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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22일 "당이 4ㆍ11총선 체제로 전환된만큼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비대위원직에서 사퇴했다.
 김종인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22일 "당이 4ㆍ11총선 체제로 전환된만큼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비대위원직에서 사퇴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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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과 협력해야 한다'고 주변에서 권고했고, 박근혜 위원장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MB정권심판론'에 끌려가 버렸다. 이번 공천에서 가장 애석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22일 오후 그의 부암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한 지 몇 시간 뒤였다.

그는 "박근혜 위원장이 '누가 30명 끌고 나가버리면 큰일이지 않느냐'면서 공천과정에서 새누리당 친이(이명박계) 인사들이 탈당하는 것을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것이 새누리당의 공천결과에 반영돼, 친이 핵심인 이재오 의원과 정몽준 전 대표가 공천을 받고, 'MB노믹스' 입안자인 이만우 교수(비례대표 10번)를 비롯해 전면개편한 강령의 '경제민주화' 조항과는 거리가 먼 인사들이 적지 않게 등장하게 됐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구도를 '노무현과 박근혜의 대결'로 설정하고 있는 데 대해 그는 "천만의 말씀"이라고 일축하면서 "그런 전략으로는 절대 성공 못 한다. 그걸 강조하면 정권심판론에 더 영향을 많이 받게 돼 있다"고 비판했다. "세상에 죽은 사람하고 싸우는 게 어디 있나"라고도 했다. 박근혜 위원장이 적극 제기하고 있는 '야당심판론'에 대해서도 "그건 2007년 대통령 선거 때 다 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의 공천 내홍과 이정희 의원 측의 '여론조사 조작' 문제로 야권연대가 위기에 처하는 등 총선을 앞두고 야권 전체가 난항에 빠진 상황이다. 그러나 김 전 수석은 "아직 공식 선거운동은 시작도 안 했고 선거 막판에 가면 민간인 사찰문제에 대해 야당에서 총공세로 나올 것이고, 지금은 야권연대가 시끄럽지만 결국 해결될 것"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최대이슈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총선에서 야당이 처음으로 단일후보를 냈다는 것과 정권심판론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인터뷰 다음날인 23일 오후 이정희 의원이 후보를 사퇴하면서 야권연대가 정상화 국면으로 들어갔다).

그는 총선 의석수에 대해 "현재 상황에서의 전망"이라는 전제 아래 "새누리당은 120여 석, 민주통합당은 130여 석, 통합진보당은 10여 석 정도 얻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조금만 선거를 잘 못하게 되면 새누리당이 1당도 될 수 있는데, 어느 당이 1당이 되더라도 의석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수석은 지난 1월 5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비대위 참여 이유를 "박근혜 위원장이 대통령이 되도록 돕기 위해서"라고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당히 믿었던 부분이 조금은 희미해졌다"며 "대선을 앞두고 있다 보니까 (박 위원장이) 좀 불안해하는 것 같다"고 했다. 대선에서 박 위원장을 돕겠다는 생각은 여전한지 묻자 "박 위원장이 대통령을 하겠다면 크게 변해야 한다"며 "도울 일이 있으면 돕는데, 그쪽이 수용할 자세가 돼 있어야 돕는 게 아닌가"라고 답했다. 그가 두 차례 사의를 표한데 이어 "선대위가 출범했으므로 비대위에서 더 할 일이 없다"는 이유로 사퇴한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대목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뒤에 내가 먼저 '비대위'를 박 위원장에게 조언"

- 지난해 12월 27일부터 비대위 활동 시작해서 석 달 정도 후 사퇴했는데 소회가 있다면.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이 패배한 뒤에 내가 박근혜 의원에게 '대권도전을 할 것이라면 이(홍준표) 체제로 총선까지 가면 절대로 안 된다, 당권-대권 분리 규정도 바꿔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때는 본인이 거부했다. 정책을 바꿔가는 방식으로 하면 된다고. 그러다 12월 15일 홍준표 체제가 무너지고 박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게 됐다.

그날 박 위원장이 전화를 해서 '비대위를 맡게 됐으니 나라를 위해서 도와달라'고 하더라. 비대위로 가야 한다고 해놓은 말이 있으니까 거절할 수가 없었다. 당시에는 박 위원장이 '국민만 바라본다'는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한나라당에 대한 '창조적 파괴'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고 들어갔다. 그런데 막상 부딪혀 보니 박근혜 위원장의 두려움이 컸다.  한쪽이 부서지면 큰일 난다고 생각했다."

- '친이(이명박계) 세력'이 탈당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나는 (친이 세력이) 절대 못 나간다고 확신했다. 이 대통령이 국민의 지지를 못 받아서 새누리당이 2010년 6·2 지방선거, 텃밭인 분당 보궐 선거, 무상급식 주민투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다 졌다. 나는 (박 위원장이) 진짜 의미심장한 각오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박 위원장은 '쇄신을 너무 세게 하면 누가 뛰쳐나간다' 이렇게 생각한 거다. 내 입장에서 보면, 집 고치는 목수가 기둥도 잘라내고 벽도 터야 집이 고쳐질 것 아닌가.

