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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와 심대평 대표가 지난 2월 '당의 화합'을 주문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와 심대평 대표가 지난 2월 '당의 화합'을 주문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자유선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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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자유선진당이 4·11총선 비례대표 후보 20명을 발표한 뒤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심지어 전국 11개 시·도당위원장들이 불출마를 선언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자유선진당 내에서는 이회창-심대평 전·현직 대표 추종세력들의 지분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어 왔다. 이회창 대표의 독선적인 당 운영을 비판하며 자신이 만든 당을 뛰쳐나갔던 심대평 대표가 합당이라는 절차로 복귀해 당을 장악하자, 이회창 측 사람들은 '대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심 대표 체제를 흔들었다.

지난 2월에는 '이회창 정계은퇴'를 주장하는 심 대표 측 인사와 '심대평 사퇴'를 촉구하는 이 전 대표 측 인사가 맞불을 놓으면서 전·현직 대표 측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하지만 총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갈등을 계속 키울 수 없었던 자유선진당은 일단 사태를 수습하면서 이 전 대표를 명예선대위원장으로 모시고, 심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맡는 총선체제를 꾸렸다.

그러나 이 같은 평온은 오래가지 못했다. 비례대표 순위 선정을 앞두고 양측의 갈등이 다시 폭발하고 만 것. 지난 21일 충청권 정가에는 이회창 전 대표가 명예선대위원장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과 그 이유가 비례대표 명단을 발표에 앞서 사전에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특히, 이날 임영호(대전 동구) 의원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이 전 대표는 '사의 표명이 사실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사실임을 확인시켰다. 다만 '그 이유가 비례대표 순번조정 때문이냐'는 질문에는 '긴 말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이러한 곡절을 겪은 뒤 22일 발표된 자유선진당 비례대표 명단은 잠시 잠잠했던 양측의 갈등을 폭발시켰다. 당선가능권이라고 할 수 있는 5번까지의 명단을 놓고 대부분 심 대표 측 사람들이라며 이 전 총재 측의 반발이 터져 나온 것.

특히, 이 전 대표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이흥주 최고위원은 6번에 배정됐고, 이 최고위원은 명단 발표 직후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했다. 그는 "심대평 대표와의 친소관계에 따라 비례대표가 선정됐다"고 비판하면서 "당이 사당화됐다"고 분개했다. 그는 또 "오죽했으면 이현청 공천심사위원장이 비례대표 발표 기자회견에서 '공천위원장과 위원의 뜻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 공천위원장으로서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겠느냐"면서 "공심위는 온데간데없이 오로지 조자룡의 헌 칼 휘두르듯 대표의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심 대표를 맹비난했다.

이러한 비례대표 선정에 대한 불만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22일 밤 전국 11개 시·도당위원장들이 불출마를 선언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허증 자유선진당 서울시당위원장을 비롯해 대구, 인천, 광주, 울산, 경기, 강원, 전북, 전남, 경남, 제주 등 11개 시·도당위원장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심대평 대표의 독선적인 무원칙 비례대표공천을 규탄하며 총선출마를 철회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22일 발표된 자유선진당의 비례대표공천결과는 원칙을 무시하고 심대평 대표 개인에 의해 독단적으로 결정된 명백한 사천(私遷)"이라면서 "우리 시도당위원장들은 '공심위원장과 심사위원들의 뜻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현청 공심위원장의 발표를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하는 바이며, 당의 총선승리를 위해 희생정신으로 총선출마를 결심했던 우리들의 총선출마결정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이회창 전 대표의 자유선진당 '탈당'이 임박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총선을 20일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자유선진당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

반면, 당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 측의 횡포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비례대표 순위결정에 자신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자 선거를 앞 둔 당을 흔드는 '자폭테러'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비례대표 당선권 안팎의 순위에 이 전 대표 측 인사도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악의적으로 심 대표 체제를 흔들기 위해 '사퇴'와 '불출마'라는 극단적 행동을 불사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러한 양 측의 갈등이 외화 되는 속에서 지난 21일과 22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자유선진당의 진로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대전충남 17개의 지역구 중 앞서있는 후보가 5명 안팎에 불과해 이번 총선을 거치고 나면 '초미니' 정당으로 전락할 우려를 낳고 있는 것.

심지어 이번 총선에서 각 지역구를 돌며 지원유세를 통해 지역정당 바람을 일으켜야 할 심대평 대표마저 세종시 출마를 선언한 이해찬 민주통합당 후보에 뒤쳐져 있어 선거운동에 발목이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연, 자유선진당이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특유의 결집력으로 '교섭단체 구성 의석수 확보'라는 총선 목표를 쟁취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태그:#자유선진당, #이회창, #심대평, #4.11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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