 세상을 다 가졌다는 듯이 팔을 벌린 막둥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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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바리바리는 다니는 아이라 엄마가 일을 할 때까지 심심하다며 얼마나 닥달을 했는지 모릅니다.

"아빠 배고파요. 엄마 일 언제 끝나요?"
"아직 멀었어. 너도 엄마 일하시는 것 봤잖아."

"아빠 그럼 우리 차타고 다른 곳에 갔다가 다시 오면 안 돼요?"
"안 되지. 일하는 엄마를 두고 어떻게 놀러 갈 수 있어. 조금만 참아."


공부하지 않고 아빠와 엄마와 함께 같이 간다는 말만 듣고 따라 나섰는데 온종일 심심했던 막둥이에게 "다음에도 같이 올래?"라고 물었습니다. "아빠하고 같이 오면 당연히 와야죠"라고 말할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고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무튼 도다리 쑥국을 생각나게 하는 봄소식이 성큼성큼 오고 있습니다. 이제 겨울 옷은 장롱 안에 들어갔다가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정도 앞두고 다시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태그:#봄, #남해, #쑥, #도다리, #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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