내가 정강에서 '보수' 표현 없애자고 해서 논란이 벌어지자, (박 위원장이) 내게 '누가 30명 끌고 나가버리면 큰일이지 않느냐, 자제해달라'고 그러더라. 그 말 듣고 '싹수가 틀렸구나' 생각했다. 그때부터 답답하다는 이야기를 한 거다. 뭐가 될 것 같지 않았다. 그 뒤에 한 토론회에서 '이명박 대통령 탈당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고 한 걸 갖고 이재오 의원 등이 반발했을 때 (박 위원장이) 전화를 해 와서 '내 입장이 어렵다'는 식으로 말하더라.

내가 더 이상 할 일이 없지 않나. 그래서 1월 30일까지 별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결심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 뒤, 박 위원장 쪽에 '당신 대통령 만들자고 했던 사람인데, 내가 불편하면 1월 27일 정책쇄신분과 주최 공청회 전에 비켜주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이 공청회에 한참 앉아 있다 나갔다고 나중에 들었는데 그렇게 하다가 사퇴를 접었다."

- 그런 중에도 당 정강은 바꿨다.
"경제민주화도 들어가고 '선성장 후복지'가 아니라 '성장과 복지의 병행추진' 이런 식으로 고쳤다. 원래 새누리당은 헌법의 경제민주화 조항(119조 2항)도 없애자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또 큰 논란이 되겠구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누구도 이론을 제기하지 않고 쑥 넘어갔다.(웃음) 그래서 나는 '이(새누리당) 사람들이 이것의 의미를 잘 모르는구나,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구나'라고 생각했다.

2월 27일 공천심사 1차 발표가 있었고 그 다음 날 내가 비대위 정책쇄신 분과회의하면서 '박근혜 위원장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니까 더 이상 못하겠다'고 했다. 3월 1일에 박 위원장을 만나서 '공천이 본격화되고 비대위 활동이 거의 종료됐으니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그러지 말고 좀 더 하자'고 해서 공천이나 마무리되는 것 보고 그만둬야겠다 생각하고 지금까지 왔다."

- "정권심판론에 끌려가지 않기를 바랐는데 공천된 사람의 면면을 보면 어쩔 수 없이 정권심판론에 끌려가지 않겠나"라고 하는가 하면 "비대위 출범 전에 우려했던 것보다는 상황이 상당히 호전됐다"고도 했다. 모순된 것 아닌가.
"그게 왜 모순되나. 비대위 출범 때는 새누리당이 100석도 어렵다고 할 때 아닌가. 그 암담한 상황에서 박 위원장은 당을 완전히 '박근혜당'으로 만들었다. 본인은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 이번 새누리당 공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는데.
"잘 됐다고 보지 않는다. 정권심판론에 걸리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

"박 위원장, 친이계 탈당 두려워했다... 대통령하려면 크게 변해야"

김종인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22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4ㆍ11총선 체제로 전환된만큼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비대위원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김종인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22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4ㆍ11총선 체제로 전환된만큼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비대위원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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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이 121석 이상을 차지할 것이고 그 정도면 성공이라고 했는데, 상황이 호전됐다면 그걸 성공이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박근혜 위원장이 2004년도 총선에서 121석을 얻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그 정도 얻으면 성공한 것이고 그 정도는 얻을 것 같다. 처음에는 민주당이 150석도 넘을 것처럼 보였는데 야당이 죽을 쑤니까 종합적으로 보면 그 정도도 성공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선거 초반이다. 아직 공식 선거운동도 시작 안 됐다. 선거 막판에 가봐라. 민간인 사찰문제에 대해 야당에서 총공세로 나올 것이고, 지금 야권연대가 시끄럽지만 결국 해결되게 돼 있다. 옛날에도 야당통합 하다가 싸우고 결렬돼도 결국 선거결과가 엉망이 되지는 않더라. 이번 총선 최대이슈는 부분적으로 몇 군데서 트러블이 생긴다 해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총선에서 야당이 처음으로 단일후보를 냈다는 것이다. 거기에 정권심판론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고, 안철수 교수도 어떤 식으로든 선거개입을 할 것이다."

- 결국 정권심판론 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것이라고 보나.
"새누리당이 자꾸 야당심판론을 제기하는데 안 통한다. 그건 2007년 대통령 선거 때 다 하지 않았나. 한미FTA 말바꾸기? 그거 아무 소용없다. FTA는 일반 국민들은 아무 관심 없다. 손해 보는 사람들만 관심 있다."

- 총선 의석수를 전망해본다면.
"현재 상황으로 보면 새누리당은 120여 석, 민주통합당은 130여 석, 통합진보당은 10여 석 정도 얻지 않을까."

