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르노삼성차 핵심 임원 5명이 잇따라 회사를 떠나면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특히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이 부임한 지 채 6개월도 안되서 중역들이 연속해서 물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르노-닛산이 한국에서 철수하기 위한 수순 밟기라는 설(?)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너무 앞서가는 시나리오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2일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박수홍 르노삼성 기획담당 부사장이 지난 20일자로 사표를 제출했다. 또 김중희 연구개발본부 부소장(전무)과 장익순 전무(기획 성능 프로젝트 부본부장)는 지난달 정년을 앞두고 회사를 떠났다. 필립 게랑부토 R&D본부장(부사장)도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앞서 2월에는 이교현 상무(홍보본부장)가 일신상의 문제로 사퇴했다.
박수홍 부사장은 기획을 담당하기 이전까지 판매를 총괄했던 영업통으로 르노삼성의 핵심 브레인이었다. 김중희 부소장은 삼성자동차 출신으로 연구개발부분에서는 익히 알려진 인물이다. 이들을 포함해 핵심임원 5명이 모두 물러나면서 사퇴 배경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상황이 여기까지 진행된 것은 내수판매 부진이 원인이다. 1-2월까지의 성적표를 보면, 전년대비 40.2% 감소한 1만2092대를 판매했다. 평균 6천대를 조금 넘긴 수준이다.
이 같은 판매부진이 계속 진행되면 르노삼성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결국,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회사의 내부조직에 메스를 댈 수 있는 상황까지 올 수도 있다는 것. 이번 임원들의 사퇴는 문책성 인사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들에 대한 후임 인사는 다음 달초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퇴로 회사 임직원들은 상당히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뜩이나 판매부진으로 회사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한 데다가 중책을 맡은 임원들마저 갑자기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이들이 떠나는 것은 전혀 아니다"면서 "박 부사장의 경우에는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 "김중희 R&D 부소장과 장익순 전무는 지난달 정년을 앞두고 사임한 것이고 게랑부토 부사장은 퇴사가 아닌 르노-닛산으로 회사를 옮기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외부에서 볼 때는 임원 몇 명이 회사를 떠나는 것이 뭐 그리 큰 문제냐고 하겠지만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르노삼성에는 중요한 일이다. 위기설이 나도는 지금상황에서 내부조직까지 흔들리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내부결속을 다져 재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정영창 기자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 국장입니다. 이 기사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