- 지난 1월 초에는 '새누리당이 과반은 몰라도 1당은 될 것'이라고 했었는데.
"민주통합당이 조금만 선거를 잘 못하게 되면 1당도 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당이 1당이 되더라도 의석 차이는 크지 않을 거다. 2010년 지자체 선거 때 야당이 압승한 결과 지금 새누리당이 갖고 있는 광역단체장이 5개밖에 없다. 서울은 구청장, 시의원도 야당이다. 국회의원 선거에 그대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선거 분석은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놓고 판단해야지 여론조사 잠깐잠깐 돌리는 것만 갖고는 안 된다."

- 그렇게 본다면 '새누리당 121석 이상'은 많은 것 아닌가.
"그렇게만 넘으면 성공한 거다. 수도권에서 제대로 이기지 못하면 다른 데서 아무리 이겨도 소용없다. 의석수의 3분의 1 이상이 수도권 아닌가. 비대위원들끼리 내기를 했는데, 이양희 교수가 120석, 내가 123석, 이준석 비대위원은 130석이라고 했던가."

- 공천과정에서 비대위가 공천위 부실검증에 여러 번 제동을 걸었는데.
"비례대표 공천자 재의 요구 관련해서 회의할 때 내가 박 위원장한테 물어봤다. 여기에서 거론하면 시정이 가능한 거냐. 시정 불가능하면 애초에 논의도 말자고 그랬다. 시정이 가능하다고 해서 논의한 거다. 내가 박근혜 위원장에 대해 '애매모호하다'고 한 이유가 뭐냐면, 아무리 공천위가 자기네들 마음대로 결정한다고 하지만 위원장의 뜻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근혜 위원장에게 다들 눈치 보고 이야기를 잘 안 한다. 박 위원장은 그런데 익숙해져 있다."

- 당이나 주변에서 박 위원장에게 싫은 소리 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박 위원장 주변에 분야별로 자문그룹이 있는 것 같다. 거기서 인풋(조언)을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죽은 노무현 대 산 박근혜? 세상에 죽은 사람하고 싸우는 게 어디 있나"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3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3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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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박근혜 위원장이 대통령이 되어야 된다, 이를 위해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는 입장은 여전한 건가.
"그는 대선후보 중에서 우리 사회에 대해 가장 고민을 많이 한 사람이다. 박 위원장은 대통령을 하려면 크게 변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돕는데, 그쪽이 수용할 자세가 되어 있어야 돕는 것 아닌가. 나 스스로가 도와주기가 힘이 든다.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지만 도울 일이 없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 박 위원장과의 신뢰관계가 약해진 건가.
"상당히 믿었던 부분이 조금은 희미해졌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보니까 (박 위원장이) 좀 불안해하는 것 같다. '현 정권과 협력해야 한다'고 주변에서 권고했고, 전 정권과의 차별화라고 말은 했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정권심판론에 끌려가 버렸다. 친이계가 나가서 뭐 할 건가. 다른 사람들은 '박세일신당' 대단할 거라고 이야기했지만 나는 처음부터 겁낼 게 없다고 그랬다."

- 이번 총선 구도가 'MB정부 심판론에서 '죽은 노무현 대 산 박근혜의 대결' 구도로 바뀌었다는 평가는 어떻게 보나. 새누리당은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이 구도를 설정하고 있는 것 같다.
"천만의 말씀. 그런 전략으로는 절대 성공 못 한다. 그걸 강조함으로 인해서 정권심판론에 더 영향을 많이 받게 돼 있다. 내가 이번 공천에서 가장 애석하게 생각하는 것이 정권심판론에 끌려가 버렸다는 것이다. 세상에 죽은 사람하고 싸우는 게 어디 있나. 이제 새누리당은 완전히 '박근혜당'이 됐는데, 총선 끝나고 나면 박 위원장이 크게 변해야 한다. 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갖춰야 한다. 대선을 위해서도 그렇고 당선돼서 대통령이 돼도 그렇다."

- 청와대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요구했다는 것은 맞는 건가.
"그건 모르겠는데, 언론 보니까 그런 게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 현재까지는 전반적으로 민주통합당 보다는 새누리당 상황이 나은 것 같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중앙당 상황은 큰 문제가 안 된다. 20~30대 밑바닥 정서는 하나도 변한 게 없다."

- 민주통합당에서 유종일 교수가 결국 공천을 못 받았는데.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한다고 해놓고 신자유주의, MB노믹스하는 사람까지 데려온 거나 민주통합당이 유종일 교수 공천 안 준 것이나 비슷하다. 민주당이 기본적으로 경제민주화를 내세웠으면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 특위' 위원장은 공천을 줘야지."

- 여야의 공천을 보면서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여론조사로 공천자를 정하는 폐단을 빨리 없애야 한다. 그럼 투표할 것도 없이 대통령도 여론조사로 뽑으면 되는 것 아닌가."


태그:#박근혜, #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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